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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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금융투자로 10억 원 손실

“명도소송 때문에 미술관 폐관?”… 재무제표 들여다보니 이례적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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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3-11-21 17: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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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스1]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스1]

    최태원 SK회장과 6년째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근 언론을 통해 연이어 심경을 토로하면서 장외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1심에서 법원은 노 관장의 이혼 청구를 인용해 1억 원의 위자료와 665억 원의 재산분할을 판결했다. 양측 모두 1심의 이혼 판결은 받아들였으나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50%를 요구하며 항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막바지에 이른 상태다.

    노 관장은 11월 16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SK이노베이션과의 계약 종료로 인한 명도소송에 의해 미술관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하면서 “개인과 기관 활동은 다른 건데 불합리를 겪고 있다”고 눈물까지 보였다. 이혼 소송 때문에 본인의 미술관 운영마저 SK로부터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여론에 호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아트센터 나비의 결산보고서상 재무제표 등에 따르면 노 관장의 이런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황이 다수 등장한다. 우선 대규모 금융투자 손실이 꼽힌다. 21일 아트센터 나비 재무제표에 따르면 이 미술관은 지난해 자금 운용 과정에서 대규모 적자를 내는 등 1년 만에 순자산의 약 14%인 23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자료: 아트센터 나비 공익법인 결산서류

    자료: 아트센터 나비 공익법인 결산서류

    적자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예술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투자’ 부분에서 발생한 막대한 부실이다. 공익법인으로서 비상식적인 금융 손실이 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미술관이 본연의 예술 사업보다는 금융투자에 집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트센터 나비는 지난해 ‘금융상품 손실’과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환차손’으로 약 10억 원을 날렸다.

    이런 상황 때문에 업계에서는 아트센터 나비가 평가액 등락이 큰 고위험 투자상품에 투자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공시 내용상 미술관이 보유한 주식이 없는 데다 일반적인 현금성 자산 상품(예적금, 채권)으로는 큰 폭의 손실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아트센터 나비의 한 해 공익목적사업(예술 진흥, 교육 등) 규모가 5억 원 정도에 불과한데 어떻게 큰 손실이 발생한 대규모 ‘금융투자’를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문화예술 단체는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영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미술관이자 공익법인이 하이리스크 상품에 투자하는 건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아트센터 나비는 국내 대부분의 미술관에 비해 자산 규모가 매우 큰 편이다. 삼성, LG연암, 한화, 대림문화재단 등 다른 재벌가의 공익법인은 목적 사업 외의 대규모 투자 손실이나 해외 투자에 따른 환율 차손이 발생하지 않았다.

    “직원 해고 불가피? 쌓아둔 현금만 임금 10년 치”

    현재 아트센터 나비는 SK 본사 사옥인 서린 빌딩 4층에 입주해있고 2019년 임대차 계약이 종료된 상태다. 노 관장 측은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서린빌딩 명도소송에 대해 “미술품을 둘 곳도 없고, 죄 없는 직원들도 모두 해고해야 한다”라고 심경을 토로하며 대중의 동정을 샀다.

    그러나 재무제표 확인 결과 아트센터 나비는 현재 100억 원에 달하는 현금과 경복궁 인근에 단독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자산규모가 큰 아트센터 나비가 다른 장소를 임차하게 된다고 해서 노 관장의 호소처럼 ‘직원을 해고할 정도의 어려움’을 겪게 될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명도소송과 직원 해고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을 뿐 더러 곳간에 쌓아 둔 현금성 자산만으로도 앞으로 10년 이상 직원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목적사업은 대부분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고 결산보고서상 급여를 받는 직원은 16명으로, 고정성 인건비는 연간 7억 원 수준이다.

    또한 ‘미술품을 둘 곳 없다’는 노 관장의 주장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미술관의 소장품으로 등록된 미술품들은 최태원 회장이 어머니인 고 박계희 여사로부터 상속받은 것으로, 아트센터 나비가 아닌 경기도의 한 전문 수장고에서 우란문화재단의 관리를 받으며 보관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트센터 나비가 23년간 직접 구매해 소장한 ‘미술품’ 자산은 총 1억4600만 원 수준이며 대부분 보관 장소를 차지하지 않는 미디어 영상 작품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 관장 측은 사회에 기여한다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아트센터 나비의 활동을 지켜보면 미술관이 이혼 재판을 위한 여론전의 소품으로 전락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평소 아트센터 나비는 이벤트성 행사 외에는 전시를 보기 위해 미술관을 방문하는 일반인이 거의 없었는데 이혼 재판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최근 들어서는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국민 세금이 수익의 대부분인데 비용 집행은 ‘깜깜이’

    또 정부 보조금 집행을 둘러싼 경영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아트센터 나비의 수익 95%가 ‘정부 보조금’이었다. 총 수익이 5억8000만 원이었는데, 이 중 보조금이 5억5000만 원이었고, 기타 매출은 3000만 원에 불과했다.

    정부 보조금 집행 내역을 좀 더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트센터 나비는 정부 보조금을 ‘기타 인력비용’으로 약 3억 원, ‘기타(잡비 성격)’로 8000만 원을 썼다고 신고했다. 용역비, 지급수수료, 업무추진비 등 보다 명확히 알 수 있는 항목으로 신고한 비용은 1억 원에 불과했다. 특히 아트센터 나비는 구체적인 항목 확인이 어려운 ‘운영 잡비’로 2021년과 2022년 2년간 5억4000만 원을 썼다. 직전 2년에는 2100만 원 지출에 불과했던 항목이다.

    금융상품 손실 등 재무제표와 관련된 여러 의문점에 대해 노 관장 측은 “사실관계가 다른 내용이어서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어떤 내용이 사실관계가 다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SK 측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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