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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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살 빼기’ 이번엔 진짜냐

국방개혁 용두사미 되기 일쑤… 조성태 장관 ‘인건비 감축’ 발언 실현 여부에 관심

  • 입력2005-03-17 1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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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軍살 빼기’ 이번엔 진짜냐
    국방부에서도 ‘정치’가 펼쳐진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이 많다. ‘군인들이 무슨 정치를 하는가. 아직도 정치군인이 있는가?’ 하고. 그러나 국방부 주변에서는 정치판에서와 같은 세 싸움이 벌어지고, 이해 관계에 따라 이합집산도 이루어진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 사이 국방부 주변에서 가장 많이 떠돌았던 이야기 중 하나는 조성태 현 국방장관(60)의 유임 여부였다. 그는 1년 7개월째 국방장관을 맡고 있어 현직 장관 중에서 최장수에 속한다. 그러다보니 국방부 주변의 ‘참새’들은 장관이 교체될 것이라고 입방아를 찧었다.

    장관으로서는 이러한 입방아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국방부를 담당하는 국정원이나 기무사 직원, 또는 대통령 민정비서관들은 이같은 입방아를 수집해 ‘군부의 여론’이라며 청와대 등 권력 최상층부에 올리기 때문이다. ‘참새’들은 이러한 구도를 잘 알기 때문에 장관이 그들의 이해관계에 맞지 않으면 입방아로 흔들어 버린다. 장관이 그런 사태를 막는 최선의 방책은 대통령의 신임을 얻는 것이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면 ‘참새’들은 오히려 칭송을 늘어놓는다. 지난 1월29일 단행된 보각(補閣)에서 조성태 장관은 유임되었다. 그러자 새로운 입방아가 돌았다. “대통령은 남북교류가 활발한 시점에서 국방장관을 포함한 외교안보팀을 교체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남북 국방장관회담이 이뤄지는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국방장관을 교체할 수 없지 않은가. 대통령은 오히려 조장관에게 무게를 실어주었다. 조장관은 그러한 신임을 기반으로 국방 개혁에 착수할 것이다”는 등 긍정적인 이야기가 퍼져 나갔다.

    ‘軍살 빼기’ 이번엔 진짜냐
    김대중 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인 천용택씨(현 국회 국방위원장)는 ‘작지만 강한 군대’를 목표로 국방개혁을 추진했다. ‘육군의 1야전사와 3야전사를 통합해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를 만든다. 2야전사는 후방작전사령부(후작사)로 개편하고, 2야전사 예하의 군단은 해체한다. 이렇게 육군을 축소하는 대신 군단과 사단에 흩어져 있는 헬기 부대와 화생방 부대를 모아 항공작전사령부(항작사)와 화생방방호사령부(화방사)를 만든다. 그리고 육해공군의 수송 부대를 모아 국군수송사령부(국수사)를 만든다’는 것 등이 주요 개혁안이었다.

    주지하다시피 국방부는 육군 장교들에 의해 점령돼 있어 ‘육방부’와 다를 바 없다. 그러한 국방부에서 육군 상급 부대를 줄이겠다는 개혁안을 만들었으니 육군 분위기가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었다. 육군 조직에 ‘칼’을 대는 육군 장교는 그날로 ‘왕따’가 되는 게 군 내의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는 창설하는 개혁은 할 수 있어도 해체하는 개혁은 추진하기 힘들다.



    천용택 장관은 이를 간파했는지 ‘창설 개혁’부터 시작했다. 창설 개혁은 순풍에 돛단 듯 일사천리로 진행돼 육군 항작사와 화방사, 그리고 국수사가 만들어졌다. 국방 개혁이 발표될 즈음 한미연합사는 1, 3야전사를 지작사로 통합하는 것은, 전시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한미연합사와도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해체 개혁’을 실행해야 할 시점이 되자 국방부의 육군 장교들 사이에서는 한미연합사의 주장이 옳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미연합사와 충분히 협의할 때까지 해체 개혁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그러던 어느날 천장관은 국가정보원장으로 영전하고, 조성태씨가 후임 장관에 취임했다. 그 얼마 뒤 조장관은 “한미연합사와의 협의가 끝날 때까지 지작사 창설을 보류한다”며 해체 개혁안을 서랍 속에 밀어넣었다.

    남북 대치가 첨예한 상황에서, 또 지금처럼 남북교류가 활발해진 상황에서 최전방 부대인 1, 3야전사를 통합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 때문에 지작사 창설 연기는 적절한 조치로 이해된다. 그러나 후방 부대인 2야전사 예하 군단 해체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6공 초기까지 2야전사에는 군단이 없었다가 6공 시절 별다른 이유도 없이 군단이 만들어졌다. 때문에 2야전사 예하 군단사령부 해체는 당장 실행해도 되는데, 이것마저도 연기된 것이다. 육군 조직만 키운 채 국방개혁은 허무하게 끝나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자 국방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역시 “조직과 ××는 만질수록 커진다는 속설이 맞다”는 비아냥거림이 떠돌았다. 사실 군 내에는 없애야 할 군살이 많은 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육군 사단의 부사단장이다. 사단에는 참모장이 있기 때문에 부사단장은 1명 혹은 2명이면 충분한데, 어떤 사단은 4명의 부사단장을 두고 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육군 수방사령관과 특전사령관은 소장이었다. 그런데 6공 시절 이 보직에서 대통령(전두환·노태우)이 배출됐다는 이유로 중장으로 높여졌다.

    ‘軍살 빼기’ 이번엔 진짜냐
    계급이 높다고 잘 싸우는 것도 아니다. 계급 인플레는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 증가를 초래할 뿐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소군(小軍)인 해-공군에도 군살이 있다. 해-공군에는 별도로 ‘작전사령부’를 두고 있는데, 본부에 또 비슷한 일을 하는 ‘정보작전참모부’를 두고 있다. 정보작전참모부를 줄여도 상당한 인건비가 절약된다.

    김대중 정부에서의 국방 군살 줄이기가 물 건너 간 것으로 판단될 즈음인 지난해 12월29일, 조장관은 국방부 국`-`실장과 합참 본부장들과의 조찬에서 돌연 “국방 예산 중에서 인건비가 무려 42.1%나 차지한다. 인건비를 10% 정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방부 기획관리실에 인건비 10% 감축 방안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때만 해도 조장관의 발언에 주목하는 사람은 적었다. 그 후 한달쯤 지난 1월26일 ‘연합뉴스’를 비롯한 몇몇 언론이 ‘국방부는 향후 5년간 국방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38% 선으로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군 고위 간부의 수를 줄이는 것도 검토중이다’고 보도했다. 그때서야 국방부는 “뭔가 있구나” 하고 술렁거렸다.

    그리고 며칠 후 조장관이 국방장관에 유임되자 일부 ‘참새’들은 “조장관이 유임을 위해 인건비 감축을 거론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어 “천장관의 개혁이 한미연합사를 핑계로 좌초했듯이, 조장관의 개혁도 남북 군축회담 때문에 좌초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석은 “남북 군축회담의 결과물이 나오기 전에 병력을 줄이면 우리만 손해다. 군축회담에서 감군 규모가 결정된 뒤 1, 3야전사를 지작사로 통합하고 2야전사의 군단을 없애는 등 군살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다”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군은 국가 방위의 마지막 보루인 만큼 함부로 줄여서는 안 된다. 군축회담 결과에 따라 국방 군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옳다. 그러나 군축회담을 핑계로 또다시 국방 개혁을 피해간다면, 김대중 정부는 말로만 “국방개혁!”을 떠들고 실제로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 정권이 된다. 국방 군살은 남북 군축회담과 연계해서 줄여나갈 준비를 하되, 그에 앞서 인플레된 육군 계급 구조를 낮춤으로써 개혁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국방 개혁론자들은 “육군의 부사단장은 전투 부대로 배치하고, 특전사와 수방사령관을 다시 소장으로 환원하라. 해공군의 전투 부대를 지휘하는 작전사령관이 중장인데, 그보다 적은 인원과 화력을 운용하는 육군 항작사 사령관이 중장인 것은 말이 안 된다. 항작사령관도 소장을 보임하라”고 주장한다. 국방 개혁론자들은 “이러한 개혁이 선행되어야 조장관이 말한 국방 인건비 감축안이 ‘일회성 정치’가 아닌 진정한 개혁안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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