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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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워터랜드 아르바이트생 사지 마비 사고… “평소 안전관리자 거의 못 봐”

경찰 고소, 노동부 진정 제기… 워터랜드 측 “안전요원이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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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5-12-1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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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경기 안양워터랜드에서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다가 사고를 당한 권모 씨(20). 이 사고로 ‘경추 골절, 경부 척수 손상, 사지 마비’ 진단을 받았다. 권 씨 제공

    7월 경기 안양워터랜드에서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다가 사고를 당한 권모 씨(20). 이 사고로 ‘경추 골절, 경부 척수 손상, 사지 마비’ 진단을 받았다. 권 씨 제공

    경기 안양워터랜드(이하 워터랜드)에서 일하던 단기 근로자 권모 씨(20)는 7월 영업장 내 워터슬라이드를 타다가 사고를 당했다. 목이 부러져 사지가 마비되는 큰 사고였다. 권 씨 측은 관광진흥법 위반 혐의로 워터랜드 측을 고소하고, 고용노동부에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조사해달라며 진정서도 냈다. 워터랜드 측은 “안타까운 사고지만 권 씨가 위험한 자세로 슬라이드를 탔다. 이로 인해 우리도 피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당시 회사 측 안전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었을까. 사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대학 1학년을 마친 권 씨는 올해 휴학을 신청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러면서 용돈을 직접 벌고자 4월부터 워터랜드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했다. 7월 30일 오후 5시쯤 권 씨는 납작한 튜브를 깔고 머리를 앞쪽으로 향한 채 워터슬라이드를 탔다. 수영장 물을 스쳐 지나간 뒤 워터슬라이드 전면에 있는 벽에 세게 부딪혔다. 이 사고로 ‘경추 골절, 경부 척수 손상, 사지 마비’를 진단받았다.

    “관련법에 따라 안전관리자 항상 배치해야”

    사고 당일 권 씨의 아버지는 충남 공주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이었다. 아들이 다쳤다는 전화를 받고 아주대 권역외상센터로 달려갔다. 아들은 응급 수술과 기관 절개 수술을 받으며 한 달 반을 중환자실에서 보냈다. 4개월이 지난 지금 생사의 고비는 넘겼지만 거동은 물론 밥을 먹는 일도, 대소변을 보는 일도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권 씨의 아버지는 “횡경막 호흡이 힘들어 기침과 가래를 스스로 뱉지 못한다”며 “스무 살 아들이 자율신경계가 망가져 약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볼 때마다 간신히 감정을 참아낸다”고 말했다.

    권 씨의 아버지는 10월 워터랜드 측을 상대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유는 관광진흥법 위반에 따른 업무상과실치상이다. 관광진흥법 제33조를 보면 테마파크업자는 테마파크시설에 대한 안전관리를 위해 사업장에 안전관리자를 항상 배치해야 한다. 또한 시행규칙에 따라 사업자는 이용자 안전관리계획, 안전요원 교육프로그램 및 안전 모니터링 계획 등을 수립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안전관리자는 현장에 상주해야 하며 만일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운다고 하더라도 관광진흥법 시행규칙에 등재된 자격 요건을 갖춘 자를 지정해 현장에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전관리를 맡은 이는 일하는 4개월 동안 한두 번 봤을 뿐이고, 당일에는 라이프가드 자격증이 있는 다른 아르바이트생 역시 출근하지 않았다”는 게 권 씨 측 주장이다. 권 씨와 함께 일했던 A 씨 역시 기자와 통화에서 “채용되면 별도의 안전 교육 없이 이전 알바생의 인수인계 후 바로 일을 시작한다”며 “평소에도 안전관리자를 거의 보지 못했고 아르바이트생이 기관실에 들어가 직접 기계를 조작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권 씨 측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에 진정을 넣었다. 시설물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와 작업에 대한 안전조치 및 교육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권 씨의 아버지는 “아들 불찰도 있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어린 아르바이트생들이 튜브를 사용해 워터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는 행위가 평소 반복됐는데도 업주 측이 그대로 방치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사고 다음 날 관리자가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안전수칙 같은 걸 가지고 와 서명하게 했다”고 밝혔다. 권 씨의 아버지는 “사고 이후 지금까지 업주 측은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면서 “아들이 겨우 입을 떼 ‘아빠, 나 이제 스무 살이야’라고 하는데 내가 뭐라고 할 말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워터랜드 측 “병원 앞까지 찾아갔지만…”

    안양워터랜드에 있는 슬라이드. 안양워터랜드 홈페이지

    안양워터랜드에 있는 슬라이드. 안양워터랜드 홈페이지

    권 씨 측은 평소 워터랜드의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권 씨의 아버지는 “워터랜드 대표와 기관장은 평소 근로자들에게 ‘누가 안전교육 잘 받고 있는지’ 물어보면 ‘잘 받고 있다’고 답하라고 지시했다”며 “지자체가 관리·감독만 제대로 했어도 이렇게 주먹구구로 운영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씨 측 변호인은 “안양시청이나 만안구청의 관리 부재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해당 워터랜드에서 진행된 안전성 검사에 대해 정보공개 요청을 해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만안구청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올해 상반기에 해당 사업장에 대한 안전성 검사가 진행됐다는 것 외에는 별도의 말씀을 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고용노동부 관계자 역시 “조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라 자세한 이야기를 드리긴 어렵다”며 “순차적으로 사건 조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절기인 현재 워터랜드는 휴업 중이다. 워터랜드 측은 “사고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소장이 접수되고, 경찰과 고용노동부 조사가 들어와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워터랜드 대표 이모 씨는 “아르바이트생 자신도 고객에게 거꾸로 타고 내려가라고 설명하지 않는다”며 “안전요원으로 채용된 아르바이트생이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10년간 슬라이드로 인한 사고가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 사고로 손님이 줄어 월세조차 내지 못하고, 이곳저곳 조사를 받느라 개인적으로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권 씨 측에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고 이후 아주대 병원까지 찾아갔으나 오늘은 상황이 좋지 않다고 지인을 통해 전달받아 돌아왔고, 이후 수차례 연락을 했으나 만남을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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