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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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성공 스토리, 적극 써먹어라”

조지프 나이 하버드大 교수 … “한미동맹 굳건, 北-美 정상회담은 시기상조”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입력2008-12-31 11: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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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성공 스토리, 적극 써먹어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하드파워(군사력)’와 ‘소프트파워(외교적 지혜)’를 결합한 ‘통합적 힘’을 차기 행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기조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부시 정부가 펼친 하드파워 외교가 이라크전 등의 국제 분쟁은 물론, 9·11 테러 이후 일련의 외교관계에서 적지 않은 물의를 빚었다는 판단에서다.

    오바마 정부, 아시아 중요성 간파

    오바마 당선인이 말한 통합의 힘은 조지프 나이(71)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교수의 최신 리더십 이론 ‘스마트 파워’와 궤를 같이한다. 나이 교수는 저서 ‘조지프 나이의 리더십 에센셜(The powers to lead)’(교보문고)을 통해 군사력(채찍)과 경제력(당근)으로 추종자들에게서 두려움이나 경외감을 이끌어내는 하드파워, 그리고 대중문화와 친화력, 국제 교류를 통해 상대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소프트파워를 모두 갖추고 이를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현대의 이상적 군주론(君主論)이라고 주장했다.

    ‘주간동아’는 나이 교수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출범을 앞둔 오바마 정부하에서의 한미관계, 오바마 리더십의 근간이 되는 스마트파워론에 대해 들었다.

    Q 최근 한나라당 한미관계특위 위원들이 (나이 교수를 포함한) 미국 내 여러 석학들을 만나 새로운 한미관계와 관련해 조언을 구했다. 그들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한국 관련 이슈가 오바마 정부의 우선정책과제 순위에서 다소 밀려나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또한 오바마 정부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펼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A“한국은 미국에게 매우 중요한 동맹국(vital ally)이며 이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번 경제위기는 (한미 간 무역 논의뿐 아니라) 미국이 당면한 모든 무역 관련 이슈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일단 경제가 회복 국면을 맞아 국제 무역협정 등을 논의할 제반 여건이 더 나아지리라 희망하는 수밖에 없다.”

    Q 2008년 2월 방한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접견하고 새로운 한미관계 구축과 관련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안다. 한국 정부에 조언하고 싶은 바는?

    A “새로운 한미관계와 관련한 이 대통령의 비전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지난 20년간 12회 정도 한국을 방문했는데 올 때마다 이 사회의 눈부신 발전 속도에 놀란다. 한국은 세계의 주요 경제대국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민주주의를 일궈낸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정치, 경제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이에 필적하는 성공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한다. 다른 나라에 귀감이 되는 성공 스토리 자체가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소프트파워를 펼치는 데 유용한 자원이 될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소프트파워를 바탕으로 동북아 이외 지역의 다른 나라들과도 좀더 적극적인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Q 한국의 소프트파워 자원으로는 한류 등으로 대표되는 대중문화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A “문화적 소프트파워는 대부분 대중이 주도하는 시민사회(civil society)에서 자연 발생한다. 정부의 임무는 시민사회가 소프트파워를 잘 가꿔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한국 성공 스토리, 적극 써먹어라”

    2008년 2월 한국을 찾은 조지프 나이 교수가 대통령 취임을 앞둔 이명박 당시 당선인의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21세기 한미관계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Q 오바마 정부가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회복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시각들이 있는데….

    A “부시 정부하에서 대외적으로 강성 이미지를 갖게 된 미국을 변화시키는 데 오바마가 큰 구실을 하리라 기대한다. 오바마는 시카고 정계에서 쌓은 경험을 통해 교섭력과 명령체계 등 하드파워를 키울 수 있었다. 그는 이를 비전, 커뮤니케이션 기술 등 자기 특유의 소프트파워와 결합해 유권자들을 사로잡았다. 오바마는 이러한 리더십 기술을 국제관계에도 똑같이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자간 접근법(multilateral approach), 우방국과의 면밀한 협조를 통해 기후변화 같은 국제적 이슈를 이끄는 데도 주도적인 구실을 할 것이다.”

    Q 중동 문제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시각은 부시 정부와 어떤 온도차를 보이는가.

    A “오바마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 전투 여단을 2010년까지 철수하겠다고 했다. 물론 테러방지 목적 등으로 일부는 남게 된다. 그는 또 이란과도 전제조건 없는 광범위한 외교관계(wide-ranging diplomacy)를 유지해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이란 문제에 하드파워를 들이댄 부시 정부와의 차이점이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2개 국가(two state solution) 정책은 부시 정부 때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Q 오바마가 어린 시절을 아시아에서 보낸 경험은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과의 외교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A “오바마가 인도네시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사실은 그가 고위 참모의 외교 브리핑을 통해 듣는 정도로 (간접적으로) 아시아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적으로 그리고 속속들이 그 본질과 국민성을 간파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 국가들에 소프트파워를 구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는 직감적으로 아시아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다.”

    Q 북한을 교섭(bargaining) 상대로 생각하지 않고 강경한 자세를 취하던 취임 초기의 부시 행정부는 이후 협상을 통한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전략을 구사했다. 한반도 비핵화 같은 민감한 이슈들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입장은?

    A “북한 문제에 관한 한 부시 정부와 그 이후(오바마) 정부가 큰 입장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미국 정부의 변함없는 목표는 북한이 투명한 절차를 거쳐 완전하게 비핵화하는 것이다. 새 정부 역시 6자회담을 통해 끊임없이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해나갈 전망이다.”

    Q 오바마 당선인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라면 북한과의 직접 대화도 꺼리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정상회담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A “북한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선제조건들을 성실히 지킨다는 믿음을 보여주지 않는 한 북미 정상회담은 시기상조다.”

    Q 최근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A “현재 21세기 권력, 리더십 윤리, 외교정책 등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조만간 이 분야들을 아우르는 새 책을 출간하는 것이 목표다.”

    스마트파워란?

    친화·협동력 방식의 리더십, 작은 집단에도 적용


    “한국 성공 스토리, 적극 써먹어라”
    하드파워가 해고, 강등, 승진, 보상 등을 키워드로 위협과 협박 형태로 나타나는 리더십이라면, 소프트파워는 리더의 카리스마, 설득, 수사학, 솔선수범 등을 바탕으로 친화적, 협동적 방식으로 구현되는 리더십이다.

    조지프 나이 교수는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특정 이슈를 문화적, 정치적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해석하고 추종자들의 변화무쌍한 요구를 반영한 뒤 이 두 힘을 적절한 타이밍에 탄력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스마트파워의 요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때로는 상호 보완적이고 또 때로는 상호 배반적인 이 두 힘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터. 그는 이에 대해 “리더의 영민함(intelligence)과 감각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나이 교수는 가장 이상적인 스마트파워를 갖춘 역사적 인물로 제34대 미국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와 제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꼽았다. 특히 아이젠하워는 나토군 최고 사령관, 육군참모총장, 컬럼비아대 총장 그리고 대통령까지 모든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낸 유연성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리더십이란 부하들이 당신의 명령 때문이 아닌, 자발적 의지로 서로 협력해 일하도록 이끄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나이 교수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일련의 행보를 살펴보면 오바마 당선인 역시 스마트파워를 충분히 갖췄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파워는 국가 단위의 큰 조직에서뿐 아니라 작은 집단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리더십 기술이다. 그는 국방부와 국가정보위원회 등에서 일할 당시 스마트파워의 위력을 직접 경험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어떤 명령을 내리고 이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보다 회의를 열어 일의 진행 과정과 해야 할 일들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공유하자 회의에 대한 관심도, 집중도, 자발적 태도가 확실히 높아졌습니다.”

    나이 교수가 주장한 스마트파워론은 지난 11월 번역 출간된 신간 ‘조지프 나이의 리더십 에센셜’을 통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미국 역대 대통령과 각국의 정치 리더, 사회 지도자,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의 사례를 종합, 분석한 것으로 리더십 이론의 필독서로 꼽힌다.

    조지프 나이(Joseph S. Nye Jr.) 교수는 현재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행정대학원 학장을 역임했다. 카터, 클린턴 정부에서 국가정보위원회(INC) 의장,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 등을 지냈다. ‘제국의 패러독스’ ‘소프트파워’ ‘파워게임’ 등의 저서를 통해 미국을 대표하는 국제정치학자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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