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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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대응, 홍수 났는데 인명구조원 두세 명에게 마을 맡긴 꼴”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재난 대응 사무·지휘권 엇갈려 현장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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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2-11-1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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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동아DB]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동아DB]

    “마을에 홍수가 났는데 인명구조원 3명에게 마을 사람을 다 구하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다. 홍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댐을 마련하거나 마을 사람들을 사전에 대피시켜야 했다. 도시 재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서울 이태원에서 보호체계가 무너졌으니 경찰이 비판받아야 하는 것은 맞다. 다만 사고 당시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상태로 보인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가 11월 8일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해 내놓은 진단이다. 이 교수는 경찰대 출신으로 현장 실무와 이론에 두루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행정안전부가 이태원 참사 이후 설립한 범정부 다중밀집 인파 사고 예방 태스크포스(TF) 소속으로, 이번 사고 대응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번 사안을 ‘도시 재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당초 재난 대비가 안 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얘기다. 이 교수는 재난 대비라는 댐이 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초동대응마저 적절치 못해 참사가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전 ‘압사’ 13번 언급됐지만…

    10월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10월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지역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이태원 참사 발생 전 경찰이 위기 상황에 대한 신고를 10여 차례 받았던 사실이 112 녹취록 공개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10월 29일 오후 6시 34분 첫 신고를 시작으로 사고가 발생하기까지 총 11번 신고가 들어왔다. 당시 ‘압사’라는 단어만 13번 언급됐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압사당하고 있다. 아수라장이다” “대형사고 일보 직전이다” 등 현장 상황을 전하는 진술도 반복적으로 나왔다. 경찰청은 서울용산경찰서를 대상으로 사고 당시 ‘112 출동 매뉴얼’이 지켜졌는지 감찰하고 있다. 용산서는 11건의 관련 신고 중 4건만 출동했다. 6건은 전화 상담 후 종결했고 1건은 불명확으로 처리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용산서는 ‘112 출동 매뉴얼’에 따라 대응했다는 입장인데.

    “종결 7건에 대한 경찰 측 판단을 인정하더라도 나머지 4건의 출동이 실효성 있는 조치로 이어지지 않았다. 당일 이태원 파출소에 11명만 근무자로 배치된 상황이었는데, 사실 그게 더 큰 문제다. 홍수가 났는데 인명구조원이 두세 명 있는 상황과 다름없지 않나.”

    경찰력 배분에서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사고 당일 경찰 136명이 이태원에 배치됐다고 하는데 이 중 사복 경찰은 현장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136명이 동시에 배치된 것도 아닐 테다. 사전에 대비하지 않았고 홍수가 난 다음에 현장에서 허우적거리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물론 경찰이 재빨리 상황 판단을 해 기동대 등을 배치했으면 결과가 지금과 달랐을 수도 있다. 경찰 업무 내 우선순위에서 핼러윈 축제 경비가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경찰력에 여력이 없었을 수도 있다. 대통령 경호 경비, 서울역 집회 등 다른 업무 때문에 과부화가 난 경우다. 물론 경찰이 담당 기관인 만큼 비판을 면할 수는 없다.”



    서울청 상황실의 ‘지휘 부재’가 주요 문제로 지적된다.

    “오후 6시 34분을 기점으로 동일한 신고가 반복됐는데 서울청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문제다. 상황관리관이 부재한 점도 문제지만, 상황실에는 상황팀장도 있다. 위험 상황에서 심각한 내용의 신고가 반복적으로 접수된 만큼 경찰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여지가 있었는데 안이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청은 소방으로부터 전화를 받고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지만, 112 신고와 일선 경찰서의 요구에 대해서는 왜 이같이 대응했는지 알아봐야 한다. 서울청이 사전에 예비대를 구성하거나 기동대를 배치하는 등 대처할 수 있었던 만큼 아쉬움이 남는다.”


    “매뉴얼 탓할 상황 아니다”

    이 교수는 “도시 재난적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볼 때 서울시 역시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시 차원에서 사전에 도시 재난에 대비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경찰법 제4조에 따르면 안전사고 및 재해·재난 시 긴급구조 지원은 자치경찰 사무로 분류된다. 이 교수는 “서울시와 용산구는 다중 압사 사고 전 미리 사전 대응을 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유의 사태인 만큼 대처가 어려웠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서울연구원은 2016년 이미 ‘신종 대형 도시재난 전망과 정책방향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유사 상황을) 예상해놓은 상태였다. (대응책도) 미리미리 준비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1차 둑이 무너진 상황에서 경찰의 초동대응마저 연이어 무너져 사태를 키웠다. 용산구 조례든, 서울시 조례든 (인파가 몰리는 상황을) 예측해 일정한 대비, 대응을 하도록 돼 있다. 경찰 역시 2017년 관련 매뉴얼을 준비해놓았다. 매뉴얼을 탓할 상황이 아니다. 종이는 사무실에 있고 현장에서 행동이 없었던 상황이다.”

    다중밀집 인파 사고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까.

    “자치경찰 강화로 나아갈 것인지, 국가경찰로 되돌아갈 것인지 빨리 결정해야 한다. 재난 관련 지원 사무는 자치경찰 업무인데, 상황을 통제하고 전파하는 112 상황실은 국가경찰 업무다. 서울시 입장에서도 재난 대비가 관할 사무지만 경찰에 대한 지휘권과 감독권이 온전하지 않다. 현장에서 혼동이 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둘째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경찰을 ‘지원기관’으로 분류했는데, 경찰의 역할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112 상황실 첨단화가 필요하다.”



    최진렬 기자

    최진렬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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