
1997년 외환위기, 2000년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주식시장의 굵직한 변곡점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김한진 박사. 홍태식
코스피가 5월 6일 사상 처음으로 장중 7400 선을 돌파하며 미국 대표 지수인 S&P500(현지 시간 5월 6일 장중 최고치 7369.22)을 넘어섰다. 삼성전자 시가총액도 사상 처음 1조 달러(1조586억 달러·약 1536조9000억 원)를 넘었다. 가파른 증시 상승의 주역은 역시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역대 처음으로 ‘27만전자’와 ‘160만닉스’를 터치했다(그래프1·2 참조). 가파른 상승세에 개인과 기관은 3조 원어치 가까이 순매도했지만, 외국인이 홀로 3조1357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를 떠받쳤다.
5월 4일 40년간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며 1997년 외환위기, 2000년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주식시장의 굵직한 변곡점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김한진 박사를 만나 코스피와 반도체 투톱의 질주가 어디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 물었다. 김 박사는 1986년 신한증권에서 활동을 시작해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삼성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 피데스자산운용 부사장 등을 지냈다.

코스피 폭발적 상승세, 20년 주기로 반복
코스피 상승세가 폭발적이다.“코스피 랠리가 오랜만이라 조금 생경한 면도 있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지금 같은 모습을 보인 시기가 앞서 2번 있었다. 1985년부터 4년 가까이 3저(저유가·저환율·저금리) 효과로 수출이 폭발하면서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7배에서 2배까지 올랐다. 2005년에도 또다시 수출이 견인하면서 PBR이 0.7배에서 2배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기가 막히게 20년이 지난 2025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정책을 발표하면서 PBR이 0.7배까지 내려갔다가 지금 1.6배까지 올라왔다. 물론 이번에도 중심에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출이 있다. 코스피가 8500은 돼야 PBR이 2배일 텐데, 그 달성 여부는 현재 증시를 이끌어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어느 정도 사이즈냐에 달렸다.”
아직 더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보나.
“그렇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애널리스트들이 보는 올해와 내년도 기업이익 전망이 어느 정도일지,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인지가 중요하다.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은 700조 원에서 800조 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그중 600조 원을 반도체 투톱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영업이익은 1000조에서 1100조, 심지어 1200조 원까지도 보는데 이 역시도 반도체 투톱 기업의 영업이익 달성 여부에 달려 있다.”
반도체 투톱 주가, 올해 피크아웃 가능성
상황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투자하는 분들은 모두 알겠지만 한국 반도체 기업은 사이클이 있어서 내년도 영업이익 전망치가 틀릴 가능성은 적지만 업황이 안 좋을 때는 적자를 내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1분기 두 기업의 영업이익은 20조 원이었고, 전체 영업이익도 100조 원이 안 됐다. 그리고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350조 원 이상, SK하이닉스 200조 원 이상 얘기가 나온 것도 얼마 안 됐다. 그러다 보니 영업이익 전망이 너무 과도하지 않은지, 예상대로 내년에 잘 나온다 해도 2030년까지 이런 성장 속도가 이어질 수 있을지라는 의문이 나온다. 일단 올해 두 기업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최소 4배가량 증가하고, 지금 시장 컨센서스로는 내년에는 올해 대비 40% 정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주가가 이런 상황을 반영해 절제력 있게 상승하면 좋겠지만, 주가는 속성이 탐욕스러워서 내년은 물론 2028년 영업이익까지 앞당겨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반도체 기업 영업이익은 내년, 후년 계속 증가할지라도 주가 측면에서는 올해 피크아웃할 확률이 매우 높다.”
최근 반도체주 고점론도 나오고 있다.
“앞서 올해 주가가 내년이나 후년 영업이익까지 앞당겨 조금 과도한 오버슈팅이 있을 수도 있다고 얘기했지만, 아직은 몇 가지 근거로 주가가 좀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반도체 기업의 올해와 내년도 영업이익 전망이 계속 상향되고 있고 이럴 때는 주가가 잘 안 빠진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내년 코스피 전체에서 차지할 영업이익 비율이 60%가 넘는데, 현재 시가총액 비중은 45%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현재 두 기업 주가는 영업이익 기여도에 맞춰 올라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은 밸류에이션인데, 가시적인 기간에 벌어들일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봤을 때 두 기업의 현 PER이 너무 낮다.”
고점론은 왜 나오는 것일까.
“반도체는 경기 순환주다. D램 가격이 오를 때는 무한정 올라갈 것 같지만 결국에는 꺾이면서 하락 사이클을 겪는다. 그런 점에 초점을 맞추면 충분히 나올 만한 얘기다. 다만 내 생각에는 현 상황을 긴 호흡으로 볼 필요가 있다. 나는 2031~2032년까지는 인공지능(AI) 사이클과 반도체 사이클이 유효하다고 본다. 다만 지난 5년은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간이었고, 앞으로 5년은 거기에 소프트웨어라든가 피지컬 등을 얹는 단계라고 본다. 그래서 일단 한 번은 현 사이클이 매듭지어지면서 조정을 겪으리라 보고 있으며, 이번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못 산 분들은 그다음에 기회가 있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최근 상당수 종목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 앞으로는 현 주가가 뉴노멀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거품이 껴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종목 나름 아니겠나. 아직까지는 모든 종목에 거품이 껴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앞으로 주가가 지금보다 더 많이 오른다면 주가를 정당화하기 위한 다양한 논리가 등장할 것이다. 만약 PER보다 다른 걸 봐야 한다, 코스피 PER을 미국 장과 비슷하게 봐야 한다 같은 논리가 나오면 주가가 상투권에 도달했음을 눈치채야 한다. 이제 그런 과정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증시 빠졌다가 다시 오를 때 옥석 가려져
펀더멘털에 비해 비싸진 종목은 어떻게 알 수 있나.“시장이 과열되면 피크를 찍고 일정 폭 조정을 받는다. 그때는 옥석을 가리지 않고 모든 주식이 다 같이 빠진다. 하지만 다시 상승기로 돌아서면 보수적인 이익을 대입해도 비싸지 않았던 종목들은 다시 올라온다. 그런 측면에서 반도체뿐 아니라 조선, 전력기기, 원자력, 방산 등 국제질서 변화나 미국의 중국 견제로 수혜를 입는 수출기업 가운데 PER이 너무 과도하지 않은, 20배를 크게 넘지 않는 종목을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산다면 크게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현금 비중을 높이는 것이 좋다. 코스피 6000에 현금 비중이 30%였다면 7000에는 40%, 7500에는 50% 하는 식으로 늘려가야 시장이 하락했을 때 대응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5월 순환매 전망도 나온다. 어떤 종목이 유망할까.
“앞으로 5~10년간 성장할 수밖에 없거나 중국 견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종목인 ABCDE다. A는 로봇을 포함한 자동차다. B는 바이오, C는 칩스(반도체), D는 디펜스(방산), E는 전력·원자력·풍력을 포함한 에너지다. 그리고 이렇게 시장이 강하면 금융(Finance)도 함께 간다. 물론 방점은 반도체에 찍힌다. 지금 시장은 반도체를 빼고는 설명이 안 되는 시장이다. 따라서 C를 중심에 놓고 나머지 가운데 원하는 종목을 추가하면 좋을 것 같다.”
지금 시장은 투자 난도가 높아 보인다. 개인투자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만약 10년 전에 코스피200 35%, S&P500 35%, 나스닥100이나 M7(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메타플랫폼스·아마존닷컴·알파벳·테슬라) 20%, 금 10%를 포트폴리오에 담아 그동안 단 한 번도 매매를 안 했다면 1000만 원이 5000만 원, 1억 원이 5억 원이 됐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똑같을 것 같다. 지금 코스피200 35%, S&P500 35%, 성장성이 높은 섹터 20%, 금 10%를 담는다면 아마도 10년 후에는 5배 올라 있을 것이다. 투자 수익은 그렇게 누리는 것이 정답이다. 그리고 이렇게만 하면 밋밋하니까 신중하게 텐배거가 가능한 종목을 하나 골라 장기투자를 하면 주식투자의 묘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텐배거를 포함한 위험자산 비중은 전체의 60%를 넘어서는 안 된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SK스퀘어 주가 100만 원 돌파… ‘10번째 황제주’ 등극
효성중공업 주가, SK텔레콤 이후 26년 만에 400만 원 터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