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큰손’ 스트래티지 MSCI 퇴출 위기… 암호화폐 시장의 또 다른 뇌관

내년 1월 15일 결정… 제외되면 패시브 자금 28억 달러 한꺼번에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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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입력2025-12-06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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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회장이 비트코인 매도 가능성을 시사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 글. 마이클 세일러 X(옛 트위터) 계정 캡처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회장이 비트코인 매도 가능성을 시사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 글. 마이클 세일러 X(옛 트위터) 계정 캡처

    “11월은 사흘 빼고 매일 울었다. 12월엔 살려달라.”

    “스트래티지가 아니라 ‘스트레스’ 같다. 더 물 타지 않게 여기서 올랐으면 좋겠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 스트래티지 주주 온라인 커뮤니티에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걱정하며 최근 올라온 글들이다. 비트코인이 10월 고점 대비 30% 이상 급락하자 11월 30일(이하 현지 시간)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회장이 X(옛 트위터) 계정에 “녹색 점을 추가하면 어때?”라는 문구를 남겼다. 스트래티지 같은 비트코인 비축 기업은 매수 지점과 규모를 주황색 점으로 표시하는데 녹색 점은 매도를 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년간 세일러 회장은 거의 매주 주황색 점이 찍힌 차트를 올리며 비트코인 추가 매입 소식을 알렸던 만큼, 시장은 그의 게시 글을 사실상 매도 가능성으로 받아들였다.

    비트코인 금고 전략 역풍 맞아

    퐁 리 스트래티지 최고경영자(CEO)도 11월 29일 “스트래티지의 mNAV(시장가 대비 순자산 비율)가 1배 미만으로 떨어지면 우선주 배당금을 마련하고자 비트코인을 매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7월 2.26배까지 올랐던 스트래티지 mNAV는 주가가 최근 한 달 새 34% 폭락하면서 1.13배 수준까지 내려왔다. mNAV가 1배 미만이면 스트래티지 시가총액이 보유 비트코인 자산 가치보다 낮다는 의미다.

    스트래티지는 스스로를 세계 최초 ‘비트코인 트레저리(금고)’ 기업으로 정의하며 현금·채권 대신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하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월가에선 스트래티지가 주요 주가지수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10월 “디지털 자산 보유액이 총자산 50% 이상인 기업은 투자 펀드와 유사해 지수 편입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는 11월 21일 보고서에서 스트래티지가 MSCI 미국(MSCI USA)과 나스닥100 등 핵심 벤치마크 지수에서 제외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스트래티지가 MSCI에서 제외될 경우 패시브 자금 약 28억 달러(약 4조1200억 원)가 한꺼번에 빠져나갈 것으로 본다.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가 스트래티지 주식을 자동으로 매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지수 추종 자금까지 합치면 이탈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스트래티지와 연동된 패시브 펀드 규모만 약 90억 달러(약 13조2600억 원)에 이른다.

    편출 여부는 내년 1월 15일 결정된다.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조글루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스트래티지가 주요 지수에서 제외되면 유동성이 감소하고 자금 조달 비용이 커져 투자 매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인 소폭 반등, 투심 회복은 아직

    한때 13만 달러를 넘보던 비트코인은 10월 이후 가파르게 밀리며 11월 21일 8만697달러(약 1억2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가상자산 트레저리 회사인 BNB플러스의 패트릭 호스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2월 1일 “시장과 경기 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위험 노출을 빠르게 줄이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6만 달러 수준까지 되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12월 2일 비트코인은 7% 이상 상승하며 9만2000달러(약 1억3500만 원)를 회복해 단기 부진을 일부 만회했다.

    비트코인 하락세는 스트래티지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됐다. 스트래티지는 최근 주가 부진(그래프 참조)과 비트코인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고자 ‘달러 준비금’을 마련했다. 이 자금은 우선주 배당과 이자 지급을 위한 것으로, 우선주 배당 12~24개월 치에 해당하는 규모다. 향후 주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82억 달러(약 12조 원) 규모의 전환사채 상환을 위해 추가 유동성이 필요해질 수 있다.

    김승민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스트래티지는 상징적 위상이 크다 보니 지수 편출이 현실화하면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수 편출과 주가 폭락, 전환사채 만기 도래, 현금 상환 필요 등 여러 조건이 동시에 맞아떨어져야 비트코인 매각이 발생하는데 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김 센터장은 최근 비트코인 가격 흐름에 대해 “뚜렷한 악재 없이 나온 조정이라서 며칠간 이어진 반등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며 “특히 12월 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긴축 종료,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포트폴리오 내 가상자산 4% 편입 권고’, 2026년 상반기 예정된 대규모 세금 환급 뉴스 등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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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원 기자

    윤채원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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