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선거(이하 대선)를 앞두고 여야 예비후보가 잇따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대선 열기가 차츰 고조되고 있다. ‘주간동아’는 국민이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들의 철학과 비전 등을 중심으로 인터뷰한다. 이번 인터뷰는 실시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중화한 현실을 반영해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한다.
“대선 승리가 한쪽에는 승리의 함성을, 다른 쪽에는 증오의 결기를 부르는 현실을 더는 볼 수 없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5월 8일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하며 ‘탈(脫)대립’의 정치를 표방했다. 그는 “민주화 인사들이 유신 악몽을 떠올리지 않고, 보수가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는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한쪽 지역만의 몰표로 당선된 대통령은 구태의연한 지역 안배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임 전 실장의 얘기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킹’이 아닌 ‘킹메이커’가 돼달라는 주문으로 해석돼 논란이 일었다. 5월 14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진행된 임 전 실장과의 인터뷰도 ‘박근혜 킹메이커론’으로 시작했다.
▼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언급한 박근혜 킹메이커론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박근혜) 킹메이커론을 염두에 두고 한 얘기가 아니었는데, 그 부분만 너무 부각됐다. 내가 하려던 얘기는 우리 정치에 고착화한 증오와 한풀이 정치를 바꾸자는 것이다. 합리적으로 대화하면 충분히 합의할 수 있는데도, (증오와 한풀이 정치라는) 틀에 갇힌 채 쟁점화하면 될 일도 안 됐다. 한국 정치의 이 같은 구태의연한 고질병을 고치지 않으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성공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 정치를 바꾸는 데 정치적 영향력이 큰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구실을 해달라, 함께하자는 뜻으로 말했던 것이다.”
▼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도 동참을 요구했는데.
“증오와 한풀이 정치를 바꾸려면 한 사람의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새누리당뿐 아니라 민주당 안에서, 그리고 두 당 밖에서도 탈대립의 목소리가 함께 울려 퍼져야 가능하다.”
▼ 정 고문이나 안 원장과 교감이 있었나.
“교감은 없었다. 정치적 파벌을 만들자는 것도 아니다. 선의의 경쟁으로 대립 정치의 틀을 깨는 데 함께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지금 우리 정치는 국민으로부터 조롱받고 멸시받고 있다. 신뢰받는 정치인도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인이 나빠서라기보다 정치 구조와 틀이 대립과 증오로 치닫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구태의연한 한국 정치의 틀을 부수고 새로운 정치의 틀을 짜는 것은 어느 집단에 소속해 있든 공동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정치는 상대가 좋아지면 서로에게 자극이 돼 더 좋아질 수 있다.”
▼ 예선을 통과해야 본선에 나갈 수 있는데, 당내 기반이 너무 약한 것 아닌가.
“기존 정치세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내게는 세력이 없다. 그렇지만 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시대적 요구라고 생각한다. 나는 탈대립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려고 나왔다. 그런 점에서 내게는 국민세력이 있다(웃음).”
▼ 올 대선에 국민이 바라는 시대정신이 탈대립의 정치라고 보는 건가.
“그렇다. 구태 정치로는 우리나라가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큰 바다가 모든 강과 지류를 모아 잔잔하게 하나로 만들듯, 이제 우리 정치도 큰 바다처럼 전임 대통령이 했던 일 가운데 지킬 것은 지키고 잘못된 것은 고쳐 계승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 임 전 실장에 대해 ‘이명박 아바타’라는 낙인찍기가 시작됐다.
“낙인찍고 증오하고 멸시하는 정치를 이번에는 바꿔보자. 구태의연한 한국 정치의 틀을 부수는 작업을 시작하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큰 괴리를 그는 과연 어떻게 극복하려는 것일까. 이명박 정부 들어 당선인 비서실장과 여당(한나라당) 정책위의장, 고용노동부 장관, 대통령실장 등 주요 직책을 역임한 그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특히 대선 도전을 선언한 직후 그는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양아들 가운데 장남 격이라는 얘기로 구설수에 올랐다.
▼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양아들 가운데 장남 격이라는 얘기는 뭔가.
“양아들이라는 표현이 나를 두고 지칭한 것인지 모르겠다. (양아들이란 표현을 한) 정두언 의원과는 친한 친구 사이인데, 친구를 띄워주려 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2004년 최병렬 대표 비서실장으로 일할 때 당시 사무총장이던 이 전 부의장과 함께 일한 적이 있다. 이후 같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 최근 불거진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비록 내가 청와대에 근무할 때 생긴 일은 아니지만 정부에서 일어났던 일이라 참 면목이 없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라도 철저히 조사해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 또 그렇게 해나갈 것으로 믿는다.”
▼ 이명박 정부에 대해 ‘소통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정책 현장에서 느낀 점은 먼저 대화가 부족하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대화를 해도 상대방과 진심으로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대립 구도 속에서 (대화를) 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소통 측면에서라도 구태의연한 (대립) 정치의 틀을 먼저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자유무역협정(FTA)은 경제 문제고 쇠고기 수입은 국민 건강에 관한 문제인데, 두 사안을 하나로 묶어 이념 투쟁으로 몰고 가면서 소통하기보다 정치적으로 규정지으려 해 여러 문제가 생겼다.”
▼ 이명박 정부에서 일하며 ‘이런 점이 아쉽다’고 느낀 정책은 없나.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이 정부 중심에 있던 한 사람으로서 내 선거를 위해 정부 정책을 부정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나는 우리 정부가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는 큰 정책 방향을 그런대로 잘 잡아왔다.
그런데 대통령실장에서 물러나 지난 4개월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얘기를 들어보니까 (정책) 취지는 참 좋은데 효과가 현장까지 전달이 안 된다는 얘기가 많더라. 정부 정책의 집행 과정에 구조적 문제가 있어 보였다. 어느 대통령이 들어와도 이 구조를 뜯어고치지 못하면 계속 국민으로부터 나쁜 평가를 받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우리 정부는 복지정책에 한 해 92조 원을 쓴다. 92조 원은 460만 가구에 매년 2000만 원씩 지급할 수 있는 큰돈이다. 그런데 많은 국민은 복지정책의 효과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왜 그럴까. 정책 효과를 왜곡하고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는 ‘중간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 중간자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한계가 올 것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이 중간자 구조를 바꾸려 해도 정치의 틀을 바꿔야만 제대로 개혁할 수 있다.”
그는 우리 경제·사회 시스템 개혁을 위해 정부와 국민 사이에서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는 ‘중간자’에 대해 별도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밝힐 ‘공공의 적’에는 어떤 경우에는 대기업, 다른 경우에는 정부가 예산을 배정할 때 그 과정에 끼어든 이익집단이 포함된다고 했다. 그는 “정책적으로 중산층을 육성하고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경제 시스템에 대한 대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곁에서 지켜본 이 대통령은 소통을 잘하는 편인가.
“대선 캠프 때부터 대통령은 대화를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또 실제로 얘기도 많이 듣는다. 그런데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정부가 추진한 정책이 잘 안 됐을 때 국민은 그 이유를 설명해주기를 바라는데, 정부가 그런 설명을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 정부는 잘한 것을 앞세우려 하지만 국민은 잘 안 된 것을 더 많이 기억한다.
“그런 점이 있다. 국민에게 ‘잘해보려고 했지만 이래서 어려웠다’고 설명했어야 하는데, 국민 마음에 와닿게 설명하지 않았다. 또 그런 노력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국민이 소통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 4·11 총선 결과는 어떻게 받아들이나.
“결과만 놓고 보면 (새누리당이) 과반을 확보했으니 성공이다. 그 배경에는 야당이 실점해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이 있다. 특히 높이 평가할 것은 (공천 과정에) 여러 사연이 많았지만 후유증을 최소화하려고 대통령도 노력하고, 다른 노력 역시 많이 했다는 점이다. 여권 전체가 단결해 대선을 치를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이 이번 총선에 담긴 의미다.
그런데 행간을 들여다보면 수도권에서의 한계,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 데에서의 한계, 합리적 중도층에서의 무관심 현상이 나타났다. 총선 결과에는 우리가 (대선) 경선을 통해 극복해야 할 과제도 함께 드러났다. 중도에 대한 확장성이 누구에게 더 있느냐….”
▼ 표의 확장성 얘기는 박 전 비대위장을 염두에 둔 것인가.
“내가 박 전 비대위장을 개인적으로 인신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치권에 11년 동안 몸담으면서 한국 정치를 이대로 두어서는 나라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대립 구도를 넘어서야 대한민국이 번영할 수 있다. 그 구도를 깨는 데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먼저 개혁에 나서달라는 얘기다.”
▼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결국 박근혜 킹메이커론 아닌가.
“박 전 비대위장의 지지율이 견고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렇지만 견고한 지지층이 강점이자 곧 약점이다. 박 전 대표도 시대적 흐름을 느끼리라 생각한다. 민심의 흐름이 지금처럼 가지는 않을 것이다.”
▼ 경선 룰에 대한 의견은 뭔가.
“선거인단 문호를 개방하자는 정신에 동의한다. 다만 어떻게 하자는 방법론은 논의 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대선 승리가 한쪽에는 승리의 함성을, 다른 쪽에는 증오의 결기를 부르는 현실을 더는 볼 수 없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5월 8일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하며 ‘탈(脫)대립’의 정치를 표방했다. 그는 “민주화 인사들이 유신 악몽을 떠올리지 않고, 보수가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는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한쪽 지역만의 몰표로 당선된 대통령은 구태의연한 지역 안배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임 전 실장의 얘기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킹’이 아닌 ‘킹메이커’가 돼달라는 주문으로 해석돼 논란이 일었다. 5월 14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진행된 임 전 실장과의 인터뷰도 ‘박근혜 킹메이커론’으로 시작했다.
▼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언급한 박근혜 킹메이커론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박근혜) 킹메이커론을 염두에 두고 한 얘기가 아니었는데, 그 부분만 너무 부각됐다. 내가 하려던 얘기는 우리 정치에 고착화한 증오와 한풀이 정치를 바꾸자는 것이다. 합리적으로 대화하면 충분히 합의할 수 있는데도, (증오와 한풀이 정치라는) 틀에 갇힌 채 쟁점화하면 될 일도 안 됐다. 한국 정치의 이 같은 구태의연한 고질병을 고치지 않으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성공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 정치를 바꾸는 데 정치적 영향력이 큰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구실을 해달라, 함께하자는 뜻으로 말했던 것이다.”
▼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도 동참을 요구했는데.
“증오와 한풀이 정치를 바꾸려면 한 사람의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새누리당뿐 아니라 민주당 안에서, 그리고 두 당 밖에서도 탈대립의 목소리가 함께 울려 퍼져야 가능하다.”
▼ 정 고문이나 안 원장과 교감이 있었나.
“교감은 없었다. 정치적 파벌을 만들자는 것도 아니다. 선의의 경쟁으로 대립 정치의 틀을 깨는 데 함께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지금 우리 정치는 국민으로부터 조롱받고 멸시받고 있다. 신뢰받는 정치인도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인이 나빠서라기보다 정치 구조와 틀이 대립과 증오로 치닫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구태의연한 한국 정치의 틀을 부수고 새로운 정치의 틀을 짜는 것은 어느 집단에 소속해 있든 공동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정치는 상대가 좋아지면 서로에게 자극이 돼 더 좋아질 수 있다.”
▼ 예선을 통과해야 본선에 나갈 수 있는데, 당내 기반이 너무 약한 것 아닌가.
‘주간동아’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인터뷰는 위키트리를 통해 트위터 생방송됐다.
▼ 올 대선에 국민이 바라는 시대정신이 탈대립의 정치라고 보는 건가.
“그렇다. 구태 정치로는 우리나라가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큰 바다가 모든 강과 지류를 모아 잔잔하게 하나로 만들듯, 이제 우리 정치도 큰 바다처럼 전임 대통령이 했던 일 가운데 지킬 것은 지키고 잘못된 것은 고쳐 계승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 임 전 실장에 대해 ‘이명박 아바타’라는 낙인찍기가 시작됐다.
“낙인찍고 증오하고 멸시하는 정치를 이번에는 바꿔보자. 구태의연한 한국 정치의 틀을 부수는 작업을 시작하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큰 괴리를 그는 과연 어떻게 극복하려는 것일까. 이명박 정부 들어 당선인 비서실장과 여당(한나라당) 정책위의장, 고용노동부 장관, 대통령실장 등 주요 직책을 역임한 그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특히 대선 도전을 선언한 직후 그는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양아들 가운데 장남 격이라는 얘기로 구설수에 올랐다.
▼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양아들 가운데 장남 격이라는 얘기는 뭔가.
“양아들이라는 표현이 나를 두고 지칭한 것인지 모르겠다. (양아들이란 표현을 한) 정두언 의원과는 친한 친구 사이인데, 친구를 띄워주려 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2004년 최병렬 대표 비서실장으로 일할 때 당시 사무총장이던 이 전 부의장과 함께 일한 적이 있다. 이후 같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 최근 불거진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비록 내가 청와대에 근무할 때 생긴 일은 아니지만 정부에서 일어났던 일이라 참 면목이 없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라도 철저히 조사해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 또 그렇게 해나갈 것으로 믿는다.”
▼ 이명박 정부에 대해 ‘소통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정책 현장에서 느낀 점은 먼저 대화가 부족하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대화를 해도 상대방과 진심으로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대립 구도 속에서 (대화를) 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소통 측면에서라도 구태의연한 (대립) 정치의 틀을 먼저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자유무역협정(FTA)은 경제 문제고 쇠고기 수입은 국민 건강에 관한 문제인데, 두 사안을 하나로 묶어 이념 투쟁으로 몰고 가면서 소통하기보다 정치적으로 규정지으려 해 여러 문제가 생겼다.”
▼ 이명박 정부에서 일하며 ‘이런 점이 아쉽다’고 느낀 정책은 없나.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이 정부 중심에 있던 한 사람으로서 내 선거를 위해 정부 정책을 부정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나는 우리 정부가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는 큰 정책 방향을 그런대로 잘 잡아왔다.
그런데 대통령실장에서 물러나 지난 4개월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얘기를 들어보니까 (정책) 취지는 참 좋은데 효과가 현장까지 전달이 안 된다는 얘기가 많더라. 정부 정책의 집행 과정에 구조적 문제가 있어 보였다. 어느 대통령이 들어와도 이 구조를 뜯어고치지 못하면 계속 국민으로부터 나쁜 평가를 받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우리 정부는 복지정책에 한 해 92조 원을 쓴다. 92조 원은 460만 가구에 매년 2000만 원씩 지급할 수 있는 큰돈이다. 그런데 많은 국민은 복지정책의 효과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왜 그럴까. 정책 효과를 왜곡하고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는 ‘중간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 중간자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한계가 올 것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이 중간자 구조를 바꾸려 해도 정치의 틀을 바꿔야만 제대로 개혁할 수 있다.”
그는 우리 경제·사회 시스템 개혁을 위해 정부와 국민 사이에서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는 ‘중간자’에 대해 별도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밝힐 ‘공공의 적’에는 어떤 경우에는 대기업, 다른 경우에는 정부가 예산을 배정할 때 그 과정에 끼어든 이익집단이 포함된다고 했다. 그는 “정책적으로 중산층을 육성하고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경제 시스템에 대한 대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곁에서 지켜본 이 대통령은 소통을 잘하는 편인가.
“대선 캠프 때부터 대통령은 대화를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또 실제로 얘기도 많이 듣는다. 그런데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정부가 추진한 정책이 잘 안 됐을 때 국민은 그 이유를 설명해주기를 바라는데, 정부가 그런 설명을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 정부는 잘한 것을 앞세우려 하지만 국민은 잘 안 된 것을 더 많이 기억한다.
“그런 점이 있다. 국민에게 ‘잘해보려고 했지만 이래서 어려웠다’고 설명했어야 하는데, 국민 마음에 와닿게 설명하지 않았다. 또 그런 노력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국민이 소통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 4·11 총선 결과는 어떻게 받아들이나.
“결과만 놓고 보면 (새누리당이) 과반을 확보했으니 성공이다. 그 배경에는 야당이 실점해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이 있다. 특히 높이 평가할 것은 (공천 과정에) 여러 사연이 많았지만 후유증을 최소화하려고 대통령도 노력하고, 다른 노력 역시 많이 했다는 점이다. 여권 전체가 단결해 대선을 치를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이 이번 총선에 담긴 의미다.
그런데 행간을 들여다보면 수도권에서의 한계,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 데에서의 한계, 합리적 중도층에서의 무관심 현상이 나타났다. 총선 결과에는 우리가 (대선) 경선을 통해 극복해야 할 과제도 함께 드러났다. 중도에 대한 확장성이 누구에게 더 있느냐….”
▼ 표의 확장성 얘기는 박 전 비대위장을 염두에 둔 것인가.
“내가 박 전 비대위장을 개인적으로 인신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치권에 11년 동안 몸담으면서 한국 정치를 이대로 두어서는 나라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대립 구도를 넘어서야 대한민국이 번영할 수 있다. 그 구도를 깨는 데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먼저 개혁에 나서달라는 얘기다.”
▼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결국 박근혜 킹메이커론 아닌가.
“박 전 비대위장의 지지율이 견고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렇지만 견고한 지지층이 강점이자 곧 약점이다. 박 전 대표도 시대적 흐름을 느끼리라 생각한다. 민심의 흐름이 지금처럼 가지는 않을 것이다.”
▼ 경선 룰에 대한 의견은 뭔가.
“선거인단 문호를 개방하자는 정신에 동의한다. 다만 어떻게 하자는 방법론은 논의 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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