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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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든든한 후원, 해외서도 인정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0-05-31 13: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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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문학의 든든한 후원, 해외서도 인정
    “무척 기쁩니다. 영광스럽지만 한편으론 제가 특별히 한 게 있나 싶어 겸연쩍습니다.”

    5월 2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시상식에 참석한 교보생명 신창재(57) 회장은 수상 소감을 덤덤히 밝혔다.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은 독일 몽블랑 문화재단이 문화예술 분야에서 뛰어난 후원 활동을 펼친 인사와 단체를 선정해 격려함으로써, 문화예술의 발전을 장려하고자 1992년 제정한 상. 올해로 19회째를 맞이했는데 시상식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11개국에서 매년 열린다. 수상자에게 문화 후원금 1만5000유로와 몽블랑에서 순금으로 한정 생산하는 그해의 ‘몽블랑 예술 후원자 펜’을 수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신 회장은 한국 문학의 발전을 도모하며, 이를 통해 한국 문화의 위상을 높이고 문화자산을 풍요롭게 한 공로로 국내에선 여섯 번째로 이 상을 받았다.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이기도 한 신 회장은 종합문학상인 대산문학상을 제정해 시상하며, 신인 문인의 발굴과 창작문학 진흥을 위한 대산창작기금을 운영하는 한편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한국문학 번역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영광을 선친인 고(故) 신용호 회장에게 돌렸다.

    “당신께서는 예술적 감수성이 예민한 분이었습니다. 경영하실 때도 사업을 다각화하기보다 한 분야를 아주 깊게, 잘하는 것을 중시하셨습니다. 기존의 재단 공익사업을 살펴보시고 문학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래서 한국 문학의 발전을 위해 대산문화재단을 만드셨습니다.”

    신 회장은 1978년 서울대 의과대학에 입학한 뒤, 의대 교수를 하다가 최고경영자(CEO)로 탈바꿈한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처음부터 회사를 경영하리라 생각한 것은 아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선친조차 사업가보다 의사가 되는 것이 적합하다고 여겼을 정도. 하지만 1996년 교보생명 부회장에 취임하며 회사 경영을 맡은 뒤로는 180도 달라졌다. 친밀하고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직원들 앞에서 막춤을 추는 것은 물론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이렇게 어렵사리 경영에 첫발을 내디딘 그에게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된 것은 바로 공익사업을 운영했던 경험이다. 실제 그가 처음 경영을 배운 것도 1993년 대산문화재단을 맡으면서다. 비록 비영리법인이었지만 이 경험은 이후 기업을 경영하는 데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사회적 책임감을 배우며 스스로를 되돌아봤던 것도 공익사업을 통해 얻은 소중한 자산이다.

    “공익사업을 하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사회적 책임을 배웠습니다. 돈을 버는 것뿐 아니라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써야 보람 있는지도 무척 중요합니다. 쪼들리지 않을 정도의 돈도 필요하지만 건강, 가정, 이웃과의 상생, 직업적 전문성, 마음씨, 삶의 지혜 등을 고루 갖춰야 합니다. 공익사업을 10년 정도 하고 난 뒤에야 이런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신 회장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문화예술 후원사업을 해나가겠다며 후원사업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특별히 이번에 상을 받았다고 해서 후원을 늘리겠다는 식의 상투적인 얘기는 하지 않으려 합니다. 좋은 사업이면 지속가능성 측면도 중요합니다. 재정 범위 안에서 앞으로 꾸준히 문화예술 후원사업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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