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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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해품길’ 따라 섬구경 꽃구경

경남 통영 매물도, 붉은 동백과 푸른 바다 절경 어우러져

  • 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입력2014-03-31 15: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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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 ‘해품길’ 따라 섬구경 꽃구경

    당금마을전망대로 가는 길에 뒤돌아본 풍경. 가운데 봉긋한 언덕이 해금강전망대고, 뒤로 어유도와 가왕도(맨 오른쪽)가 펼쳐진다.

    경남 통영시 매물도는 대매물도를 가리키지만 대매물도와 소매물도, 등대섬을 통칭하기도 한다. 소매물도는 통영의 유인도 100여 개 가운데 가장 인기가 좋다. 그래도 직접 섬을 방문하는 이는 가뭄에 콩 나듯 했는데, 최근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만든 ‘바다백리길’(통영 미륵도, 한산도, 비진도, 매물도, 소매물도, 연대도에 조성한 걷기길)에 매물도가 들어가면서 탐방객이 부쩍 늘었다.

    매물도는 섬 곳곳에 동백나무가 울창하다. 다른 지역보다 발육 상태가 좋아 탐스러운 꽃이 주렁주렁 달린다. 3~4월 초 매물도를 찾으면 붉은 동백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절경 속을 원 없이 걸을 수 있다.

    ‘바다백리길’ 통해 섬의 속살 알려져

    매물도는 넓이 2.4km2, 해안선 길이 약 8km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섬이다. 통영시 한산면에 속하며 통영항에서 남동쪽으로 25km쯤 떨어졌다. 반면 거제 저구항에서는 10km쯤 거리다. 그래서 서울 사람은 통영여객터미널을, 부산과 창원 사람은 거제 저구항을 이용한다. 통영에서 배를 타면, 이순신 장군이 활약했던 한산도 앞바다를 지나 비진도 앞을 미끄러져 매물도에 이른다. 매물도 당금항에 내리면 방파제 뒤로 깎아지른 어유도가 펼쳐지고, 산비탈에 옹기종기 모인 집이 정겹게 다가온다.

    매물도라는 지명은 ‘매물’, 즉 메밀을 많이 경작한 데서 유래했다. 한편으로는 매물도가 전쟁터에서 개선한 장군이 군마 안장을 푼 뒤 쉬고 있는 형상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말 마(馬)’자와 ‘꼬리 미(尾)’자를 써서 ‘마미도’라고 부르던 것이 나중에 매미도를 거쳐 매물도로 바뀌었다는 설도 있다. 옛 문헌에는 매매도(每每島), 매미도(每味島) 등으로 적혀 있다.



    매물도 바다백리길의 이름은 ‘해품길’이다. 섬 곳곳에서 빼어난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해품길은 매물도의 마을, 산, 해안을 거의 모두 둘러보게 돼 있다. 당금항 해품길 안내판 옆에는 배가 불룩한 ‘바다를 품은 여인’ 조형물이 서 있다. 매물도는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가보고 싶은 섬’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그 덕에 공공미술 작품들로 꾸며진 마을은 산뜻하다.

    마을 골목길로 들어서면 ‘고기 잡는 할아버지’‘해녀의 집’ 등 소박한 주민 이야기가 담긴 문패가 재미있다. 골목을 이리저리 휘돌면 발전소에 이른다. 발전소에서 왼쪽 언덕을 오르면 해금강전망대가 나온다. 날이 좋은 때는 거제 남부면과 해금강 일대가 잘 보이며, 일출 풍광도 빼어나다.

    다시 발전소로 내려와 부드러운 초원을 따르면 옛 한산초교 매물도분교에 이른다. 이 분교는 섬에서 가장 평탄한 곳에 자리 잡았다. 섬 주민들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1963년 학교를 직접 지었다. 42년간 섬마을 아이들의 꿈과 희망으로 가득했던 분교는 2005년 폐교했다. 지금은 민박집으로 사용한다. 분교 앞 몽돌해안은 섬의 유일한 해수욕장이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운동장을 뛰놀다 해안으로 달려가 몸을 던졌을 것이다.

    봄날 ‘해품길’ 따라 섬구경 꽃구경
    장군봉은 소매물도 최고 전망대

    분교를 지나면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고, 동백터널을 지난다. 길섶에 떨어진 동백꽃이 붉은 등을 켠 듯 반짝반짝 빛난다. 대숲길을 내려오면 길 양편으로 다시 동백나무가 도열한다. 굵은 나무들은 짙은 붉은색 꽃을 가득 달고 있다. 일찍이 이렇게 꽃이 풍성한 동백나무들을 본 적이 없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꽃밭에 앉아 동백꽃 향기에 취한다.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언덕을 오르면 당금마을전망대다. 이곳은 사방이 툭 터진 바람의 길이다. 그늘막 아래 평상에 앉으면 분교와 해금강전망대, 어유도, 가왕도가 차례로 펼쳐지고 바다 건너편으로 거제도 망산과 여차·홍포 해안이 아스라하다. 동쪽으로 드넓은 초원이 펼쳐지며, 서쪽으로는 웅장한 장군봉이 우뚝하다. 이곳 전망대는 한참을 머물고 싶은 멋진 공간이다.

    전망대를 출발하면 앞쪽으로 장군봉을 바라보며 걷는다. 장군봉은 210m 높이에 불과하지만, 우락부락한 생김새로 체감 높이는 500m를 훌쩍 넘긴다. 장군봉 산 사면은 온통 동백나무로 덮여 있다. 봉우리를 넘으면 급경사를 내려와야 한다. 두 봉우리 사이 안부에서 대항마을과 장군봉 가는 길이 갈린다. 섬을 둘러볼 시간 여유가 없는 사람은 여기서 대항마을로 내려가면 된다.

    장군봉 오름길은 지그재그 임도다. 어유도전망대를 지나 모퉁이를 두어 번 돌면 장군봉 정상에 닿는다. 정상은 철탑이 우뚝하고, 그 앞에 너른 공터가 있어 쉬기에 좋다. 장군봉 이름은 장군이 군마를 탄 형상에서 나왔다. 장군봉에는 장군과 말을 형상화한 독특한 조형물이 있다. 누구나 말 등에 올라탈 수 있게 제작한 점이 마음에 든다. 말에 올라타면 장군이 된 듯 힘이 넘치고 기분도 좋아진다.

    장군상 뒤 전망 데크에 서면 그동안 숨어 있던 소매물도와 등대섬이 나타난다. 소매물도는 꼭 거친 바다를 헤엄치는 거북이처럼 보인다. 장군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휘파람이 절로 나는 완만한 초원길이다. 가을에는 억새가 우거지고 구절초가 만발한다. 보는 장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소매물도 모습이 재미있다. 등대섬전망대를 지나면 길은 오른쪽으로 크게 꺾인다.

    봄날 ‘해품길’ 따라 섬구경 꽃구경

    당금마을은 산비탈에 옹기종기 모인 집과 항구, 작은 산처럼 솟은 어유도가 어우러져 평화롭다.

    산비탈에서 이어진 편안한 길이 꼬돌개 오솔길이다. 꼬돌개는 경남 고성 등에서 온 초기 정착민이 흉년과 괴질로 ‘꼬돌아졌다(꼬꾸라졌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름은 재미있지만 그 속에 매물도의 아픈 역사가 담겼다. 운치 있는 대숲을 지나면 대항마을이 코앞이다. 마을로 들어가기 전 매물도 당산나무인 후박나무(경남기념물 제214호)를 구경하자. 수령 300년이 된 이 후박나무는 소원 한 가지는 꼭 들어주는 나무로 알려졌다.

    아담한 대항마을은 사람들이 떠난 옛집과 신축 펜션이 뒤섞여 있다. 대항마을을 지나 낮은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시야가 열린다. 매물도 앞바다에 솟구친 바위기둥 서너 개는 가익도다. 크고 작은 바위 5개로 이뤄진 가익도는 주민 사이에서 ‘삼여’ 또는 ‘오륙도’로 불린다.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바위가 3개로, 5개로도 보인다.

    고갯마루를 내려오기 전 당금마을을 유심히 바라본다. 방파제가 두 팔 벌려 앉은 항구, 작은 산처럼 솟은 어유도, 그리고 산비탈에 따개비처럼 붙은 집들이 어우러진 마을이 평화롭다.

    여행정보

    ● 매물도 해품길 가이드


    코스는 당금항→해금강전망대→매물도분교→당금마을전망대→대항마을 갈림길→장군봉→등대섬전망대→꼬돌개→대항마을(대항항)→당금항으로, 거리는 6.8km이며 3시간 20분쯤 걸린다. 해품길 종착점은 대항항이지만, 당금항으로 돌아와 원점 회귀하는 것이 좋다. 대항항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 여객선이 들어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교통

    여객선은 통영과 거제에서 다닌다. 통영↔대·소매물도의 경우, 통영여객터미널에서 한솔해운(055-645-3717) 소속 한솔1호와 엔젤3호가 1일 3회(07:00, 11:00, 14:10) 운항한다. 주말에는 소매물도행 배편만 몇 번 더 다닌다. 1시간 30분쯤 걸리며, 오전 7시 배를 타면 소매물도와 대매물도를 모두 둘러볼 수 있다. 거제↔대·소매물도의 경우, 거제시 남부면 저구항에서 매물도해운(055-633-0051)의 매물도구경2, 3호가 1일 4회(08:30, 11:30, 13:00, 15:30) 출항한다. 매물도까지 40분쯤 걸린다. 배편은 왕복으로 끊어야 한다. 따라서 통영을 들머리로 매물도를 구경하고 거제로 나올 수는 없다.

    봄날 ‘해품길’ 따라 섬구경 꽃구경

    봄철 통영 별미인 도다리쑥국.

    ● 맛집

    매물도 당금마을 구판장 2층에 자리한 밥집(010-8929-0706)에서 자연산 활어회, 매운탕, 라면 등을 먹을 수 있다. 대항마을 구판장(010-7110-4066)에서 기본적인 생필품은 물론, 매물도 별미인 방풍나물도 살 수 있다. 봄철 별미인 도다리쑥국은 통영항에서 가까운 분소식당(055-644-0495)이 잘한다.

    ● 숙식

    하나펜션(055-642-9852)과 매물도펜션(055-641-4783), 소라민박(055-643-4957) 등 숙박시설이 많다. 일출 보기 좋은 매물도분교 민박은 구판장에 문의한다. 캠핑족은 당금항 방파제 앞에 텐트를 칠 수 있다. 화장실은 구판장 옆 공용화장실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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