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평양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퍼레이드에 등장한 KN-08 미사일. 최근 북한은 동해로 90여 발의 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했다.
인민군은 미사일과 장사정포를 포병사령부에서 통합 운용해오다, 2013년 미사일 부대를 떼어내 ‘전략로케트사령부’를 만들었다. 포병사와 전략로케트군사를 동급의 ‘기능사령부’로 만든 것. 이는 미사일 전력을 중시하겠다는 강력한 암시다. 핵탄두를 올릴 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임박했거나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인민군은 미사일 사격장을 3곳에서 운용한다. 미사일을 사격하려면 인근 공역(空域)을 비행금지 구역으로 지정하고, 사격하는 시간 등을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등에 알려 모든 항공기가 들어오지 않게 해야 한다. 북한은 함남 원산시 갈마반도와 함북 화대군, 평남 숙천군 앞바다 위를 그런 곳으로 지정해 ICAO 등에 통보해놓았으나 사격 시간은 알리지 않고 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도 미사일을 발사한다. 대표적인 곳이 강원 안변군 깃대령이다. 그곳은 실전 기지인데, 마치 훈련하듯 동해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과거에는 또 다른 실전 기지인 양강 김형직군 영저동에서도 미사일을 쐈다. 올해 쏜 90발 가운데 상당수가 깃대령과 갈마반도에서 발사된 것이다. 2발만 숙천에서 쐈다.
수출 위한 쇼? 전면기습전 연습?
갈마반도에서 쏜 것도 수상하기 그지없다. 지난해까지는 갈마반도 모래사장에서 쐈는데, 올해는 일부 미사일을 이동식 발사대에 실어 우리 군 정찰기가 보기 어려운 인근 숲속으로 끌고 가 발사했다. 서해안에 자리한 숙천에서 쏜 것은 더 수상했다. 북한 상공을 가로질러 동해로 떨어지게 한 것이다.
미사일은 사람이 만든 것이라 완벽할 수 없다. 지정해놓은 데로 가지 않고 엉뚱한 데로 날아가는 ‘지랄탄’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연습사격일지라도 사람이 없는 바다 등으로 쏘는 것이 대원칙이다. 북한은 이를 어기고 자기 머리 위로 날렸다. 잘못하면 평양으로 날아갈 수도 있음을 무시한 것이다.
미사일 부품의 수명은 저마다 다르다. 따라서 수명 주기에 맞춰 부속을 바꿔도 성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어, 오래된 미사일은 한두 발 쏴서 문제가 없는지 살핀다. 이는 미사일의 수명을 살펴보는 것이라 ‘수명(壽命)감시계획’에 의한 연습사격이라고 한다. 보통 국가에서 하는 연습사격이 바로 이것이다. 이러한 사격은 1년에 한 번 한두 발 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런데 인민군은 발사지와 미사일을 바꿔가며 90발을 쏘아올렸으니 수명감시계획에 의한 연습사격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해서는 북한 미사일을 도입하려는 국가들에게 성능을 보여주는 ‘쇼’라는 말부터 그들의 전면기습전인 ‘핵전면전쟁계획’을 위한 연습이라는 말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새 미사일 개발이 임박했기에 기존 미사일을 쏴 새 미사일 완성에 필요한 데이터를 얻으려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북한이 새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면 우리는 더 많이 신경 써야 한다. 새 미사일에는 레이더 유도를 받지 않고도 정확히 날아가게 하는 장비를 집어넣는데, 이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실험해봐야 한다. 따라서 새 미사일 대용으로 구형 미사일을 대량 발사해 그 궤적을 레이더로 추적한다. 지금 북한은 이것을 할 개연성이 높다.
인민군이 새 미사일을 개발했다면 우리는 안보 전선에 심각한 ‘경고등’을 켜야 한다. 이유는 우리 군이 가진 PAC-3(패트리어트 미사일)로는 무더기로 날아오는 적 미사일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PAC-3는 방어 영역도 좁다.
실전 배치 후 한 번도 쏘아본 적 없는 현무2 미사일의 개발 당시 시험발사 모습. 작은 사진은 권명국 전 공군 방포사령관.
그래서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개념으로 시작한 것이 킬 체인(Kill Chain)이다. 우리 미사일을 선제 발사해 북한 미사일 기지를 파괴함으로써 안전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형 킬 체인을 운영하려면 미군의 협조가 있어야 하고, 완성까지는 10여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큰 약점이 있다.
우리 군이 보유한 현무 미사일이 제 실력을 발휘할지도 의문이다. 놀랍게도 우리 군은 현무 시리즈를 연습사격한 적이 없다. 개발할 때는 시험발사를 했지만, 실전 배치한 후에는 단 한 번도 연습사격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 인사는 ‘백상어’의 재판을 우려한다.
백상어는 날아가는 어뢰다. 미사일처럼 하늘로 날아가 표적 근처에서 낙하산을 펴고 떨어져 물에 들어간 다음 스크루를 돌려 적 잠수함으로 다가가 공격하는 무기다. 개발 당시 시험발사에서는 문제가 없었는데, 실전 배치 후 쏴보니 낙하산을 폈음에도 입수(入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백상어 ‘뇌진탕’ 사건이 일어난 것. 관계자들은 현무 시리즈에도 이와 유사한 허점이 있지 않을까 우려한다.
각 군 自軍 이기주의 버려야
이런 형편이지만 그래도 제도를 개선하면 방어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우리 군은 미사일 및 항공기 방어는 공군 방포사령부와 육군 방공포병부대, 미사일 공격은 육군 유도탄사령부와 공군 방포사령부가 담당하는 체제다. 공수(攻守)를 나눠놓았는데, 그것을 다시 둘로 분리해놓은 것이다. 이런 경우 유사시 엉키는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공격과 방어는 한군데서 지휘하도록 묶어놓아야 한다. 연평도 포격전 때 우리는 ‘따로따로’ 놀았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해병대사령부를 중심으로 육·해·공군 부대를 묶은 서북도서방어사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북한 미사일 위협이 심각한 지금은 3개 부대를 묶는 것이 유리하다.
이는 공군 방포사령관을 지낸 권명국 씨(예비역 소장)의 지론이다. 그는 육사를 졸업하고 육군 방공포병으로 근무했는데, 중령 시절 그가 속한 부대가 공군으로 넘어감으로써 공군 장성이 됐다. 육군과 공군 사정을 두루 아는 그는 “3개 부대를 묶어 국군유도탄사(가칭)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준비라도 해놓아야 KAMD와 킬 체인이 완성될 때까지 안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의 위협이 심각하고 그 대응책이 마땅치 않은 만큼, 각 군은 자군 이기주의를 버리고 필요한 기능 위주로 군 편제를 바꾸자는 뜻이다. 북한이 연속해서 무더기로 미사일을 쏘는 데는 분명 꿍꿍이가 있다. 그 의도를 끊어내기 위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시급한 국방개혁을 해낼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