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잘나간다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가 아닙니다. 지방 사립대 총장, 서울대 단과대 학장, 대기업 고위 간부 등 소위 ‘한자리한다’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을 겪는다니 속사정이 궁금했습니다. 아파트를 찾아갔더니 누가 감시라도 하는 듯 만남의 과정조차 ‘007작전’ 수준이었습니다.
이들은 “아파트 주민대표회의 회장과 동대표들이 아파트 관리 규약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여러 번 바꿨고, 임기를 중임에서 연임으로 늘였으며, 운영비 사용도 멋대로”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회장과 동대표들은 정부의 아파트 표준 관리 규약보다 주민대표회의 의결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꽃집을 운영했던 회장과 그를 지지하는 동대표들은 10여 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자 일부 주민은 ‘아파트 지킴이’ 단체를 만들어 문제를 알리고 있습니다. 주민 300여 명은 ‘변화’를 꿈꾸지만 상대편의 저항은 거셉니다. 그들은 아파트 지킴이가 자기주장을 담은 유인물과 편지를 각 세대에 돌리자 경비원을 시켜 유인물을 제거하고 우편물까지 빼갔습니다. 아파트 관리소 측은 “유인물과 우편물 받기를 원치 않는 주민이 있어서 그랬다”고 항변합니다.

어떻게 이리도 중앙 정치판과 꼭 닮아 있을까요? 무관심 속에 방치된 주민 자치는 이제 주민 사이에 갈등과 반목을 키우는 계륵이 돼버렸습니다.
주간동아 782호 (p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