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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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회장,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 영풍-MBK 공세 막아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엎치락뒤치락… 법적 공방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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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입력2025-04-04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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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아연 주주들이 3월 28일 정기주주총회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고려아연 주주들이 3월 28일 정기주주총회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공세를 막아내고 고려아연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3월 28일 열린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 결과로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은 ‘11 대 4’(최윤범 회장 대 영풍-MBK 연합)가 됐다. 최 회장 측이 이사회 과반을 유지한 것이다. 1월 임시주총 의결권 싸움에서 영풍 손을 들어줬던 법원이 이번 정기주총을 앞두고는 최 회장 측에 유리한 판단을 내리며 주총 결과를 좌우했다.

    1월 임시주총서 영풍 손들었던 법원

    영풍은 이날 주총에서 신규 이사 17명을 이사회에 넣어 과반을 차지하려 했다. 고려아연 지분은 영풍-MBK 연합이 40.97%,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합해 34.35%를 가지고 있다. 지분 싸움에서는 영풍-MBK 연합이 우위에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주총에서 고려아연 지분 25.42%를 가진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근거로는 ‘상법상 상호주 규제’를 들었다.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 선메탈홀딩스(SMH)가 영풍 지분의 10% 이상을 차지해 고려아연이 SMH 지분을, SMH가 영풍 지분을, 영풍이 다시 고려아연 지분을 갖는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상법상 상호주 규제는 발행 주식 총수의 10%를 초과하는 주식을 서로 보유하고 있는 관계의 회사들이 상대 회사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다.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SMH→영풍→고려아연’의 순환출자 고리에 상법상 상호주 규제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최 회장 측은 1월 23일 열린 임시주총에서도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려 했다. 이를 위해 임시주총 전날인 1월 22일 영풍정밀 등 최 회장 측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33%를 고려아연의 또 다른 호주 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매각했다. 그 결과 임시주총은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된 채로 진행됐고 최 회장 측이 이사회를 계속 장악할 수 있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뉴시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뉴시스]

    하지만 영풍이 임시주총에서 의결권 제한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낸 가처분신청이 3월 7일 인용되면서 영풍-MBK 연합이 다시 유리한 위치에 서는 것처럼 보였다. 상법상 상호주 규제는 주식회사에 한정해 적용되는데, SMC는 유한회사이기에 상호주 규제가 적용될 수 없다는 영풍 측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이로써 이사 수 상한 설정,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 등 임시주총에서 가결된 의안 대부분이 효력을 잃었다.



    최 회장 측은 3월 정기주총을 앞두고 상법상 상호주 규제 적용을 다시 시도했다. 3월 12일 SMC가 보유한 영풍 주식을 SMH에 넘겨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한 것이다. SMH는 유한회사가 아닌 주식회사라서 상호주 규제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최 회장 측 주장이었다. 영풍-MBK 연합은 1월 임시주총 때와 마찬가지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취지의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최 회장 측 이사회 과반 유지

    법원 판단은 이전과 달랐다. 정기주총 전날인 3월 27일 법원이 영풍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며 최 회장 측이 정기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게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통해 3월 28일 정기주총은 영풍-MBK 연합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40.97% 중 25.42%의 의결권이 제한된 채 진행돼 최 회장 측에 유리한 결과로 끝났다. 이사 수 상한 설정, 이사 선임 등 의안 대부분이 원안대로 가결됐으며, 이사회 구성도 최 회장 측 우위 구도로 유지됐다.

    3월 정기주총은 최 회장 측 승리로 일단락된 모양새지만 영풍-MBK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 연합이 정기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 제한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에 대해 즉시항고를 한 상태이고, 임시주총 개최를 요구하며 이사회 장악을 계속 시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영풍-MBK 연합은 정기주총 종료 뒤 발표한 입장문에서 “(최 회장 측이) 반나절짜리 상법상 상호주 제한을 주장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연출됐다”며 “영풍의 의결권 제한으로 왜곡된 정기주총 결과에 대해 즉시항고와 효력정지 등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고, 법원에서 왜곡된 주주 의사를 바로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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