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부양정 등을 이용한 북한군 특수부대의 수도권 침투를 막는 KA-1. 공군에서는 KA-1 부대를 횡성기지로 이주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다.
KA-1은 기본 훈련기 KT-1을 개조, 개량한 경(輕)공격기다. F-15나 F-16 같은 전투기(Fighter)는 적기와 싸워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빨라 지상의 큰 목표물은 잡아도 ‘작은’ 표적은 맞히지 못한다. 작은 표적을 잡으려면 느린 항공기를 써야 하는데, 이 기능을 하는 항공기를 가리켜 공격기(Attacker)라 한다.
한국이 개발한 KT-1은 조종사 후보생이 처음으로 조종술을 익히는 기본 훈련기라 속도가 매우 느리다. 민항기(民航機)의 ‘순항’ 속도가 시속 900~1000km인 데 비해 KT-1은 ‘최고’ 시속이 630km에 그친다. 이러한 KT-1을 폭탄과 14발의 로켓을 달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이 KA-1이다.
로켓과 폭탄을 주렁주렁 매달고 이륙하는 만큼 KA-1은 KT-1보다 기동이 느리다. 하지만 지상에서 보면 여전히 ‘빠른’ 비행기이므로 ‘지상세력’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된다. 여기에서 지상세력은 아군 지역에 은밀히 침투한 적의 특수부대를 가리킨다. 적의 특수부대는 장갑차나 차량 등을 이용해 빠르게 침투하는데, 이러한 표적을 잡는 데 KA-1이 제격이다. 로켓의 관통력이 강하면 KA-1은 적의 전차도 부술 수 있다.
수도권은 지정학적으로 두 가지 약점을 지닌다. 첫 번째는 북한군 특수부대가 공기부양정 등을 이용해 재빨리 서해안에 상륙한 뒤 침투할 수 있다는 것. 경기도 해안은 도시화 정도가 높아 상륙에만 성공하면 한국인을 인질로 삼아 다양한 특수전을 펼칠 수 있다. 또 도로가 발달해 차량을 탈취하면 빠른 시간 안에 도심으로 침투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막으려면 해상에서 공기부양정을 잡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런데 전투기는 아주 작은 표적인 공기부양정을 잡지 못한다. 공격헬기나 공격기가 출격해야 잡을 수 있다. 지금까지 이 임무를 수행해온 것은 미 육군의 아파치 공격헬기 대대였다. 그런데 미군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작전권 환수조치에 따라 2009년 3월 이 대대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부활주로 조정, 시설 보강 등도 검토
한국으로서는 ‘옆구리가 허전’해진 셈인데, 이 공백을 메우는 주 세력이 바로 서울공항에 배치된 KA-1이다. 서울공항은 서해안에서 가까우므로 서울공항을 이륙한 KA-1은 해상에서 침투해오는 북한군 공기부양정을 격침할 수 있다. 특수부대가 상륙에 성공한 뒤 차량을 이용, 도심으로 침투할 때도 KA-1은 이 차량만 골라 격파할 수 있다.
제2롯데월드 조감도
이렇듯 KA-1은 작전에 쓰이는 항공기라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긴급 발진 훈련을 자주 한다. 이때 인근에 555m 높이의 제2롯데월드가 있다면 9·11 테러 같은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제2롯데월드를 짓게 하려면 이 부대를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실제로 공군에서 KA-1 부대를 횡성기지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횡성기지에서 이륙한 KA-1은 서울공항에서 이륙했을 때보다 훨씬 먼 거리를 날아와야 한다. 그리고 돌아갈 연료까지 고려한다면 KA-1이 서해안 일대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은 크게 줄어든다. KA-1의 횡성기지 이전은 수도권 방어에 허점을 드러내는 셈이다.
제2롯데월드 건설을 허가하기 위해 검토되고 있는 또 다른 의견으로는 서울공항의 부(副)활주로 방향을 3도 정도 틀어 제2롯데월드와 부활주로에 의한 비행안전구역 간 거리를 넓히는 것, 그리고 제2롯데월드 완공 후 건물에 ACAS(에이카스)를 설치하고 서울공항에는 더욱 정밀한 이착륙 유도장치를 설치하는 것 등이 있다.
ACAS는 항공기가 일정 거리 이내로 접근할 경우 그 사실을 조종사와 관제사들에게 알림으로써 충돌을 피하게 하는 경보장치다. ACAS 를 제2롯데월드에 설치한다는 것은 그만큼 항공기와 제2롯데월드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롯데 측은 장비와 시설을 바꾸는 데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명박 정부에겐 제2롯데월드 건설을 허가하는 것 자체가 특정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지난 11월4일 훈련 중이던 한국 공군의 F-5 전투기가 충돌해 한 대가 추락한 현장. 항공기 사고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
롯데는 사고와 테러 위험이 있는 서울공항 인근에 꼭 초고층 빌딩을 지어야 할까. 잠실은 롯데그룹의 창업지(創業地)가 아니다. 반드시 그곳에 초고층 건물을 지어야 할 역사적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롯데 측은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상징하는 초고층 건물을 짓고 싶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본심이라면 롯데는 서울시도 원하고, 공군도 반대할 이유가 없으며, 항공사고 가능성도 현저히 낮고, 잠실보다 개발이 덜 돼 지역균형개발 차원에서라도 발전이 필요한 마포구 상암동 같은 다른 지역을 골라 제2롯데월드를 지을 수는 없을까. 서울시는 2000년부터 상암동에 상암DMC라는 초고층 건물을 유치하겠다며 신청을 받았으나 최근에야 건물을 짓겠다는 업체가 나타나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렇게 전망했다.
“롯데가 소원대로 제2롯데월드를 짓는다 해도 이 건물은 분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9·11 테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바로 눈앞에 위험한 항공기가 날아다니는 제2롯데월드에 입주하려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평양에는 한동안 105층짜리 유경호텔이 귀신처럼 서 있었다. 분양에 실패할 경우 제2롯데월드는 서울의 유경호텔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