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어퍼컷 대신 날려주겠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월 22일 전북 군산시 군산공설시장 대선 유세 현장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로 화답하고 있다. [동아DB]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복고풍이 유행하기 마련이다. 코로나19로 힘든 와중에 윤 후보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보고 거스 히딩크 전 축구감독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떠올리는 사람이 적잖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전까지 역동적 세리머니나 퍼포먼스를 적극 활용한 정치인은 없었다”고 평가한다. 그간 TPO(시간·장소·상황)에 맞는 복장을 갖추거나 CF 같은 방식으로만 퍼포먼스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퍼포먼스를 적극 활용한 대표적 정치인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꼽히지만 유세를 다니는 동안 TPO에 맞는 옷차림을 갖추는 정도였다. 김 전 대통령은 공장을 방문할 때면 점퍼를 입고, 농가를 방문할 때는 농부 차림으로 다녔다. 밀짚모자 등을 써 시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 노력하기도 했는데, 당시에는 신선하다는 인상을 줬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CF 등을 통해 보통 사람임을 적극 내세웠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그는 기타를 직접 연주하며 민중가요 ‘상록수’를 불렀다. 당시만 하더라도 대선 후보 하면 엄격하고 진지한 이미지가 있었던 만큼, 이런 시도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손가락을 이용해 상징적인 제스처를 만든 사례도 여럿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자신의 이름을 상징하는 0, 3을 만들어 유세에 활용했다. 숫자 0과 3이 본인 이름과 발음이 같은 점을 활용한 홍보 기법이었다. 해외에서도 손을 이용한 퍼포먼스는 있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엄지 척’ 퍼포먼스가 유명하다. 마크롱은 39세 나이에 프랑스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 됐다. 그는 유세 기간은 물론 대통령 당선 후에도 ‘젊은 대통령’이라는 점을 유권자에게 어필하고자 수시로 엄지를 치켜세우는 엄지 척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엄지 척 퍼포먼스를 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과거에는 점잖음 요구됐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직능본부 출범식에 참석해 발차기를 하고 있다. [동아DB]
실제로 윤 후보의 어퍼컷 세리머니는 SNS에서 ‘밈’으로 확산하고 있다. “환갑에 드디어 적성을 찾았다” “대선 후보가 아니라 응원단장이 어울린다” 같은 반응이 잇따랐다. 윤 후보 역시 한자리에서 어퍼컷을 ‘20연속’ 하는 등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백지원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상근부대변인은 “윤 후보의 어퍼컷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유권자와 교감”이라며 “선거 주인공인 국민을 위해 후보가 응원단장을 자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퍼컷을 하는 윤 후보의 사진을 편집해 만든 각종 ‘짤방’도 생성됐다.
당초 윤 후보의 세리머니를 두고 “정치 보복을 그만두라”고 비판하던 민주당 측이 오히려 발차기 퍼포먼스로 반격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여론 흐름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당초 민주당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상대방 후보를 겨냥한 듯이 어퍼컷을 날리는 오만하고 무례한 태도는 반드시 국민의 평가를 받는다”며 윤 후보를 비판했지만, 이 후보는 2월 20일 수원 유세 현장에서 태권도복까지 갖춰 입고 송판을 격파하는 깜짝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 입장에서도 밑질 것이 없다고 분석한다. 신율 교수는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어퍼컷 세리머니 반응이 나쁘지 않자 쫓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으니 손해 본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정책 홍보 위주의 선거운동이 물론 중요하지만, 후보 입장에서는 관심을 끌기 위해 여러 고민과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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