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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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메신저 ‘귀하신 몸’

무료 앱에서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로 변신…‘와츠앱’ 인수한 저커버그도 가능성 인정

  • 문보경 전자신문 기자 okmun@etnews.co.kr

    입력2014-03-03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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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사람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것, 그것이 페이스북의 비전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2월 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이동통신산업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한 기조연설의 요지다. 직원 50여 명, 연간 매출 2000만 달러(약 210억 원) 기업인 ‘와츠앱’을 190억 달러(약 20조 원)에 인수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천문학적인 금액에 세상이 발칵 뒤집혔지만 저커버그 CEO는 “190억 달러는 전혀 비싼 가격이 아니며 와츠앱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와츠앱은 수익 모델이 거의 없긴 하지만 가입자 수를 고려하면 매우 소중한 서비스”라며 “와츠앱이 매출 압박을 받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분기까지 와츠앱 가입자를 지금의 2배인 10억 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와츠앱의 현재 규모나 성장성만을 놓고 볼 때 190억 달러는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은 것을 의식한 듯하다. 이번 빅딜이 그의 선견지명인지, 아니면 사상 최대 실수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모바일 메신저가 태풍의 핵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이 와츠앱을 인수하기 며칠 전,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이 모바일 메신저 겸 인터넷전화 애플리케이션(앱) 업체인 ‘바이버’를 9억 달러(약 9500억 원)에 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금액 자체는 와츠앱 인수가의 2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컸다.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회장은 “바이버를 활용해 메시지 서비스와 전자상거래 사업을 연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상거래 ‘태풍의 핵’

    스마트폰 무료문자 앱 정도로 인식되던 모바일 메신저가 이제는 비즈니스 모델로도 당당히 인정받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이 20조 원이란 거액을 들여 인수한 와츠앱은 일본 ‘라인’, 중국 ‘위챗’과 함께 세계 3대 모바일 메신저로 꼽힌다. 야후를 퇴사한 얀 쿰과 브라이언 액튼이 2009년 창립한 와츠앱의 월이용자 수는 4억5000만 명. 경쟁사와 달리 와츠앱은 다운로드 건수가 아닌 실사용자 기준이라는 점에서 현재 세계 최대 규모다. 성장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회사가 사용자 수 2억 명을 돌파하며 트위터 사용자 수를 넘어섰다고 발표한 것이 9개월 전이다. 그사이 2배 넘게 성장한 것이다.

    하루 평균 사용자는 1500만 명에 달하며, 하루 평균 문자메시지(SMS)는 100억 건이 웃돈다. 전 세계 문자메시지 사용량과 맞먹는다. 특히 인도와 멕시코, 브라질 등 남미 신흥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다. 이 지역에서 와츠앱 사용 빈도는 페이스북을 앞선다고 한다. 페이스북이 차세대 경쟁자를 미리 제거하는 차원에서 거액을 주고 인수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와츠앱이 이토록 많은 이용자를 보유할 수 있는 이유는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와츠앱은 iOS, 안드로이드, 윈도, 블랙베리, 심비안 등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는 모바일 메신저다. 처음 1년간은 무료고, 이후 1년에 0.99달러를 받는 유료 서비스로 전환된다. 그 대신 광고가 없다.

    노키아보다 더 큰 가치

    모바일 메신저 ‘귀하신 몸’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은 최근 바이버를 인수했다.

    인수 대금 190억 달러 중 40억 달러는 현금으로, 120억 달러는 페이스북 주식으로 지급된다. 그리고 4년에 걸쳐 와츠앱 창립자와 임직원에게 30억 달러에 달하는 권리제한부 주식을 준다. 쿰 와츠앱 CEO는 페이스북 등기이사로 합류한다. 페이스북은 와츠앱을 별도로 운영할 예정이다. 와츠앱과 경쟁 관계인 페이스북 메신저도 계속 서비스한다.

    와츠앱은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호령했던 노키아(72억 달러)와 모토로라(약 29억 달러)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팔렸다. 비즈니스 모델이라곤 모바일 메신저가 전부인 신생기업이 왜 이렇게 대접받은 걸까. 모바일 메신저 ‘킥’의 테드 리빙스톤 CEO는 “글로벌 기업이 유력 메신저 없이 모바일 시대에 생존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지적했다.

    모바일 메신저 몸값이 급등한 것도 사실이지만, 페이스북의 현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은 모바일 메신저 시장 후발주자다. 메신저는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 가운데 하나다. 모바일 메신저의 가장 큰 힘은 짧은 기간에 엄청난 사용자를 끌어모은다는 것이다. 메신저는 그 특성상 이용자가 또 다른 이용자를 낳는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주니퍼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평균 63조 건에 달하는 메시지가 오고간다. 모바일 전체 트래픽의 75%를 차지한다. 모바일 서비스의 길목을 쥐고 있는 셈이다.

    이용자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를 따라잡기엔 페이스북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왔을 법하다. 이 때문에 ‘스냅챗’ 인수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이로 인해 모바일 메신저를 둘러싼 인수합병(M·A)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바이버를 인수한 라쿠텐이 한 예다. 라쿠텐은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지만 여행, 증권, 포털, 엔터테인먼트, 통신 등 다양한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주력은 내수다. 일본 경제가 위축되면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 앞서 라쿠텐은 2012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핀터레스트’에 투자했고, 2011년에는 캐나다 전자책 업체 ‘코보’를 인수하기도 했다. 바이버는 이스라엘 벤처사업가 탤먼 마르코가 2010년 창업한 회사로, 스카이프의 스마트폰 버전과 같은 모델로 인기를 끌었다.

    그 관심이 이제 ‘라인’에 쏠리고 있다. 소프트뱅크 지분 인수설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까지 거론된다. 2월 25일 ‘블룸버그’는 소프트뱅크가 지분 인수를 목적으로 라인과 협상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이 추산하는 라인 몸값은 149억 달러(약 16조 원)다. 라인 최대 주주인 네이버는 관련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로이터’는 희망 없는 모바일 메신저 경쟁을 펼치는 알리바바는 라인이나 카카오톡을 인수하는 것이 답이라고 보도했다. 그중에서도 텐센트가 지분 13.84%를 가진 카카오톡보다 라인 인수 가능성을 더 높이 봤다.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회사는 스냅챗이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30억 달러에 스냅챗을 인수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이번에 와츠앱 인수 금액이 높아진 것도 지난 경험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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