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은 좀 다르지만 ‘보편적 복지’를 놓고 여론이 갈라진 곳이 또 있다. 건강보험료를 얼마나 내든 똑같은 의료서비스를 받게 할 것인지, 아니면 돈을 더 내는 만큼 더 좋은 의료시설에서 더 높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게 할 것인지를 놓고 정부 부처 간 또는 정부와 시민단체 간 벌이는 ‘영리 의료법인 도입’ 설전이 그것이다. 이미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그 시범 도입을 두고 홍역을 치른 바 있지만 해외 의료관광 수요가 늘면서 또 한 번 논란이 재연되는 것.
영리 의료법인 도입 반대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 체제 붕괴다. 영리화한 병·의원이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를 무시하고 차별하면 국민은 자연스럽게 수입에 따라 계층별 민간보험에 가입하게 될 것이고 종국에는 공보험 체제가 무너진다는 논리다. 현재 유럽(캐나다 포함)은 우리나라처럼 전 국민 공보험 의무가입제(건강보험료는 소득의 15~20%)를 채택한 반면, 미국은 공보험이 의무화되지 않아 가입률이 5%에도 못 미친다. 그러다 보니 최하층민은 공보험이든 사보험이든 보험에 가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중산층도 가입한 민간보험이 어떤 종류냐에 따라 받는 의료혜택이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장기이식 순서도 어떤 보험에 가입했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주간동아 802호 (p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