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과 자동차를 주제로 5개 층을 꾸민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사거리 현대 모터스튜디오.
현대·기아자동차가 최근 차량 전시와 판매, 애프터서비스(AS), 생산공장 등 자동차 산업 현장 곳곳에 ‘브랜드’를 입히는 공간 마케팅을 펼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현대·기아차는 자동차뿐 아니라 자동차와 연관된 공간을 통해 고객이 자연스럽게 현대·기아차 브랜드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초 브랜드 체험관인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5월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사거리에 오픈한 데 이어, 최근 전 세계 딜러숍을 현대차만의 차별화된 감성을 담은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딜러숍 표준화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모던 프리미엄’ 콘셉트의 GDSI
현대차는 올해부터 전 세계 딜러숍에 신규 딜러 시설 표준인 ‘글로벌 딜러십 스페이스 아이덴티티(Global Dealership Space Identity·GDSI)’를 적용해 차량 전시장과 고객 서비스 시설의 고급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13년 GDSI를 국내에 시범 도입했고,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브라질월드컵 기간을 겨냥해 6월 상파울루에 GDSI를 적용한 딜러숍을 처음 선보였다. 또 5월 진출한 멕시코 전체 딜러숍 13곳에 GDSI 적용을 마쳤다.
현대차의 GDSI는 오스트리아 건축가 델루간 마이슬과 협업을 통해 완성됐다. 콘셉트는 ‘이모션 파크(E Motion Park)’로, 현대차의 브랜드 방향성인 ‘모던 프리미엄’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반영한 디자인 철학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가 적용된 것이다. 제주 절경 가운데 하나인 주상절리(柱狀節理)를 형상화한 육각형 패턴 등 자연을 모티프로 한 다양한 디자인 요소를 반영해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올해 해외 지역에 있는 딜러숍 600개를 대상으로 이와 같은 GDSI 적용을 마칠 예정이며, 2018년까지 세계 6000여 개딜러숍을 점차적으로 리모델링해 전 세계 고객에게 프리미엄 전시장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러한 딜러 시설 혁신을 통해 딜러숍을 현대차만의 차별화된 감성과 브랜드 가치를 제공하는, 고객과의 소통 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현대 모터스튜디오도 현대차가 공을 들여 만든 새로운 고객 소통 공간이다. ‘새로운 자동차 문화를 창조하고 경험하는 공간’이라는 뜻의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현대차의 느낌을 간직한 예술작품과 현대차만의 콘텐츠, 자동차 전문 도서관, 새로운 고객 응대 서비스 등 고객이 직접 현대차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브랜드 방향성인 ‘모던 프리미엄’을 실현하려고 외관부터 내부 전시물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게 구성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의 딜러 시설 표준인 GDSI가 적용된 카자흐스탄 딜러숍. 기아자동차 브랜드 이미지를 반영한 기아차 수원서비스 센터. 서울 강남의 현대 모터스튜디오 내부(위부터).
현대 모터스튜디오 건물 2층에는 2500여 권이 넘는 다양한 국내외 자동차 관련 서적이 구비돼 있고, 전문 큐레이터의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동차 전문 도서관’도 자리한다.
현대차는 수입차 전시장 밀집 지역인 도산공원사거리에 제1호 브랜드 체험관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개관한 데 이어, 하반기 러시아 모스크바에도 개장하는 등 향후 국내외 주요 지역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브랜드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고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밝고 역동적인 ‘레드 큐브’
한편, 기아차는 2010년부터 모든 공간에 브랜드 방향성을 반영한 ‘공간 아이덴티티(Space Identity·SI)’를 개발해 고객은 물론, 임직원까지 더욱 쉽고 친근하게 기아 브랜드를 체험하고 전할 수 있게 했다.
공간 아이덴티티란 고객이 자주 접하는 영업 및 서비스 접점 공간뿐 아니라 임직원을 위한 내부 사무공간 디자인, 가구 배치, 컬러에 이르기까지 전체 공간과 시설에 브랜드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공간 아이덴티티의 주요 개념은 ‘레드 큐브(Red Cube)’다. 기아를 상징하는 붉은 계통의 색을 적용한 건물 외관은 ‘신뢰’를 나타내는 육면체(cube)와 ‘역동적이고 독특한 공간’을 의미하는 타원, 직선의 조합이 특징이다. 건물 전체에 다양한 유리 소재를 적용해 개방감은 물론, 생동감 있고 감각적인 스타일을 살렸다. 내부에는 흰색, 붉은색, 밝은 회색 등 컬러 사용을 단순화해 깔끔하고 밝은 이미지를 전달하며, 자동차 경주 트랙을 연상케 하는 타원형 공간 디자인은 ‘즐거움, 활기, 역동성’을 의미한다.
기아차는 2008년 말 국내외 공간 시설 표준화 작업에 착수해 1년 6개월여 동안 준비한 끝에 기아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레드 큐브 콘셉트를 개발함으로써 고객이 더 친근하게 기아 브랜드를 느낄 수 있게 했다. 2011년 기아차는 공장 전시실, 강당, 견학로 등 생산현장에도 ‘레드 프레임(Red Frame)’이라는 주제를 적용해 브랜드 체험공간으로 탄생시켰고, 이 공장에는 연간 4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
기아차는 단조로운 공장 이미지에서 탈피해 디자인과 디지털을 주제로 회사 역사 전시실, 강당, 견학로 등 공장 내 주요 시설을 새로 단장했다. 소하리 공장의 경우 최초 국산 승용차 브리사를 생산한 공장으로서의 ‘역사성’을, K5와 포르테 하이브리드 차량을 생산하는 화성 공장은 ‘친환경’을, 광주 공장은 광주 비엔날레와 예향(藝鄕) 이미지를 고려한 ‘예술’을 공장 테마로 정하고 이에 맞는 전시 공간을 꾸몄다.
이 밖에도 기아차는 올해 초 영국의 세계적 설치미술가 제리 주다가 디자인한 기아 브랜드 상징 조형물 ‘비욘드 모빌리티’를 설치하고, 공장 주변에 자유롭게 기아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외부 체험공간을 조성하는 등 공장에서 일하는 임직원은 물론, 방문객이 기아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공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기아차를 더 잘 알 수 있도록 소통 공간으로 새로 단장했다”며 “판매, 서비스에 이어 생산 현장까지 기아차 고유의 공간 아이덴티티를 적용해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 젊고 역동적인 기아 브랜드를 생생히 체험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