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주최로 4월 10일 개최된 ‘발효 및 가공식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문가 포럼’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관객 없이 진행됐다. [박해윤 기자]
“지중해식 다이어트 연구 논문은 수천 편이 넘습니다. 우리도 분발해 전통 발효식품 연구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이해정 가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고추장아이스크림, 된장파스타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우리 전통 발효식품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가 계속된다면 시장은 넓어질 것입니다.”(명욱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
김치는 항비만 효능, 된장은 당뇨 예방
포럼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성원 동아일보 출판국장, 김미옥 충북6차산업활성화 지원센터장, 국회 농림축산식품 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미래한국당 정운천 의원, 이해정 가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효재 제이네추럴에프앤비 대표, 구자홍 주간동아 차장(왼쪽부터). [조영철 기자]
1세션 발제자로 나선 이해정 교수는 ‘국내 발효가공식품의 현주소’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1인 가구 증가로 200g 이하 소포장 제품이 날로 많아지고 치즈와 요구르트, 막걸리 섭취량이 늘고 있다. 반면 된장, 간장 같은 전통 장류의 소비는 감소 추세. 김치 판매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산 김치’ 점유율이 높아지는 것은 국내 농가가 대응해야 할 과제다. 이 교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 조사에서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는 여전히 부동의 1, 2위”라며 “어린이집 급식 등을 통해 어려서부터 전통 발효식품을 접하는 기회를 늘리고,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국산 전통 발효식품의 우수성도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 식품 산업 육성은 주요 정책 과제”
포럼의 기조 발제에 나선 이해정 가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와 명욱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의 발제문. [박해윤 기자]
2세션에서 명욱 교수는 ‘해외 전통주 성공 사례로 본 발효식품 마케팅 전략’을 주제로 기조 발제를 했다. 명 교수는 “2만 원인 쌀 10kg을 즉석밥과 떡으로 가공하면 각각 10만 원과 12만5000원이지만, 술로 가공하면 21만3000원으로 그 가치가 배로 커진다”고 언급하고 발효식품으로서 술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실제 일본, 중국, 대만, 인도 등 아시아 각국은 다양한 마케팅 전략으로 자국 농업과 술 산업을 동시에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명 교수는 “일본은 고구마 품종을 다양하게 개량해 고구마 농업과 고구마소주 산업을 동시에 키워냈으며, 대만은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같은 추운 지역에서만 생산된다’는 고정관념을 뒤엎고 열대과일맛 위스키 카발란(Kavalan)을 성공시켰다”고 소개했다. 그는 “자국 농업에 기반한 지역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다품종 소량생산해 고급 이미지를 확보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도 조언했다.
이 포럼에는 이용직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식품산업진흥과장, 김미옥 충북6차산업활성화지원센터장, 문성훈 ㈜오미나라 부사장, 이효재 제이네추럴에프앤비 대표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 과장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공무원의 대외 활동을 삼간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전화 연결로 참석했다. 그는 “전통 식품 산업 육성은 농식품부의 주요 정책 과제”라며 “현재 식품명인 인증, 전통 식품 산업대전 개최, 서울 강남역 부근 한국전통식품문화관 ‘이음’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통 발효식품 산업 현장에서 뛰고 있는 당사자들은 다양한 제언을 쏟아냈다. 김미옥 센터장은 “최근 농촌관광을 하려는 농가가 많이 늘었다”며 “정부가 6차산업 사업자 인증제 홍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6차산업 사업자 인증제란 ‘농촌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역 농산물로 식품 및 가공품을 제조, 판매하거나 농촌 자원을 활용해 체험관광 상품을 운영하는 농업법인 등을 정부가 인증하고 이들을 육성·지원·관리하는 제도다. 국내 최고가 전통주로 유명한 오미자 브랜디 ‘고운달’을 제조·판매하는 오미나라의 문성훈 부사장은 “지역 농산물로 만든 술은 원가가 높은데, 세금이 판매가격과 연동되는 종가세(從價稅)이다 보니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며 “농업 육성 차원에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에 정책적 배려가 있다면 활로가 보일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국산식품을 수출하고 있는 이효재 대표는 “해외 수출에 앞서 현지에서 상표 등록을 해야 하는데, 소규모 농가나 업체의 경우 그 비용이 부담된다”며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된다면 케이푸드(K-food)의 해외 진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6월 초 서울광장에서 우리 농산물 알린다
축사를 하고 있는 정운천 의원. [박해윤 기자]
한편 동아일보와 주간동아는 캠페인의 후속 행사로 홈페이지에 지역 농특산물을 소개하는 ‘우리 농산물 널리 알리기’ 코너를 개설하고, 6월 초 서울광장에서 예정된 ‘제8회 한국축제&여행박람회 K-페스티벌’에도 지역 농특산물 소개 코너를 별도로 마련해 서울 등 수도권 소비자에게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