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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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옥한 토양이냐, 우세한 씨앗이냐

2017 차기 대선 레이스 초반 안갯속…지지율은 여당·후보자는 야당 우세

  •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realmeter@daum.net

    입력2014-09-01 1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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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옥한 토양이냐, 우세한 씨앗이냐

    박원순 서울시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왼쪽부터).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는 통상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의 임기 2년 차부터 시작한다. 첫 1년은 신임 대통령과 언론사, 여론조사기관의 허니문 기간이기도 하고, 신임 대통령이 국정에 집중할 수 있게 예우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2년 차인 2014년이 어느덧 8개월가량 지났다. 2017년 대통령선거(대선)까지는 44개월가량 남았으니 대선 여론조사 레이스의 15% 이상이 진행됐다.

    이번 추석이 지나면 차기 대권주자들에게는 3번의 추석밖에 남지 않는다. 추석은 정치적으로 여론 추이가 크게 변하거나 변한 지지율이 공고해지는 전례가 있었는데, 이 점을 고려한다면 2014년 추석은 대선 레이스 초반 승기를 잡기 위한 아주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렇다면 2017년 대선을 향해 달리는 대권주자들의 현재 기록과 최근 컨디션, 그리고 남은 구간에서 예상되는 변수들은 무엇일까.

    비옥한 토양이냐, 우세한 씨앗이냐
    박원순·김무성·문재인 ‘빅3’ 형성



    먼저 대권주자들의 현재 기록이다. 리얼미터 8월 셋째 주 주간 집계를 보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17.7%로 1위를 달리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6.8%로 오차범위 내인 0.9%p 차로 추격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13.7%)이 ‘빅3’를 형성하고 있다(그래프 참조).

    이어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8.9%)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 각각 7.7%로 공동 5위에 올랐다. 그다음으로 안희정 충남도지사 3.3%, 남경필 경기도지사 2.6%,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2.1% 순이다.

    올 초와 비교하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안철수 의원의 큰 폭 하락이다. 1월 대권주자 조사는 여권과 야권으로 나눠 따로 조사했는데, 당시 안 의원은 야권 주자군에서 24.4%를 기록, 독보적인 1위였다. 2위 문재인 의원은 16.5%로 안 의원과 제법 큰 7.9%p 차이를 보였다. 현재 1위인 박원순 시장은 당시 8.8%로 3위에 불과했다.

    비옥한 토양이냐, 우세한 씨앗이냐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왼쪽부터).

    그러나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이 출범한 이후 기초의회 공천 폐지 공약 철회,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 전략공천 과정에서 1차 하락하더니, 급기야 7·30 재·보궐선거(재보선)에서 야권 참패로 대표직에서 물러나 한 자릿수 지지율로 급락했다. 순위도 중위권으로 추락했다. 그때 3위였던 박원순 시장이 1위로 치고 올라섰고, 안 의원의 지지율을 상당 부분 흡수해 ‘새정치연합 대체제’ 구실을 하고 있다.

    결과론이지만, 안 의원은 기초의회 공천 폐지 공약 철회로 6·4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을지 모르지만, 새 정치 아이콘으로서의 이미지를 잃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7·30 재보선에서 대패했다. 돌이켜보면 새 정치 아이콘으로서 헌 정치를 이기려 했다면 첫 단추였던 기초의회 공천 폐지 공약을 어떻게든 관철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면 현 지지율이 2017년 12월까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정확히 5년 전 이명박 대통령 집권 2년 차였던 추석 연휴 즈음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을 먼저 살펴보자.

    2009년 9월은 이 전 대통령이 친(親)서민, 중도실용 노선 표명으로 광우병 촛불시위 파동 이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 지지율 40%대를 회복한 시점이었는데, 당시 대권주자 지지율은 대통령 특사로 유럽에 다녀온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박근혜 전 대표가 41.1%로 1위였고, 유시민 전 장관이 13.7%로 2위, 정동영 전 장관이 11.4%로 3위였다.

    2012년 야권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안철수 두 주자는 당시 정치권 밖에 있던 터라 2009년에는 말 그대로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체제였다. 2012년 대선 종반 문재인, 안철수 단일화로 스퍼트를 내긴 했지만, 박근혜 후보의 독주가 결국 집권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집권 초기 고공행진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현재 대선가도는 5년 전 박근혜 전 대표처럼 독주하는 주자는 보이지 않고, 오차범위 내에서 선두권 3강 후보와 중위권 이하 그룹이 형성돼 있다. 누가 대권에 근접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새 주자나 선수 교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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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

    또한 지난 대선처럼 지금 레이스에 없던 새로운 주자가 선수 교체 카드로 등장할 수도 있다. 예컨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나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이 그렇다. 반 총장은 실제 여론조사에 포함할 경우 1위 독주 현상을 보이고 있다.

    8월 초 실시한 한길리서치 조사 결과에서 반 총장이 36.1%의 지지를 얻어 압도적 1위를 기록했고, 이어 박원순 시장이 13.5%로 2위, 문재인 의원이 8.6%로 3위, 김무성 대표가 6.2%로 4위, 안철수 의원이 4%로 5위를 기록했다.

    때 묻지 않은 비정치권 인사에다, 충청권 인사라는 점에서 반 총장의 지지율은 5년 전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에 버금갈 정도다. 손석희 사장도 조사에 포함할 경우, 단숨에 상위권에 랭크될 가능성이 높다. 진보 진영에서 안 의원에게 실망한 유권자가 대거 지지를 보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에게서는 아직 권력 의지가 읽히지 않는다. 아울러 5년 전 박근혜 전 대표 주변에 있던 정치 세력도 거의 없다. 그래서 막판 대선 주요 변수로 상정할 수 있긴 하지만, 권력 의지와 세(勢) 부족으로 파괴력이 클지는 미지수다. 안철수 현상이 그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미 상장된 정치권 내 잠룡들에게 다시 눈을 돌려보자.

    먼저 1위를 달리는 박원순 시장의 경우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큰 격차로 꺾은 후 세월호 특별법으로 여야가 갈등하는 속에서도 한 발짝 떨어져 있다. 안철수, 문재인 의원으로부터 이탈하는 지지층을 차곡차곡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박 시장도 당내 경쟁자라 할 수 있는 문재인 의원과 비교하면 계파 관리 면에서 아직은 세가 작은 편이라 당내 경선이 큰 벽이 될지도 모른다.

    반면 문재인 의원은 현재 2~3위로 처졌지만, 지난 대선에서 48%를 득표한 야권 단일후보였다는 점에서 여전히 강력한 대선후보다. 게다가 고향 PK(부산·경남)에서는 물론, 호남에서도 여전히 높은 지지를 받는다는 점에서 남은 기간 의정 경험을 성실히 쌓고 수권 정당 수장으로서의 면모만 보여준다면 여전히 유력한 대권주자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친노(친노무현) 꼬리표’를 떼고 어떻게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느냐인데, 세월호 특별법 단식 동참을 보면 ‘외연 확장’보다 ‘집토끼’의 지지율 제고를 더 고민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반면 여당은 정당 지지율에 비해 인물 지지율은 낮은 편이다. 여권 내 1위인 김무성 대표는 여야 전체 후보군에서는 2~3위를 오르내리고 정몽준 전 의원, 김문수 전 지사가 뒤를 잇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야권 대선후보의 지지율 합계보다 파이가 작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서조차 현 선택지에서는 마땅한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어 보수 진영 내 반 총창 차출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김 대표나 다른 여당 주자들이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당대표가 여당 내 야당 구실을 잘 수행해 박근혜 대표로의 정권 연장을 국민이 정권교체로 사실상 받아들였던 것처럼, 살아 있는 권력에 쓴소리를 하고 국민과 적극 소통한다면 외부 인사 차출론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현안 해결 능력이 곧 실력

    대선까지 남은 44개월이 어떻게 보면 긴 것 같지만, 지나온 5년을 돌아보면 그리 긴 시간도 아니다. 박근혜 대선후보가 당선하기까지는 세종시 수정안 갈등, 사학법, 4대강 논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다양한 현안 이슈가 그 앞에 놓여 있었다. 그때마다 다양한 의견과 반론이 제시되는 과정에서 박 후보 특유의 고집과 돌파력으로 국민을 이해시키고 기대를 갖게 해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이다.

    2014년 하반기, 당장은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법안 등 산적한 현안 과제를 누가 어떻게 잘 해결하고 대안을 마련하느냐, 그리고 최종적으로 누가 국민을 위로하고 감동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대선 레이스 순위가 뒤바뀔 것이다.

    현재 선거 지형만 보면 여당이 우세하다. 새누리당 지지율이 새정치연합에 비해 2배가량 높고, 50대 이상 인구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지금 비록 토양은 거칠지만 그곳에 심을 씨앗은 야당이 더 우세하다. 이번 추석을 통해 대선 토양과 씨앗이 어떻게 변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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