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스1]
최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과 성격 차이를 이유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결국 소송전으로 비화했다. 당초 이혼에 응하지 않겠다던 노 관장 측은 2019년 입장을 바꿔 반소(反訴)를 제기했다. 노 관장은 위자료 3억 원, 재산분할금 명목으로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50%를 요구했다. 1심 재판부는 “SK㈜ 주식은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 현금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 관장 측 “여성의 역할·가치 전면 부인” 반발
1심 판결에 대해 노 관장은 1월 초 법조 전문매체와 인터뷰에서 “판결이 이렇게 난 것이 창피하고 수치스럽다” “수십 년을 함께한 배우자로부터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받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쫓겨나는 선례를 만들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노 관장은 당시 판결을 “여성의 역할과 가치를 전면 부인”한 결과라고 규정하며면서 “이 판결로 갑자기 시계가 한 세대 이상 뒤로 물러났다”며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그는 “여성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고 싶다” “지키고 싶은 것은 돈보다 가정의 가치”라고도 말했다. 당초 재판의 쟁점은 특유재산을 인정할지 여부였는데, 노 관장 측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를 여성 권리를 위한 투쟁으로 규정한 것이다.이에 대해 서초동 한 가사 전문 변호사는 “재산분할 소송의 본질은 어느 쪽이 더 많은 재산을 가져갈지 다투는 속된 말로 ‘쩐의 전쟁’”이라면서 “1심에서 사실상 완패한 노 관장 측이 소송을 ‘여성권 수호를 위한 성전(聖戰)’으로 프레임화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 관장이 1심 판결 후 소송 대리인을 전면 교체한 배경과 그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초 노 관장은 전주지법원장,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을 지낸 한승 변호사 등 10여 명으로 변호인단을 꾸렸으나 현재 이들은 모두 물러났다. 이후 노 관장은 경제법·기업지배구조 전문가로 꼽히는 서정 변호사, 송성현 변호사와 서울서부지법원장을 지낸 김기정 변호사 등을 선임해 변호인단을 구성한 상태다.
그런데 대리인단 재편 과정에서 노 관장 측이 ‘재판부 쇼핑’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초 이혼소송 사건 항소심은 서울고법 가사3-1부에 배당됐는데, 노 관장이 재판장의 매제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재판부 친인척이 연관된 법무법인이 관련 사건을 수임할 경우 회피 신청을 하게 돼 있다. 가사3-1부는 재판부 재배당 신청을 했고 사건은 가사2부에 재배당됐다. 이에 대해 서초동 한 변호사는 “불미스러운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새 재판부는 출발부터 부담을 안게 됐다”며 “재판부 변경이 노 관장 측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K, 노소영에 “계약 종료 미술관 비워달라” 소송
최 회장과 노 관장의 둘째딸이 5월 15일 재판부에 탄원서를 낸 것을 시작으로 16일에는 막내아들, 17일에는 큰딸까지 세 자녀가 모두 하루 간격으로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혼소송이 5년 넘게 진행된 현 시점에 세 자녀가 탄원서를 낸 이유와 내용에도 관심이 쏠린다.다만 법조계에선 자녀들의 탄원서가 이혼소송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이번 재산분할 소송의 핵심 쟁점은 특유재산 인정 여부기 때문에 자녀들의 탄원서가 오랜 시간 수집한 증거와 법리를 기반으로 내린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은 부동산 관련 송사로까지 번졌다. SK이노베이션은 노소영 씨가 관장으로 있는 미술관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4년 전 임대차계약이 끝났으니 공간을 비워달라”며 4월 14일 서울중앙지법에 부동산 인도 등 청구소송을 냈다. 아트센터 나비는 노 관장의 시어머니 고(故) 박계희 여사가 운영하던 워커힐미술관의 후신으로, SK이노베이션이 관리하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4층에 입주해 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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