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순 대통령총무비서관. [동아DB]
문제의 시는 윤 비서관이 2002년 펴낸 시집 ‘가야 할 길이라면’에 수록된 ‘전동차에서’다. 윤 비서관은 이 시에서 “전동차에서만은/ 짓궂은 사내아이들의 자유가/ 그래도 보장된 곳이기도 하지요”라면서 “풍만한 계집아이의 젖가슴을 밀쳐 보고/ 엉덩이를 살짝 만져 보기도 하고/ 그래도 말을 하지 못하는 계집아이는/ 슬며시 몸을 비틀고 얼굴을 붉히고만 있어요/ 다음 정거장을 기다릴 뿐/ 아무런 말이 없어요”라고 표현했다. 지하철 전동차 내 성추행을 ‘사내아이들의 자유’로 부적절하게 표현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 비서관은 1996년 서울지검 남부지청(현 서울남부지검) 검찰주사보 재직 시절 여성 직원을 강제로 껴안는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으로 ‘인사조치’ 처분을 받고, 2012년 대검 정책기확과에서 근무할 때 부서 회식 자리에서 여성 직원의 볼에 입을 맞추는 언행으로 대검 감찰본부장 경고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963년 전남 강진군에서 태어난 윤 비서관은 전남기계공고를 졸업한 뒤 20대 초반 9급 검찰서기보 시험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2016~2018년 서울중앙지검 수사2과장, 집행2과장을 거쳐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3급 검찰 부이사관으로 진급해 일반직 검찰공무원 인사와 예산·보안·관인관수 등을 총괄하는 대검 운영지원과장을 맡았다. 윤 비서관은 윤 대통령이 1997년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로 부임했을 당시 근무 인연을 처음 맺은 후 대검 중앙수사부, 서울중앙지검에서 함께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비서관은 등단한 문인이다. 2002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분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같은 해 ‘문학사랑’ 시 부분 신인작품상, ‘문예사조’ 수필 부문 신인작품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고교 재학 시절부터 시 짓기가 취미였던 윤 비서관은 ‘서초동의 불빛’ ‘어느 수사관의 하루’ ‘중수부의 휴가’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을 애도함’ 등 검찰 수사관으로서 일상과 소회를 담은 작품으로 주목받았다고 한다. 이번에 논란이 된 시는 등단 후 낸 첫 시집에 수록된 것이다.
대통령실 측은 문제가 된 윤 비서관의 시 구절에 대해 “세태에 대해 비판적 시 언어로 표현한 것일 뿐 성추행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성비위에 따른 징계성 처분 사실에 대해선 “기관장 경고는 참작할 점이 있고 경미할 때 이뤄지는 조치”라며 “정식 징계 절차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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