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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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뒤 캐면 징역 산다!

간통죄 폐지 후 달라진 이혼 풍경…불륜 증거 잡아봤자 무용지물, 재산 분할에 집중해야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입력2015-11-23 1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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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자 뒤 캐면 징역 산다!

    형법상 간통죄가 있을 때는 이혼 과정에서 유리한 지위에 서고자 배우자의 불륜 현장을 경찰과 함께 ‘덮쳐’ 증거를 수집하는 일이 많았다. 영화 ‘바람 피기 좋은 날’의 한 장면.

    2월 헌법재판소가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많은 남편과 아내가 고민에 빠졌다. 간통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이상, 예전처럼 경찰과 동행해 배우자와 내연녀(남)의 간통 현장을 ‘덮치고’ 합법적으로 증거를 확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후 변호사사무실과 이혼컨설팅업체, 법률구조기관, 이혼 관련 상담소 등에는 배우자의 불륜 증거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고심하는 이들의 도움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반대로 배우자가 심부름센터 등을 통해 수집한 증거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해 묻는 이도 많다.

    40대 초반 김모 씨는 “지방에서 직장을 다니는 남편과 어느 날 통화하고 인사까지 다 했는데 전화가 끊기지 않았다. 그때 수화기 너머로 남편이 어떤 여자와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더라”며 “두 사람이 마치 살림을 차린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이걸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이라며 상담소를 찾았다. 50대 초반 이모 씨는 “남편이 내 불륜 증거를 갖고 있다며 이혼을 요구한다. 심부름센터를 통해 뒷조사를 한 것 같은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며 역시 상담소를 찾았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아버지가 불륜을 저지른 것 같은데 내연녀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가 증거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 20대 여성의 글도 올라와 있었다. 이 여성은 ‘아버지 명의로 된 휴대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 송수신 목록을 어머니가 통신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지’ 등도 함께 물었다.

    가정 고민 해결, 24시간 비밀 상담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심부름센터 등을 통해 배우자의 뒷조사를 했다가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경찰청은 2013년 1월부터 6개월간 심부름센터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실시해 특정인의 소재와 연락처 등 개인 사생활을 불법으로 조사한 행위(27건·전체의 68%),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누설 또는 제공하거나 제공받은 행위(7건·18%), 피해자의 동의 없이 차량 등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위치정보를 수집한 행위(5건·12%) 등을 적발했다. 심부름센터에 이런 행위를 의뢰한 이도 교사범으로 처벌했다. 당시 경찰 수사에 따르면 의뢰자 가운데는 여성(60%)이 많았고, 직업별로는 주부(34%)가 가장 많았다.



    본인이 직접 증거를 수집해도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30대 후반 정모 씨는 남편과 갈등으로 별거하던 중 남편 혼자 생활하는 집에서 낯선 여자가 드나든 흔적을 발견하고 안방에 음성인식 녹음기를 설치했다. 이후 녹음 내용을 불륜 증거물로 삼아 이혼소송을 냈다. 그러나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남편으로부터 도리어 통신비밀보호법(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 위반으로 고소당해, 결국 고소 취하를 조건으로 위자료 없이 합의이혼을 했다.

    배우자 뒤 캐면 징역 산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적발하는 방법으로 위치추적기 사용법을 안내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이에 대해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을 지낸 이명숙 변호사는 “이혼 과정에서 위자료를 좀 더 받고자 불법적인 수단까지 동원해 증거를 확보하는 일은 실익이 없다. 불법으로 취득한 자료를 이혼소송에서 증거로 냈다가는 상대방에게 역고소를 당해 형사처벌을 받거나 손해배상을 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우리나라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 액수가 통상 1000만~3000만 원 수준으로, 배우자의 부정을 입증해 받는 위자료보다 오히려 심부름센터에 지불하는 비용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이혼 시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위자료보다 더 중요한 건 재산을 어떻게 분할하느냐 하는 점인데, 재산 분할 액수는 법원이 결혼생활 동안 부부 쌍방이 재산 형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분석해 결정하기 때문에 배우자의 부정행위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문제는 온·오프라인에는 ‘절대 비밀 보장, 가정 고민 해결, 증거 수집, 24시간 비밀 상담’ 등을 내세우며 불법행위를 부추기는 심부름센터가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혼컨설턴트를 자처하며 갖가지 불법적인 수단으로 이혼에 유리한 증거자료 수집 방법을 조언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법조계에 따르면 ‘안전한 불법’은 없다. 배우자 소유 자동차나 스마트폰에 위치추적 장치를 몰래 설치했다가는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스마트폰 잠금장치 패턴과 비밀번호를 알아내 메신저나 e메일을 훔쳐보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침해행위) 위반으로 역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만약 배우자의 사생활이 담긴 e메일 혹은 휴대전화 메시지 내용을 빼돌린다면 정보통신망법(비밀보호 조항) 위반에 해당돼 침해행위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배우자의 스마트폰에 통화내용 도청과 녹음, 메신저 대화 내용 훔쳐보기 등의 기능이 탑재된 이른바 ‘스파이앱(또는 도청앱)’을 몰래 깔면 정보통신망법(악성프로그램 전달·유포 금지)에 해당한다. 타인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면 통신비밀보호법상 불법감청에 해당해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배우자 소재나 사생활을 몰래 조사하는 행위도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죄다. 배우자의 주민등록번호를 몰래 사용하면 주민등록법 위반이 되고, 내연녀(남) 집에 몰래 들어가면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

    “법원이 최고 심부름센터”

    변호사들은 최근 법원이 이혼소송 과정에서 간통 현장 증거자료가 없어도 이혼 사유가 되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추세인 만큼, 위험을 무릅쓰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혼소송을 낸 뒤 법원에 사실조회 신청을 하면 배우자의 통화기록, 카드명세 등을 합법적으로 조회할 수 있다. 만약 카드명세서에 2인 이상의 항공기표가 결제된 기록이 있다면, 역시 법원을 통해 배우자의 출입국기록 사실증명을 받아 배우자와 그 옆 좌석에 누가 앉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불륜이 의심되는 상대와 여행을 간 것이 확인되면 역시 법원을 통해 여행사 자료를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배우자 소유 차량의 블랙박스, 하이패스 기록 등도 받을 수 있다.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내는 대신 내연녀(남)를 상대로 위자료(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만 할 때도 마찬가지로 법원을 통해 각종 자료를 모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명숙 변호사는 “배우자의 불륜 증거를 수집하느라 시간과 돈을 쓰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남편 또는 아내 재산을 정확히 파악해 자기 몫의 재산 분할 액수를 최대한 늘리는 게 낫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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