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용태 최고위원은 5월 2일과 4일 양일간 진행한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아빠찬스 의혹’을 지적하며 이 같이 말했다. 정 후보자는 딸과 아들이 2017~2018학년도 경북대 의대에 편입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제의 편입 시기는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부원장과 원장을 지냈던 때와 겹친다.
정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병원과 학교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해명했지만 김 최고위원은 5월 4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명인지는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당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적 박탈)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했는데, 자칫 이러한 투쟁이 갖는 선명성이 희미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처음으로 정 후보자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4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는 달리 위법행위는 없었던 걸로 보인다”면서도 “국민께서 후보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 윤희숙 전 의원 등도 정 후보자 사퇴 촉구에 한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내로남불 답습하면 안돼”
국민의힘 김용태 최고위원이 5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주간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호영]
“특별히 바뀐 것은 없다. 계속 공회전 하는 것 같아 아쉽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야당 시절을 지내며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많이 비판했다. 내로남불 지적도 그 중 하나였다. 국민의힘이 그런 모습을 답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국 사태’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은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으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고 국민들은 더 큰 분노를 느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위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과정을 지켜보겠다’라고 했는데 문재인 정권이 잘못했던 방향대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당선인을 향한 국민들의 기대가 꺼지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 후보자는 조 전 장관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의 경우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조 전 장관은 위법행위가 발견된 경우다. 아직 정 후보자와 관련한 위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은 만큼 문 씨의 경우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역시 문제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대통령의 아들인 문 씨가 코로나 지원금을 신청했을 때 많은 국민들이 ‘과연 이것이 공정한가’라는 물음을 가졌다. 문 씨는 ‘공정한 심사를 거쳤다’고 주장했지만 사람들은 ‘대통령 아들이라는 (사실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코로나로 많은 국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대통령 아들에게 지원금이 가는 것이 옳은가라는 물음도 있었다. 유사한 맥락에서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장으로 재직했는데 관련 의과대학에 두 자녀가 편입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후보자는 ‘공정한 심사를 거쳤다’고 항변하지만 국민은 위법했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적절했는지, 상식적인지 등을 묻는 것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국민들이 고위공직자에 요구하는 잣대가 무엇이라 보는가.
“장관은 사회지도층이다. 굉장히 수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정 후보자가 자연인이라면 크게 문제될 사안이 아니지만 장관 후보자라 문제된다. 본인은 억울하다고 항변하지만 세상에 억울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국민들의 생활과는 동떨어져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버지의 직장과 관련된 대학에 두 자녀가 편입했다는 점, 그것도 한 명이 아닌 두 명이 편입한 사실이 과연 국민 눈높이에 적절할까.”
-인사 검증이 미진했던 것 아닌가.
“위법 행위가 없었기 때문에 부실 검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정무적 판단이 부족했다. ‘2030세대를 이해한다’ ‘공정이 중요하다’고 떠들었지만 좀 더 세밀하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
“윤 당선인만을 위한 정권 아냐”
-당 의원들이 정 후보자에 대한 비판을 부탁했다고 했다.“처음 목소리를 낼 때가 월요일(4월 18일)이었다. 주말에 당원 문자가 정말 많이 왔었다. 6‧1 지방선거 출마자와 의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국민들에게 당 지도부가 (인사 문제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민주당이 몰락하게 된 계기가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 아닌가. 김해영 전 의원 한 명 정도 직언했다. 국민의힘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고도 말했는데.
“당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썩 좋은 일은 아니다. 나라고 항상 올바른 길을 걸어왔는가에 대한 물음도 있다. 누구를 비판할 위인이 되느냐는 것이다. 다만 최고위원이다보니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느꼈다. 후회하진 않는다.”
-당선인의 지인으로 알려진 만큼 목소리 내기 어려운 분위기였을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로 많은 국민의힘 당원들이 고생했고 노력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수많은 당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광화문으로 올라와 집회를 이어나갔다. 바른정당도 나름대로 혁신 경쟁을 해왔다. 단순히 윤 당선인만을 위한 정권이 아니다. 국민과 당원들의 염원과 기대가 녹아있는 정권이다.”
-청년 최고위원에게 비판을 떠넘겼다는 지적도 있는데.
“개별 의원들이 판단할 문제다. 저의 정치인생이 길지, 짧을지 모르겠지만 권력에 아부하고 싶지 않다. 나이가 많든 적든, 중진이든 초선이든 소신에 반해 당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청년 정치라고 생각한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45년 흘렀어도 현재진행형인 ‘12·12 사태’
비상계엄으로 명예·자존심 손상된 707특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