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휴, 힘들어. 너무 바빠서….” 한나라당 공천개혁 ‘총대’를 멘 나경원 최고위원은 만나자마자 힘들다는 하소연부터 했다. 여린 체구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2월 28일 공천개혁안을 당 최고위원회의에 상정한 이후 당내 논란이 거센 데다, 주말과 연휴 없이 지역구 관리에 신경 쓰다 보니 그럴 만도 했다.
이번 공천개혁안은 나 최고위원이 당 공천제도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은 지 7개월 만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전체회의 11차례, 전문가 의견 청취와 여론조사, 워크숍, 5개 권역별 공청회, 트위터 토론회, 한나라당 현역 의원 토론회 등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이 때문일까. 지친 기색과는 달리 나 최고위원의 발언에선 강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공천개혁안에 대해 그는 “당내 민주주의, 정당 민주주의의 완성”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정당은 극소수 정치인만의 것이 아니고 정당의 가치와 이념을 공유한 당원과 국민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천개혁안에 반대하는 당내 목소리에 대해서는 “공천권을 행사하고 싶은 분들, 줄 세우거나 줄 서고 싶은 분들이 하는 이야기”라면서 “결국 대의는 거스르지 못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만큼 공천개혁안에 자신 있다는 이야기다. 나 최고위원은 그 이유를 지난 18대 총선 당시의 공천 파행에서 찾았다.
“소수 정치인의 공천권 남용이 가장 극심했던 게 18대 총선 때가 아닌가 싶다. 그 부작용이 그대로 총선 결과로 나타났다. 공천 과정에서 낙천했던 분들이 대거 당선됐고, 한나라당이 다시 그들을 영입했다. 그분들이 지금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등 국회 요직과 주요 당직을 맡고 있다. 그것만 봐도 당시 얼마나 사천이 난무했고 자의적으로 공천했는지를 알 수 있다.”
‘국민지향 공천제’로 국민과 소통
▼ 공천개혁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논의 초기에 총선까지 멀게 느껴져서인지 당 안팎으로부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국가적 이슈와 당내 다른 이슈에 묻혀 공감대를 형성하지도 못했다. 그게 가장 안타까웠다. 여기저기서 압박이 들어오는 것은 지금 당면한 문제다.”
공천개혁안은 완전 국민경선제 도입을 전제로 ‘책임당원2:일반당원3:일반국민3:여론조사2’의 비율로 국민참여 경선을 치르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완전 국민경선제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 완전 국민경선제가 과연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완전 국민경선제는 어느 한 정당만 채택했을 경우에는 동원선거의 극치가 될 수 있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여야가 같이 예비선거를 치르자는 것이다. 그래야 그 지역의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고, 역선택이나 동원선거 등 예상되는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 그게 가장 이상적인 안이다. 야당만 동참해준다면 완전 국민경선제는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야당은 야권 단일화를 선거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어 이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야권 단일화는 사실 국민에 대한 눈속임이다. 정당의 기본적인 책무에 반하는 것이다. 아예 합당을 해야지, 정당마다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가 다르면서 어떻게 단일화를 하느냐. 어찌 됐든 이 문제는 국회 정치개혁특위 차원에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 예비선거를 한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갈 텐데.
“비용을 치르면서라도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닌가.”
▼ 공천개혁안 내용 중 전략 공천 비율 20%는 무슨 근거로 만들어진 기준인가.
“마지노선의 개념이다. 전략 공천은 재량이 개입될 여지가 많기 때문에 20%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총선을 통해 30~40% 물갈이가 이뤄졌다. 전략 공천을 20% 내에서 하고 경선을 통해 20% 정도 물갈이한다면 그동안의 교체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또 10%는 너무 적고, 30%는 너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 전략 지역 선정 과정에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과거에는 신청한 후보들이 마땅치 않으면 전략 지역으로 정했다. 계파 간 나눠먹기에 따라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당의 전체적인 선거 전략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선거를 통해 당이 보여주고자 하는 지향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 될 수도 있고, 야당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려야 하는 지역도 될 수 있다.”
▼ 18대 총선에는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나.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지향 공천제도’를 들고 나온 것이다. 지금 정부여당은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 박근혜 전 대표가 과거 도입했던 상향식 공천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다. 무엇이 다른가.
“박 전 대표의 공천제도는 지방선거 때 만들어진 것인데, 공천권을 시·도당 공천심사위원회로 내려줬다. 본인이 공천권을 직접 휘두른 것이 아니라 아래로 내려줬다는 측면에서는 이번 공천개혁안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안은 제도적으로 좀 더 철저히 마련한 것이다.”
▼ 17대 총선 때 여야 모두 상향식 공천제도를 일부 도입했다 실패했다.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그때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이 시도한 경선은 ‘동원경선’이었다. 몇 명이 모여서 경선이란 이름으로 지역민심을 굉장히 왜곡했다. 그래도 당시 한나라당은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당원이나 책임당원, 국민에게 객관적인 기준으로 선거권을 주려고 시도했다. 이번 개혁안은 유권자 총수를 최소한 3% 이상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어려움이 많겠지만 그래야 민심의 왜곡을 막을 수 있다. 3% 이상, 이것이 바로 이번 개혁안의 성공 열쇠다.”
▼ 조직 관리에 돈이 들어가고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해 물갈이가 쉽지 않다는 등 당내 의원들이 여러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데, 해법이 있나.
“다소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가는 길이 맞다면 그 길을 가야 한다. 당원과 국민의 의식도 상당히 높아졌다. 무엇보다 선거법의 엄격한 적용, 정치권 스스로의 자정 노력, 유권자 수의 확대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생각하는 것만큼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다.”
▼ 공천개혁안을 놓고 친이계와 친박계가 대립하는 양상이다. 솔직히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친이계 전부가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힘을 갖고 있으니까 공천권을 행사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래서 반대하는 거고, 반대로 친박계는 힘이 약하니까 개혁안에 찬성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힘이 있다고 해도 행사를 잘못하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는 것이다. 18대 총선 때 경험하지 않았나. 만약 그때처럼 자의적으로 공천한다면 대선 앞두고 분당 사태가 올 수 있다. 공천을 둘러싸고 대선 후보들 간에 목숨 건 투쟁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면 계파 갈등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공천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 만약 이번 공천개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나?
“끝까지 의원들과 소통하고 설득할 것이다. 나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분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앞으로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번 공천개혁안은 나 최고위원이 당 공천제도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은 지 7개월 만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전체회의 11차례, 전문가 의견 청취와 여론조사, 워크숍, 5개 권역별 공청회, 트위터 토론회, 한나라당 현역 의원 토론회 등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이 때문일까. 지친 기색과는 달리 나 최고위원의 발언에선 강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공천개혁안에 대해 그는 “당내 민주주의, 정당 민주주의의 완성”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정당은 극소수 정치인만의 것이 아니고 정당의 가치와 이념을 공유한 당원과 국민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천개혁안에 반대하는 당내 목소리에 대해서는 “공천권을 행사하고 싶은 분들, 줄 세우거나 줄 서고 싶은 분들이 하는 이야기”라면서 “결국 대의는 거스르지 못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만큼 공천개혁안에 자신 있다는 이야기다. 나 최고위원은 그 이유를 지난 18대 총선 당시의 공천 파행에서 찾았다.
“소수 정치인의 공천권 남용이 가장 극심했던 게 18대 총선 때가 아닌가 싶다. 그 부작용이 그대로 총선 결과로 나타났다. 공천 과정에서 낙천했던 분들이 대거 당선됐고, 한나라당이 다시 그들을 영입했다. 그분들이 지금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등 국회 요직과 주요 당직을 맡고 있다. 그것만 봐도 당시 얼마나 사천이 난무했고 자의적으로 공천했는지를 알 수 있다.”
‘국민지향 공천제’로 국민과 소통
▼ 공천개혁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논의 초기에 총선까지 멀게 느껴져서인지 당 안팎으로부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국가적 이슈와 당내 다른 이슈에 묻혀 공감대를 형성하지도 못했다. 그게 가장 안타까웠다. 여기저기서 압박이 들어오는 것은 지금 당면한 문제다.”
공천개혁안은 완전 국민경선제 도입을 전제로 ‘책임당원2:일반당원3:일반국민3:여론조사2’의 비율로 국민참여 경선을 치르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완전 국민경선제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 완전 국민경선제가 과연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완전 국민경선제는 어느 한 정당만 채택했을 경우에는 동원선거의 극치가 될 수 있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여야가 같이 예비선거를 치르자는 것이다. 그래야 그 지역의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고, 역선택이나 동원선거 등 예상되는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 그게 가장 이상적인 안이다. 야당만 동참해준다면 완전 국민경선제는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야당은 야권 단일화를 선거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어 이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야권 단일화는 사실 국민에 대한 눈속임이다. 정당의 기본적인 책무에 반하는 것이다. 아예 합당을 해야지, 정당마다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가 다르면서 어떻게 단일화를 하느냐. 어찌 됐든 이 문제는 국회 정치개혁특위 차원에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 예비선거를 한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갈 텐데.
“비용을 치르면서라도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닌가.”
▼ 공천개혁안 내용 중 전략 공천 비율 20%는 무슨 근거로 만들어진 기준인가.
“마지노선의 개념이다. 전략 공천은 재량이 개입될 여지가 많기 때문에 20%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총선을 통해 30~40% 물갈이가 이뤄졌다. 전략 공천을 20% 내에서 하고 경선을 통해 20% 정도 물갈이한다면 그동안의 교체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또 10%는 너무 적고, 30%는 너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 전략 지역 선정 과정에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과거에는 신청한 후보들이 마땅치 않으면 전략 지역으로 정했다. 계파 간 나눠먹기에 따라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당의 전체적인 선거 전략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선거를 통해 당이 보여주고자 하는 지향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 될 수도 있고, 야당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려야 하는 지역도 될 수 있다.”
▼ 18대 총선에는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나.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지향 공천제도’를 들고 나온 것이다. 지금 정부여당은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 박근혜 전 대표가 과거 도입했던 상향식 공천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다. 무엇이 다른가.
“박 전 대표의 공천제도는 지방선거 때 만들어진 것인데, 공천권을 시·도당 공천심사위원회로 내려줬다. 본인이 공천권을 직접 휘두른 것이 아니라 아래로 내려줬다는 측면에서는 이번 공천개혁안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안은 제도적으로 좀 더 철저히 마련한 것이다.”
▼ 17대 총선 때 여야 모두 상향식 공천제도를 일부 도입했다 실패했다.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그때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이 시도한 경선은 ‘동원경선’이었다. 몇 명이 모여서 경선이란 이름으로 지역민심을 굉장히 왜곡했다. 그래도 당시 한나라당은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당원이나 책임당원, 국민에게 객관적인 기준으로 선거권을 주려고 시도했다. 이번 개혁안은 유권자 총수를 최소한 3% 이상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어려움이 많겠지만 그래야 민심의 왜곡을 막을 수 있다. 3% 이상, 이것이 바로 이번 개혁안의 성공 열쇠다.”
▼ 조직 관리에 돈이 들어가고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해 물갈이가 쉽지 않다는 등 당내 의원들이 여러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데, 해법이 있나.
“다소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가는 길이 맞다면 그 길을 가야 한다. 당원과 국민의 의식도 상당히 높아졌다. 무엇보다 선거법의 엄격한 적용, 정치권 스스로의 자정 노력, 유권자 수의 확대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생각하는 것만큼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다.”
▼ 공천개혁안을 놓고 친이계와 친박계가 대립하는 양상이다. 솔직히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친이계 전부가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힘을 갖고 있으니까 공천권을 행사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래서 반대하는 거고, 반대로 친박계는 힘이 약하니까 개혁안에 찬성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힘이 있다고 해도 행사를 잘못하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는 것이다. 18대 총선 때 경험하지 않았나. 만약 그때처럼 자의적으로 공천한다면 대선 앞두고 분당 사태가 올 수 있다. 공천을 둘러싸고 대선 후보들 간에 목숨 건 투쟁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면 계파 갈등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공천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 만약 이번 공천개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나?
“끝까지 의원들과 소통하고 설득할 것이다. 나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분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앞으로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