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 무소속 강용석 후보(왼쪽부터). [뉴스1]
재판부는 4월 27일부터 5월 3일까지 5회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강 후보가 평균 5.6% 지지율을 얻은 점을 근거로 그를 초청 토론 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지사 후보자 초청 토론을 추진 중인 언론사 등은 앞으로 강 후보를 포함시켜야 한다.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와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김동연 후보의 양자대결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강 후보가 토론에서 선전한다면 향후 지지율은 더 오를 수 있다.
“단일화를 하긴 할 텐데…”
강 후보는 당초 국민의힘 복당 후 경기도지사 경선 참여를 희망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최고위)가 4월 7일 이를 불허하면서 무산됐다. 강 후보는 2010년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제명 처분을 받았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제명 처분을 받은 자는 5년 내 재입당할 수 없고, 재입당할 경우 최고위 승인이 필요하다.국민의힘 최고위가 복당을 불허한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대선 과정에서 강 후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성접대 의혹을 제기한 것이 불허 이유에 속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복당 불허 결정이 나자 강 후보는 반발하면서 이 대표의 회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강 후보가 복당 거래 제안을 했다며 공방을 벌였다.
강 후보는 4월 4일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 당시 “무소속으로 한 번 나가고 나서 결심한 게 있다. 선거는 절대 무소속으로 안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복당이 불허된 후 4월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무소속으로 대기하고 있다가”라며 운을 띄운 뒤 “단일화를 하긴 할 텐데 그때까지 상황을 보고 나는 나대로 열심히 뛸 생각이다. 판이 정리되고 선거운동을 시작하면 충분히 주목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소속으로 뛰다 김은혜 후보와 막판 단일화를 시도하겠다는 뜻이다.
자신감은 역시 지지율에서 나온다. 강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5% 이상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MBN 의뢰로 5월 2일부터 이틀간 경기 거주 성인 남녀 815명을 대상으로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강 후보의 지지율은 5.6%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같은 여론조사에서 김동연 후보는 47.9%, 김은혜 후보는 38.8%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가 9.1%p로 오차범위 밖이지만 여타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대체로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한다. 김은혜 후보 입장에서 최대한 유리하게 해석하더라도 ‘박빙 우세’ 정도다. 강 후보 지지율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김은혜 후보는 일단 단일화에 부정적이다. 판단 근거는 대체로 3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보수 지지층은 결국 당선 가능성이 높은 김은혜 후보로 결집하리라 생각할 것이다. 둘째, 강 후보 지지층은 극우 성향이 강해 단일화를 하는 순간 중도 지지층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셋째, 김은혜 후보의 당선에 훼방을 놓는 격이 된다면 향후 복당도 물 건너가기 때문에 강 후보가 중도 사퇴할 것이다.
강용석, 중도 사퇴 가능성↑
관심을 끄는 것은 강 후보의 발언이다. 강 후보는 앞선 언론 인터뷰에서 “무소속이지만 이준석 대표만 날아가면 바로 입당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선거의 핵심은 이 대표를 얼마나 빨리 날릴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단일화에 대해 발언하던 중 “민주당에 좋은 일을 시킬 이유가 전혀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에 복당해 차기 총선 출마 등 장기적인 정치 활동을 추구한다면 굳이 경기도지사 선거를 완주하면서까지 김은혜 후보를 낙마시킬 이유는 없다. 그런 점에서 중도 사퇴 가능성이 높다.강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 관계도 고려할 것이다. 강 후보는 구친이명박(친이)계다. 윤석열 정부의 당·정·청 주축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도 구친이계다. 특히 이 대표 퇴임 후 복당하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굳이 ‘윤심’(윤석열)의 상징인 김은혜 후보를 저격할 이유가 없다. 차라리 그들과 정치적 빅딜을 시도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선택일지 모른다. 강 후보의 완주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강 후보가 조기에 중도 사퇴하는 길을 택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몸값을 최대한 높여야 정치적 빅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김은혜 후보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중도를 넘어 보수 지지층으로까지 치고 들어오는 김동연 후보와 극우 성향 지지층을 빼앗아가는 강용석 후보의 협공에 시달리는 형국이다. 반면 강 후보의 존재는 김동연 후보에게는 유리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은혜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리고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만약 김은혜 후보가 강 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한다면 언제가 적기일까. 당연히 김동연 후보가 오차범위 밖으로 달아나기 전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강 후보가 중도 사퇴를 한다고 전제한다면 그에게도 시한이 있다고 봐야 한다. 자진 사퇴해 표를 얹어주려고 했음에도 실기하는 바람에 김은혜 후보 당선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공 들여 쌓아올린 정치적 빅딜의 탑이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