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PK 40개 지역구 중 34곳 차지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이 4월 2일 울산 중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오상택 후보를 찾아 지원 유세에 나섰다. [뉴시스]
총선이 본게임에 들어가면서 친문과 친명 간 ‘문명(文明) 갈등’은 표면적으로 봉합된 가운데 문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 행보는 부울경 전역을 향했다. 그는 3월 24일 자택이 있는 경남 양산갑에 출마한 민주당 이재영 후보 선거캠프를 찾은 것을 시작으로 27일 고향인 경남 거제에 출마한 민주당 변광용 후보를 만나 격려하는 등 본격적인 총선 지원 유세에 나섰다.
4월 들어 문 전 대통령은 PK 전역을 찾아 민주당 후보들을 지원했다. 1일 배재정 후보(부산 사상)와 이재영 후보(경남 양산), 2일 김태선 후보(울산 동구)와 오상택 후보(울산 중구), 전은수 후보(울산 남구갑), 3일 박인영 후보(부산 금정), 4일 허성무 후보(경남 창원성산)와 김지수 후보(경남 창원의창), 4월 8일 변성완 후보(부산 강서) 등이다.
문 전 대통령은 고도의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 이번 지원 유세에 나섰다.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거나 후보에게 ‘덕담’을 하는 것 이상이었다. “지금 정부가 너무 못한다. 70 평생에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4월 1일 울산 중구)이라는 발언을 비롯해 “이번 선거는 꼭 이겨야 하는 선거로, 허성무 후보가 승리해야만 경남 지역 전체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4월 4일 창원성산 지역구)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文 “조국혁신당, 국민 분노 뜨겁다는 것 보여줘”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4월 10일 국회에서 22대 총선 사전조사 결과 발표를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왼쪽). 22대 총선 부산 북구갑에서 당선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 [뉴스1]
문 전 대통령의 지지 발언이 민주당뿐 아니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까지 향한 것은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문 전 대통령은 4월 5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새로운미래 등 야당이 선거에서 많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마음” “(조국혁신당이) 갑자기 만들어진 당이고,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은데도 국민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은 우리 국민이 정치 상황에 대해 분노가 뜨겁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문 전 대통령이 조국혁신당 중심의 야권 대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거나, ‘마음의 빚’을 진 조국 대표를 위한 보은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조국 대표는 자신과 가족에 대한 법적·행정적 조치와 별개로 이번 총선에서 12석을 확보하며 약진함으로써 ‘정치적 명예회복’에 성공한 모습이다.
‘정권심판론’을 강하게 주장해 돌풍을 일으킨 조국 대표는 향후에도 여권을 상대로 특검법을 발의하는 등 대여 투쟁 선봉에 설 것으로 보인다. 야권 내부에서 민주당과 차별화 경쟁이 불가피해진 조국 대표가 총선 승리 여세를 몰아 강공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총선에서 ‘자기 사람’으로 완전 물갈이를 하고 압승까지 거둔 이재명 대표가 강성 기조로 나갈지, 중도 확장을 겨냥한 연성 전략을 택하면서 안정적인 대권 구도 만들기를 할지 고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반윤(反尹)’이라는 공동 목표 아래 현안별로는 국회에서 마찰을 빚을 수도 있다. 이재명 대표의 ‘비명횡사’ 공천에서 몰락 위기를 맞았던 친문 세력은 조국혁신당을 발판으로 세력 확대를 모색할 수 있게 됐고, 문 전 대통령은 친문 세력의 ‘상왕’(?)으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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