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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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플레이션 시대… 메모리는 AI 시대 가장 경쟁 치열한 자원”

SK하이닉스 ADR 상장, 삼성전자 구글 TPU 수주 기대감에 외국인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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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6-06-19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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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8일 종가 기준 삼성그룹 상장사 합산 시가총액은 2682조3698억 원, SK그룹 합산 시가총액은 2253조8160억 원을 기록했다. 뉴스1

    6월 18일 종가 기준 삼성그룹 상장사 합산 시가총액은 2682조3698억 원, SK그룹 합산 시가총액은 2253조8160억 원을 기록했다. 뉴스1

    미국-이란 전쟁이 사실상 종식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주가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이르면 7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되고, 삼성전자가 구글 텐서처리장치(TPU) 생산을 수주할 것이라는 관측도 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달 두 회사 주식을 순매도했던 외국인투자자 역시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미국 투자은행(IB) 등 전문가들은 메모리 시장이 2027년 이후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ADR 상장 임박, SK하이닉스 재평가 기대

    SK하이닉스는 6월 18일 전 거래일 대비 6.51% 상승한 268만5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SK그룹 상장사 합산 시가총액은 종가 기준 2253조8160억 원으로, 2682조3698억 원을 기록한 삼성그룹을 바짝 뒤쫓고 있다. 이 중 SK하이닉스의 비중은 약 85%다.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만 296.60%에 이른다(그래프 참조).

    SK하이닉스의 미국 ADR 상장을 위한 절차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SK하이닉스는 6월 초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NDR) 일정을 마쳤고,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최종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7월 중순 상장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ADR은 미국 내 예탁 기관이 해외 기업 주식을 보관한 뒤 이를 바탕으로 발행해 뉴욕 증시에서 주식 같은 효력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한 증서다. ADR 상장이 이뤄지면 글로벌 투자자들도 간접적으로 SK하이닉스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뉴욕 증시에 입성하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에 편입돼 이를 추종하는 펀드 자금의 기계적 유입도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신주 발행으로 기존 주식 희석 효과가 발생한다는 문제를 제기하지만 글로벌 기관의 유동성 공급이 이를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 대비 현저한 저평가가 즉각적으로 줄어들고, 글로벌 투자자의 저변을 넓혀 패시브펀드 편입 수급으로 재평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IB BNP파리바가 6월 3일(이하 현지 시간) 낸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1배로 마이크론 10.8배, 샌디스크 10.3배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6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돼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268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역대 최고 마감가를 기록했다. 뉴시스

    6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돼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268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역대 최고 마감가를 기록했다. 뉴시스

    빅테크가 찾는 삼성 파운드리

    아직 PER이 7배 수준인 삼성전자 역시 호재를 맞았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의 6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구글이 2028년 양산할 자체 인공지능(AI) 칩인 ‘10세대 TPU 프로세서’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연결하는 핵심 부품인 ‘메모리 입출력(I/O) 다이’의 위탁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야후파이낸스는 6월 16일 구글이 TPU 생산과 관련해 삼성전자와 실무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빅테크와의 협업을 늘리며 부활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테슬라와 165억 달러(약 24조97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AI6 칩 생산계약을 맺은 데 이어 10월 AI5도 추가 수주했다. 퀄컴, AMD도 삼성전자와 2㎚ 파운드리 협력을 논의했으며, 앤트로픽 AI 칩 생산 가능성도 거론된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들어가는 언어처리장치(LPU) 역시 삼성전자가 생산하고 있다. 

    빅테크들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TSMC 의존율을 낮추기 위해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72.3%로, 2위 삼성전자(6.5%)의 11배 수준이다. TSMC 단일 공급망에 의존할 경우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병목 현상에 부딪칠 수 있다. 구글과 삼성전자의 협업 가능성을 보도한 디인포메이션은 “삼성전자가 가장 주목받는 분야인 2㎚ 공정에서 제조 역량을 입증할 기회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이로써 수년째 적자를 기록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전망도 점차 밝아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비메모리 부문이 올해 4분기 흑자로 전환해 내년에는 1조9070억 원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영대 스터닝밸류리서치 대표는 “비메모리 부문 흑자 전환 속도는 메모리에 비해 더디지만, 메모리 사업부에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현금이 차세대 파운드리 투자를 안정적으로 떠받치는 구조라 대형 수주 성공 시 주가를 한 단계 레벨 업할 잠재적 업사이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사를 지탱하는 메모리 전망도 여전히 밝다. 모건스탠리는 6월 2일 “AI 인프라 병목 현상에 따른 메모리 공급 부족이 거시경제적 우려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는 내용의 칩플레이션(Chipflation: AI 칩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관련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칩플레이션은 메모리 칩 가격이 시간이 지나도 저렴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비싸지며 구하기조차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만큼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강력해 IT 기기와 전자제품 등 소매시장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한때는 반도체 저승사자로 불리던 션 킴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최근 자사 팟캐스트에서 “전체 D램 수요에서 서버용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3년 37%에서 2028년 59%로 증가할 것이다. 또 낸드플래시 수요에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차지하는 비율은 18%에서 65%로 증가할 것”이라며 “AI가 가장 저렴한 자원이던 메모리를 가장 경쟁이 치열한 자원으로 바꿨다”고 평가했다. 마이크론 목표주가를 660달러에서 1500달러(약 227만 원)로 대폭 높인 크리시 산카르 TD코웬 애널리스트도 “전형적인 D램 사이클이었다면 지금쯤 주가는 정점에 가까워졌겠지만, AI에서 메모리 역할은 주기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라며 “중앙처리장치(CPU) 수요가 늘어나 메모리 가격 강세가 올해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7월 반도체 안도 랠리 전망”

    5월 국내 증시를 떠났던 외국인투자자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를 전후해 복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월 5일부터 2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76조 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운 외국인투자자는 6월 12일 순매수로 돌아선 뒤 3거래일 연속 유가증권 시장에서 4조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우선주 포함)를 각각 2조5589억 원, 701억 원어치 사들였다. 3거래일간 삼성전자는 14.7%, SK하이닉스는 13.4% 상승해 ‘34만 전자’와 ‘230만 닉스’를 달성했다(그래프 참조). 메모리 시장을 삼분하는 마이크론 주가도 고공 행진하고 있다. 6월 15일(현지 시간) 전 거래일보다 10.84% 상승한 1087.99달러에 장을 마쳤다.

    반도체 랠리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주가 상승에 가장 큰 걸림돌이던 미국-이란 전쟁이 사실상 끝났고 6월 24일(현지 시간) 마이크론을 시작으로 7월 초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잠정 실적 발표, 7월 말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 88조 원, SK하이닉스는 64조 원 수준으로 예측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종전 최고 영업이익률인 1분기 72% 기록을 갈아치울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는 “SK하이닉스 ADR 상장으로 글로벌 펀드 자금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통해 유입되고, 메모리 3사의 2분기 호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7월엔 반도체주가 안도 랠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투자자들의 기계적 리밸런싱으로 주기적 변동이 발생할 수는 있으나 반도체 업황 자체는 부정적 요소를 거의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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