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 마련한 디지털 테마파크 ‘나이키랜드’. [사진 제공 · 나이키]
“나도 유튜버 해볼까” 열풍
인터넷 경제가 활성화된 지난 20년 동안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웹툰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이 등장했다. 자기만의 독특한 재능을 가진 콘텐츠 창작자가 기존 미디어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도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일부 인터넷 인플루언서는 어지간한 연예인보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더 받게 됐다. 특정 직장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적잖은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직장인 사이에서 “나도 유튜버 해볼까”라는 고민이 더는 낯설지 않다.미니홈피에서 블로그로, 다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으로 시대에 따라 플랫폼이 달라졌을 뿐, 운영 방식이나 성공 공식은 비슷해 보인다. 과거 인터넷 블로그 시대에는 ‘파워블로거’ ‘와이프로거’(주부 블로거)라는 이름으로 주목받는 창작자가 많았다. 대개 아마추어로서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진솔한 글로 일반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중 일부는 블로그에서 인기를 기반으로 글을 모아 책을 내거나 광고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소비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소개하던 일부 와이프로거는 자신만의 쇼핑몰을 열어 운영하기도 했다. 연예인이나 전문가 등 타이틀이 없는 이른바 ‘일반인’이 생활밀착형 콘텐츠로 인기를 구가하는 구조가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러한 공식은 새로운 플랫폼이 계속 등장하는 와중에도 유지됐다. 플랫폼 변화에 발맞춰 제때 변신하지 못한 이들이 신생 인플루언서들에 의해 밀려나기도 했다.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 그 성공 가능성에 주목한 새로운 개인 창작자들이 불나방처럼 몰려들었다. 덕분에 신생 플랫폼은 쉽게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해 시장 지배력을 갖출 수 있었다. 다만 플랫폼 업체가 그 나름 영향력을 갖추고 시장에 안착하면 개인 창작자는 플랫폼에 종속되기 일쑤다.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추천 알고리즘을 임의로 조정하면 개인 창작자는 거기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인터넷 플랫폼이 자리 잡은 지난 20년 동안 다양한 채널이 등장해 창작자 경제 시대를 열었으나 그 한계가 뚜렷했다. 2000년대 중반을 풍미한 ‘UCC(User Created Contents)’라는 단어처럼 개인이 만든 콘텐츠가 각광받긴 했지만, 그 이면엔 특정 기업의 플랫폼 독점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수많은 콘텐츠 개미가 일군 서비스 생태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고도성장을 이룬 것은 그 서비스를 운영하는 플랫폼 사업자였던 셈이다. 그렇게 공고해진 플랫폼 파워로 쌓은 수익은 개미들에게 분배되지 않고 플랫폼 지배력을 확장하는 데 재투자됐다.
메타버스에서 입체적 콘텐츠 경험
위메이드가 출시한 P2E(Play to Earn) 방식의 게임 ‘미르4’. [사진 제공 · 웨메이드]
새로운 창작자 경제 패러다임의 특징은 창작물 형태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글이나 사진, 영상을 넘어 메타버스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옷과 장신구, 디지털 공간을 꾸미는 사물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디지털 예술품처럼 온라인·메타버스 공간에 전시할 수 있는 작품도 창작물의 주요 범주다. 창작자 경제 시대에는 창작물을 즐기는 사용자 경험도 예전보다 풍부해진다.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로 된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이를 통해 메타버스 공간을 유영하거나 창작에 동참하는 등 콘텐츠 경험을 입체적으로 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창작물이 나올 수 있는 배경에는 콘텐츠 저작 툴(tool)의 고도화가 자리하고 있다. 3차원 그래픽 처리와 메타버스 내 디지털 사물을 이전보다 쉽게 개발할 수 있는 오더링(authoring) 툴이 여럿 나왔다. 기업이나 전문가가 아닌 개인도 높은 품질의 창작물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로블록스나 포트나이트, 제페토, 렉룸(Rec Room) 등 차세대 메타버스 서비스도 개인 창작자가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제작 툴과 스튜디오를 앞다퉈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창작자 경제 모델이 도입되면 시장의 관심은 플랫폼 자체보다 개별 창작자에게로 쏠릴 공산이 크다. 플랫폼 자체가 탈중앙화된 형태라서 개인 창작자는 알고리즘이나 채널의 ‘머슴’ 신세를 피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선 서브스택(Substack), 패트리온(Patreon) 등 창작자 주도형 콘텐츠 플랫폼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작가, 팟캐스터, 음악가 등 창작자가 팬들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일종의 ‘직거래 플랫폼’이다. 국내에선 ‘미디어스피어’ ‘글리버리’ 같은 플랫폼이 필력을 갖춘 다양한 전문가와 팬을 중계하는 뉴스레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늘날 새로운 콘텐츠 시장이 조성되려면 편리한 결제 서비스가 필수 요건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NFT 기술을 통해 창작자는 자신의 저작물을 시장에서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다. 저작물의 후속 거래와 그 후 2차 사용에 대한 권리 행사도 가능하다. NFT가 디지털 창작물 거래 과정에서 계약서이자 화폐로서 창작자의 권익과 수익을 보장하는 셈이다. DAO는 창작자와 창작물을 홍보, 후원하는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다가올 진정한 창작자 경제 시대의 패러다임은 기존 “어디서 무엇을 말하느냐”에서 “누가 어떻게 전달하느냐”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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