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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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공시 강화로 어떻게 노조 탄압이 가능한가, 방법 알려달라”

김경율 노동관행 개선 자문단장 “노동계, 그냥 건들지 말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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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3-03-1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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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율 ‘불합리한 노동관행 개선 전문가 자문회의’ 단장이 3월 14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주간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김경율 ‘불합리한 노동관행 개선 전문가 자문회의’ 단장이 3월 14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주간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도대체 회계 공시 강화로 탄압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자문회의에 참여하고 있으니 탄압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알려달라고 얘기했다. 해당 문제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금 (노동계가) 요구하는 것은 ‘그냥 건들지 말라’는 것 아니냐.”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불합리한 노동관행 개선 전문가 자문회의’(자문회의)에서 단장을 맡은 김경율 자문단장이 3월 14일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김 단장은 “투명하게 회계를 관리했다는 노동계 주장을 일정 정도 믿는다”면서도 회계 투명성은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자문회의의 일관된 입장은 지정기부금 단체 간 형평성을 맞추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햇빛이 가장 강력한 방부제”

    김경율 자문 단장(오른쪽)이 3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민·당·정 협의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경율 자문 단장(오른쪽)이 3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민·당·정 협의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노조 회계 투명성 증진을 위한 일련의 활동이 결과물을 내보이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3월 13일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입법화 계획을 내놓았다. 조합원 과반 요구가 있거나, 노조 내 배임·횡령 등이 발생하면 회계 공시를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일정 규모 이상의 노조는 회계사 자격을 갖춘 사람 등이 회계감사원을 맡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기획재정부 등 연관 부처와 협의를 통해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 단장은 민간 전문가로 자문회의를 운영하며 정부에 관련 권고안을 제출했다. 그는 회계사이자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 대표다. 정의기억연대의 후원금 횡령과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등은 모두 그가 관련 회계를 파고든 덕분에 널리 알려졌다. 이번 권고안은 김 단장과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노동법,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만들었다. 김 단장은 “‘햇빛이 가장 강력한 방부제’라는 말이 있지 않냐”며 회계자료 공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자문회의가 제출한 권고안의 골자는 무엇인가.

    “조합원이 조합에 내는 조합비는 지정기부금에 해당한다. 현행 세법상 지정기부금 단체 중 공시 의무에서 예외 취급을 받는 곳은 사실상 노동조합뿐이다. 자문회의는 노동법 및 회계·세법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다른 지정기부금 단체들이 공시의무를 받고 있는 것처럼 노조도 공식화하자고 의견이 모였다. 전체적으로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노조의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 담겼다.”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활동이었는데, 국고보조금 사용 실태가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먼저 실태 파악이 필요했다. 관련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더라. 유일하게 노조의 회계 실태를 알 수 있는 것이 국고보조금 집행 내역이다. 국가의 견제 및 감시가 이뤄지는 분야인 만큼 여타 회계처리보다 엄밀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봤더니 고용노동부(노동부) 보조금은 낙제점 수준으로 관리됐다. 국고보조금 회계가 이렇다면 다른 부분의 실태는 어떨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국고보조금 사업 공모 과정에서 참여자는 재무제표를 제출한다. 재무 점수 역시 평가의 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부의 보조금 사업은 재무제표 제출 비율도 많이 낮았다.”

    ‘e나라도움’(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에 보조금 집행 내역이 공개되고 있다고 반론한다.

    “e나라도움이 생기면서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본다. 다만 지출결의서가 제출됐다지만 거짓 증빙 자료 제출 등 여러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유사 자료를 중복으로 제출하는 등 의심을 살 만한 정황이 보이더라.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전체 실태 파악이 시급했다. 다른 부처와 비교할 때 노동부의 국고보조금 사업비 집행은 사실상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단식부기로 회계자료 작성”

    “노조 문제가 아니라 관리를 제대로 못 한 정부 책임”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그 지적은 인정한다. 다만 거기서 그치지 말고 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환수할 부분이 있다면 환수하고, 향후 국고보조금 사업 참여에 제약을 두거나 필요하다면 형사고발도 해야 한다. 정부와 노조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양자의 묵인이 있어 지금 같은 문제가 생겼다고 본다.”

    “경제단체는 노조보다 국고보조금을 27배 많이 받는데 왜 노조에만 관련 자료를 요청하느냐”는 반발도 있다.

    “27배든, 270배든 중요하지 않다. 문제가 있다면 경제단체도 확인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단언컨대 경제단체가 보조금 관리 및 내부 통제 구조를 훨씬 잘 마련했을 것이다.”

    노조의 회계관리 실태는 어떤가.

    “개별 사항을 언급할 수는 없다. 다만 실태 파악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부 노조의 회계처리 사례를 봤다. 단식부기(대차평균원리 등 일정한 원칙 없이 장부를 기입하는 방식)를 사용하는 곳도 있더라. 심지어 주요 대기업 노조가 그랬다. 단식부기 방식으로 회계자료를 작성하면 회계사도 문제가 있는 부분을 찾기 쉽지 않고 검토 시간도 훨씬 많이 걸린다. 작성하기는 편하겠지만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런데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노동 탄압의 일환이라 할 수 있나. 분명히 정부 잘못도 있겠지만 과연 정부 탓만 할 수 있는 문제일까. 노조도 답해야 한다.”

    회계감사원 자격 요건도 강화했는데.

    “노동계는 이미 감사를 선임해 잘 처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개 조합원 가운데 2명을 뽑아 회계감사를 맡기는 식이다.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다만 단식부기로 회계를 정리하면 회계사도 분석이 어렵다. 보통 사람은 더 모르지 않겠나. 단식부기가 작성은 편하지만 (회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찾아내기가 어렵다. 조합원이 1000명 이상일 경우 회계감사원 둘 중 한 명은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갖춘 사람으로 임명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고려하고 있다. 여러 문제점이 당장 개선될 수 있으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3년 등 유예 기간을 두면서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노조에만 그러지 말고 종교단체에도 회계 투명성을 요구하라”는 목소리도 있다.

    “어쩌다 노동계가 이 지경이 됐나 싶다. 평소 종교계에 과세 및 투명성 등을 요구하는 쪽에서 이 같은 주장을 해서 더 그렇다. 한 반에 30명이 있다고 치자. 이미 학생 28명이 숙제를 제출했다. 근데 29번째 학생에게 숙제 검사를 하겠다고 하니 ‘예체능계 진학을 준비하는 친구의 숙제는 검사하지 않고 왜 나한테만 그러느냐’고 말하는 격이다. 이분들이 건전한 사회 구성원의 일원인지 의구심마저 든다.”

    “갈등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 있어”

    이번 회계 공시 강화 움직임이 노동계에도 도움이 되리라 보나.

    “그렇다. 젊은 세대는 현 노동계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창당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사회 구성원을 설득하며 공감을 끌어내야 하지 않겠나. 시민사회에서 통용되는 기초적인 회계 투명성조차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것이 가능할까.”

    자문회의에 참여하기 전에는 실태가 이러하리라 예상했나.

    “노동계가 깨끗하다 생각했고, 특히 민주노총은 더욱 그러리라 봤다. 실제로도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이 상대적으로 관리를 잘하고 있었을 것이다. 노조와 노동부 모두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노동부가 주눅 든 모습도 많이 느껴진다. 이번 사태에서도 ‘감히 점검을 해?’라는 노동계의 시각이 보였다.”

    김 단장은 해당 맥락에서 ‘내지 논란’을 언급했다. 노동부는 조합원 1000명 이상 단위노조와 연합단체 319곳의 서류 비치·보존 의무 점검차 2월 15일까지 재정 관련 장부 등 11개 서류의 표지와 내지를 각 1장씩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노조의 이행률이 저조했다. 추가 시정 기간을 뒀음에도 3월 13일까지 86곳의 노조(26.9%)가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노동계는 조합원 명부의 경우 1장만 제출해도 조합원 신원이 노출될 수 있어 불합리하다며 반발했다.

    “노조는 ‘정부가 회원 명부를 요구했다’며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처음에 (노동계로부터) 회원 정보 제출을 요구받았다는 말을 듣고 ‘그건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후로도 비슷한 얘기가 들려 노동부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확인해보니 공문에 민감한 정보나 기밀사항은 블라인드 처리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었다. 성씨만 남기고 블라인드 처리해 제출하는 등 충분히 방법이 있지 않나. 관련 공문을 본 사람이 소수가 아닐 텐데 이 같은 방안을 생각 못 했을까. 일부러 갈등의 소재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갈등에 기대어 먹고사는, 갈등의 부유물로서만 살아가는 사람이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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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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