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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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그룹’ 걸셋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5-11-2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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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곡 ‘리틀 미스(Little Miss)’를 발표한 걸그룹 걸셋(GIRLSET). JYP엔터테인먼트가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결성한 팀이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신곡 ‘리틀 미스(Little Miss)’를 발표한 걸그룹 걸셋(GIRLSET). JYP엔터테인먼트가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결성한 팀이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리듬앤드블루스(R&B)의 유려함이 엿보이는, 조금은 음울한 비트가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않고 흘러간다. 걸셋(GIRLSET)의 두 번째 싱글 ‘리틀 미스(Little Miss)’다. 

    JYP엔터테인먼트의 4인조 걸그룹인 걸셋에겐 특이한 점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는 한국 출신 멤버가 없다는 점이다. 올해 무서운 유망주로 부상한 하이브의 캣츠아이(KATSEYE)와 유사하다. 흔히 ‘현지화 그룹’이라고 부르는 형태인데, 이 표현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한국 지역성을 덜어냈다는 면에서는 ‘글로벌 그룹’이 더 마땅해 보이기도 한다. 사실 걸셋은 2023년 비춰(VCHA)로 데뷔했다가 멤버 재편과 리브랜딩을 거쳐 8월 싱글 ‘커마스(Commas)’로 재데뷔했다.

    ‘리틀 미스’에는 향수를 느끼게 하는 구석이 제법 있다. 무선호출기나 2G 휴대전화 광고로 써도 좋을 듯한 Y2K(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스타일 티저, 16:9와 4:3을 오가는 뮤직비디오 화면 비율, 오래된 홈비디오 촬영을 연상케 하는 흔들리는 화면, 도로를 막아둔 게토의 풍경과 농구공 같은 것들이 그렇다. 

    사운드도 2000년 무렵 힙합과 R&B의 좀 거창하고 긴박한 무드를 기반에 두고 여러 이야기를 툭툭 던지는 듯한 멜로디를 들려준다. 후렴으로 들어설 준비를 하는 프리코러스(pre-chorus) 대목에서는 ‘그때 그 시절’ R&B의 포근하고 매끄러운 질감이 느껴진다. 은근한 긴장 속에 화음이 톡톡 터져 나오는 순간들이 매력적이다. 

    한국 지역성 덜어낸 신인 아티스트

    새출발하는 아티스트에게는 달갑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걸셋을 비춰와 비교하지 않기란 어렵다. 과거 비춰는 세계시장을 향해 “이게 요즘 핫한 K팝이라는 건데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에 비해 걸셋은 한국이나 K팝을 별로 세일즈하지 않는다. 뮤직비디오 오프닝에서 걸셋 멤버들이 커다란 유리상자에 담겨 배송되는 장면이 나오는 게 그나마 한국적이라고 할까. ‘리틀 미스’는 ‘세계인을 위한 새로운 K팝 그룹’이라는 표정을 보이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글로벌 팝시장 일원으로서 한 기획사가 제작한 신인 아티스트를 보여주는 듯하다. K팝 시장 속 ‘글로벌 그룹’으로서 정체성도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과거에 비해 훨씬 거칠고 도발적으로 바뀐 멤버들의 표정과 음악적 연출도 K팝의 표현 범주 안팎으로 넘실거린다.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2025년은 캣츠아이와 걸셋이 K팝을 바꾸기 시작한 해로 기록될지 모른다. 이들이 안과 밖에서 어떻게 K팝에 새로운 얼굴을 부여할지 기대하며 지켜볼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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