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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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 뮤지컬 관람 해프닝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10-05-31 0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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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사건에는 갖가지 의혹과 소문이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천안함 침몰사건은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들썩이게 할 정도로 파장이 큰 사건이어선지 의혹과 소문이 지나치게 난무하는 것 같습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관련된 소문도 정치권 안팎에 회자됐습니다.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3월 26일 주무부처 장관인 김 장관이 대통령보다 늦게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부터입니다. 소문의 골자는 김 장관이 그 시간에 가족과 뮤지컬 관람을 하다 뒤늦게 연락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이라 해도 군 최고책임자의 비상연락망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니,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실에서는 소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건 당일 국방장관 차량운행 일지와 국방부 출입기록, 국방장관 관사 출입기록 일체를 국방부에 요청하기까지 했습니다. 국방부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자 소문은 의혹으로 증폭됐습니다. 사건 당일이 아니라 이틀 후(일요일) 저녁에 뮤지컬을 본 것을 확인했다는 미확인 정보가 유력 정보기관발(發)로 나돌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극단 관계자가 “3월쯤 국방장관이 뮤지컬을 보고 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고 해 ‘의혹’은 ‘사실’이 되는 듯했습니다.

    기자가 김 장관의 부인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이런저런 소문이 사실이냐고. 그랬더니 어이없다며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국방장관 뮤지컬 관람 해프닝
    “그날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 저녁 7시쯤 들어왔는데, 사고가 터진 거죠. 원래는 다음 날(27일) 육군오케스트라가 예술의전당에서 음악회를 한다고 초대를 해서 같이 가려고 했는데, 저 혼자만 갔어요. 뮤지컬요? 그 상황에 무슨….(웃음)”



    서해 앞바다에서 천안함이 침몰하고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회의를 소집하는 순간, 모처럼 일찍 귀가한 김 장관은 관사에서 쉬고 있었는데 보고를 제때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죠. 김 장관의 ‘뮤지컬 관람’ 소문은 현재로서는 해프닝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안보위기 시스템은 물론, 군 보고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씁쓸한 여운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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