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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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망측 별종 편견 거둘 수 있나

동성결혼 논란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3-06-17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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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상망측 별종 편견 거둘 수 있나

    6월 1일 서울 마포구 ‘걷고 싶은 거리’에서 열린 제14회 퀴어 문화축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동성애자와 성전환자 등 성적소수자의 인권문제가 우리 사회에서도 무시 못 할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한 유명 영화감독의 동성결혼 발표가 화제가 됐다. 자기와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차별해선 안 된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이해는 한 사회의 선진과 후진, 문명과 반(反)문명, 성숙과 미성숙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06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허용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성의 결정은 생물학적 요소와 정신적·사회적 요소를 종합해 고려해야 하고, 성전환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으므로 성전환자는 출생 시와 달리 전환된 성이 그의 성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이듬해 대법원은 이렇게 판례로 밝힌 기준을 구체화하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허가 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을 만들면서, 허가 요건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아 (생물학적 성별과) 반대 성으로서의 외부 성기를 포함한 신체외관이 바뀌었음이 인정될 때’ 등을 명시했다. 따라서 성전환자가 성기 성형수술까지 받지 않고 기존 성을 제거하는 수술만 했다면 위 지침에 정한 허가 요건을 충족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008년 11월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며 위 지침의 개정 또는 폐지를 권고했다. 당시 인권위는 “성전환자 가운데 절반은 월 70만 원 이하 수입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성전환 희망자는 대부분 최소 수천만 원에서 1억 원에 이르는 수술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성전환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성기 수술을 성별 정정 조건으로 삼은 것은 과도하다”고 봤다.

    2006년 실시한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에서도 성전환자의 평균 부채가 4000만 원이었고 비용 문제로 수술을 주저한다는 응답자가 79.2%에 달했다. 인권위는 이 밖에도 ‘만 20세 이상일 것’ ‘혼인하지 않았을 것’ ‘자녀가 없을 것’ ‘병역의무를 이행했거나 면제받았을 것’ 등을 요건으로 정한 것도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개정 또는 폐지를 권고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법원 지침이 아닌 입법으로 규율해야 할 사항이라며 “특별법을 마련해 조속히 시행할 것”을 국회의장에게도 권고했다.



    3월 서울서부지법은 성전환을 하고 기존 성 제거 수술은 했으나 고비용과 위험 부담 때문에 성기 성형수술을 받지 못한 A(49) 씨 등 성전환자 5명이 ‘법적 성별을 남성으로 바꿔달라’며 낸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A씨는 여성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10대 때부터 남성으로서의 성 정체성을 당연시해왔다. 1990년부터 유방과 자궁을 절제하는 수술을 잇달아 받고 남성호르몬 요법도 받은 A씨는 덥수룩한 수염과 굵은 목소리, 다부진 체격을 가졌다. 20여 년을 함께 산 아내도 있다. 물론 혼인신고는 못 했다. ‘2’로 시작하는 주민등록번호 때문에 이력서를 요구하는 회사에는 취직할 수 없어 임시직을 전전했다. 신분증을 보여줄 때마다 불편한 시선과 질문을 감당해야 해서 투표장 가는 것도 매번 포기했다.

    성전환자 성별 정정의 전제조건으로 성기 성형수술을 요구하는 나라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다. 우리 법은 여전히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일대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특히 성적소수자에 대해서는 ‘괴상망측한 사람’이란 편견에서 벗어나 ‘성적 취향과 지향이 다른 사람’일 뿐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할 것으로 본다. 다수가 소수를 배려함으로써 결국 차별이 사라지는, 따뜻하고 포근한 공동체를 소망한다. 꾸준한 걸음은 결국 길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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