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20일, 막을 내린 세계 최고 권위의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리그에서 ‘괴물테란’ 최연성 선수(20·맨 왼쪽)가 ‘황제테란’ 임요환 선수(23)를 누르고 새로운 황제에 등극했다. 대전 무역전시관에 운집한 1만여명의 관중은 사상 최초의 스타리그 3회 우승을 노렸던 임 선수의 패배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새로운 스타에게 환호를 보냈다.
시상식이 ‘우울한 제관식’으로 불린 까닭은 임 선수와 최 선수의 관계가 세계 바둑계의 황제 자리를 이어간 조훈현과 이창호라는 불세출의 사제관계와 비견되는 특수관계이기 때문. e스포츠계의 상징인 임 선수는 2년 전 재야의 강호인 최 선수를 제자로 받아들이며 프로게이머의 길로 인도해주었다. 같은 프로게임단(SK텔레콤 T1) 소속으로 한방에서 숙식하며 기술을 전수받은 최 선수는 아직도 임 선수를 ‘사부’라고 호칭한다. 바둑계의 조-이 사제가 한 세대 차이라면 이들은 3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e스포츠계의 세대교체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제자 최연성을 하산시키지 않겠다”고 장담한 임 선수는 “억지로라도 하산하겠다”고 말한 수제자에게 2대 3으로 패하자 눈물을 보여 안타까움을 샀다. “언젠가 만나겠지 했는데,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 몰랐다”고 말한 그는 시상식이 끝난 뒤 자신이 흘린 눈물에 대해 “더 나은 승부로 보답하겠다”고 해명해 눈길을 모았다.
스승을 물리치고 대망의 우승컵을 거머쥔 최 선수는 MBC게임 스타리그 3연패와 함께 양대 스타리그 우승을 모두 차지함으로써 국내 최강자, 아니 전 세계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최 선수는 프로에 입문할 기회가 오자 주저없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자신의 길에 매진한 전형적인 신세대다. “다음 목표는 프로리그 3라운드에서 팀이 우승하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히며 새로운 황제로서의 첫걸음을 내딛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