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들과 함께하는 분만실 풍경이다. 같은 여자로서 무엇보다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그녀들의 다리 사이에서 벌어지는 안쓰러운 광경이다. 점액과 피, 양수가 섞인 붉은 액체가 홍수를 이루고 어찌나 힘을 줬는지 항문의 치핵까지 다 드러난 상태.
아기의 머리가 여전히 조금 깊은 곳에서 기웃기웃하고 있어 주치의는 장갑 낀 손가락으로 조금이라도 길을 넓히려 애썼다. 산모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다가도 “아기도 힘내고 있으니 조금만 더 힘내라”는 격려의 말에 다시 한 번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주기 시작한다.
신기한 것은 산모가 숨을 들이마실 때면 나도 함께 쉬고, 산모가 숨을 참고 힘을 줄 땐 나도 모르게 같이 숨을 멈추게 된다는 사실. 산모와 의료진이 이렇게 ‘협공(挾攻)’하는 사이 아기 머리가 빠져나오려는 기미를 보인다. 그리고 이어진 최후의 힘 한 줄기.
미끌어지듯 빠져나온 아기의 코와 입에서 양수를 제거하고 첫울음을 울게 하기까지 그 짧은 시간에도 지쳐 흐느적대는 산모는 눈물 가득한 목소리로 아기부터 걱정한다.
잠시 후 마침내 울음을 터뜨린 아기를 보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산모. 그제야 밀려드는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아기가 무사한지, 정상인지, 손발가락은 다 붙어 있는지 하나하나 물어보고 미리 지어둔 이름을 부르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산모가 진통할 때 발만 동동 구르던 남편도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자 안경을 벗어들고 조용히 눈물을 닦는다.
진통하는 산모들을 보고 내심 ‘나도 나중에 자연분만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지곤 했다(예전엔 제왕절개하는 광경을 보고 나는 꼭 자연분만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조그만 얼굴의 이 작은 생명을 들여다보노라면 정말 귀엽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하물며 열 달 가까이 이 생명을 몸속에 품었던 아기 엄마가 봤을 땐 세상에 둘도 없이 귀하고 예쁜 존재겠지! 정말 진부한 대사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매일 느낀다. 어머니는 정말 위대하다고.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