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깔딱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Z세대 관련 글을 볼 때마다 “진짜 Z세대는 안 그런다” “Z세대를 모르는 사람이 쓴 글”이라는 피드백이 많다. Z세대를 가장 잘 이해하려면 ‘찐Z세대’인 필자의 일상을 글로 쓰는 게 어떨까 싶었다. 이번 주 내가 제일 좋아했던 것, 친구들과 같이 한 일을 쓰면 가장 정확히 유행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내가 Z세대를 대표하는 건 결코 아니다. 다만 Z세대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함께 들여다보자.
#사진 찍을 때 필수 포즈, 갸루피스
걸그룹 엔믹스(NMIXX) 멤버 배이(본명 배진솔)가 취한 갸루피스 포즈. [엔믹스 인스타그램]
이번 주에도 친구들과 인생네컷을 찍었다. 이 친구들과 찍은 인생네컷만 10장이 넘어가는데, 매주 유행하는 포즈가 다르고 기계마다 사진 필터와 느낌이 달라 매주 찍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쭉 내리다 보면 ‘읭?’스러운 사진 포즈를 한 번쯤은 목격했을 텐데, 요즘 유행하는 ‘갸루피스’라는 포즈다. 걸그룹 아이브의 일본인 멤버 레이(본명 나오이 레이)가 팬들에게 보낸 사진으로 유명해져 요즘 본격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이 포즈로 사진을 찍는 연예인과 유명인도 늘었다. 인생네컷 4장 가운데 1장에는 꼭 갸루피스가 들어간다. 팔을 팔꿈치까지 올린 뒤 꺾어서 브이를 만들면 그 포즈가 갸루피스다. 쉬워 보이지만 은근히 어렵다. 이제 손가락 하트처럼 누구나 쓰는 포즈로 유행할 것 같다.
#투썸플레이스 5곳 방문해 찾은 머그
투썸플레이스에서 구입한 마르디 메크르디 머그. [사진 제공 · 김상하]
마르디 메크르디라는 브랜드를 처음 보고는 절대 안 어울릴 것 같아 안 살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팝업스토어를 찾을 정도로 좋아한다. 특히 마르디의 초록색감을 가장 좋아하는데, 그 컬러를 활용한 컵을 투썸플레이스와 컬래버레이션해 내놨다고 했을 때 구매하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건 머그였으나, 가는 매장마다 마르디 머그는 없었다. 다행히 회사가 서울 광화문 근처라 투썸플레이스가 넘쳐났고 5번째 매장을 방문했을 때 드디어 딱 하나 남은 머그를 살 수 있었다. 심지어 지금도 투썸플레이스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친구가 내 머그를 보고 사고 싶다고 해 자연스럽게 온 것이다. “컵이 그렇게 예뻐?”라고 의문을 가질 수는 있지만 필자를 포함한 Z세대 중 일부에게 마르디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도 한몫했다.
#뭐든 다 들어가는 휘뚜루마뚜루 가방
즐겨 드는 휘뚜루마뚜루 가방. [사진 제공 · 김상하]
“아, 가방 뭐 사지?”라고 Z세대에게 물어보면 무조건 “휘뚜루마뚜루 가방 사야지”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이번 주 여름에 들기 좋은 흰색 가방을 하나 더 샀다. 휘뚜루마뚜루 가방은 특정 브랜드가 아니라 어디에나 막 들기 좋은, 뭐든 다 들어가는 가방을 말한다. 처음에 친구가 들고 온 휘뚜루마뚜루 가방을 보고 보부상이냐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지금은 필자 역시 매우 유용하게 잘 들고 다닌다. 그중 제일 좋아하는 휘뚜루마뚜루 가방은 아이패드가 들어가는 크기로, 요즘 그런 크기의 예쁜 가방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에 ‘휘뚜루마뚜루’만 검색해도 바로 가방이 나온다. 단정하게 각 잡힌 가방보다 뭐든 다 담을 수 있고 막 들고 다녀도 잘 망가지지 않는 가방이 인기인 것 같다.
#피크닉 계절이 돌아왔다
한강에서 친구와 함께 즐긴 피크닉. [사진 제공 · 김상하]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명언은 사실 제철음식 먹을 때와 놀 때밖에 생각이 안 난다. 이맘때가 되면 저 말이 단톡방에 올라온다. 이는 곧 “피크닉 가자”는 말이다. 지금 못 가면 올해 못 가니 당장 날짜를 잡자는 뜻. 피크닉은 여름에 하면 더워죽고 겨울에 하면 고문이다. 서울 노들섬이나 한강, 경기도 수원시 행궁동은 피크닉 할 사람은 이미 다 다녀갔고, 신발에 일회용 잔을 넣은 인증샷도 인스타그램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요즘은 피크닉 용품도 쉽게 빌릴 수 있어 예쁜 사진 찍고 재미있게 놀다 오는 게 흔한 일이다. 돗자리나 피크닉 패키지를 빌리는 것도 좋지만 이 시즌이 되면 필자는 고기만 구워 먹을 수 있는 캠핑장 콘셉트의 식당을 방문한다. 한강 ‘와이키키마켓’이나, 도봉구 ‘무수아취’ 같은 곳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면 여행 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한강에서는 고기를 못 구워 먹으니 올해도 일단 돗자리를 펴고 ‘냅다’ 한강 잔디밭에 드러누워 배달 음식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5월에는 어디 가서 고기를 구워 먹을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이제 입에 붙어버린 별안간, 냅다
‘별안간’ ‘냅다’라는 말을 SNS에서 많이 봤을 것이다. 이런 말을 쓸 때마다 SNS 중독자가 된 기분이다. 말뜻은 국어사전에서와 비슷하다. 별안간은 ‘별안간 ◯◯하는 사람 됨’이라는 표현에 많이 쓴다. 예를 들어 별안간 최애 보고 우는 사람됨, 별안간 춤추는 방탄소년단 정국 등처럼 쓰는 것이다. 평소에도 충분히 사용할 법한 말인데, 뭔가 유행처럼 SNS에서 쓰이다 보니 입에 착 붙어버렸다. 냅다(몹시 세차고 빠르게 갑자기)는 노래 불러달라니까 냅다 노래 부르기, 냅다 하트 날리기 등 빠르게 던지듯 하는 행동을 표현할 때 많이 쓴다. 이 말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별안간 유행어를 냅다 설명하고 도망가는 나”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