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전 상식 깬 미국, 적진 한복판 비행장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조종사 구출

전방 거점 확보해 헬기와 병력 침투… 공중 화력으로 근접해온 이란 병력 차단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입력2026-04-13 18:20:2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미국 공군 MC-130J 특수전기. 최근 미국이 이란에서 감행한 조종사 구출 작전에 투입된 것과 같은 기종이다. 미국 공군 제공

    미국 공군 MC-130J 특수전기. 최근 미국이 이란에서 감행한 조종사 구출 작전에 투입된 것과 같은 기종이다. 미국 공군 제공

    특수부대는 적지 한복판에서 압도적인 병력 및 화력 열세를 극복하고 임무를 수행한다. 고립된 채 작전을 펴야 하므로 일반 보병보다 훨씬 무거운 군장을 메고 더 빠른 속도로 뛰어다녀야 한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서 자연에서 식수와 식량을 구하는 방법도 터득해야 한다. 탄약을 최대한 아껴야 하기에 사격 실력이 매우 뛰어나야 하며 아군 무기는 물론 적 총기나 폭발물, 차량도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특수부대가 수 많은 제약을 극복해야 하는 핵심 이유는 작전의 은밀성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 특수작전의 상식을 깨는 충격적인 작전을 잇달아 보여주며 각국 군 관계자들의 얼을 빼놓았다. 요인 암살, 납치, 조종사 구출 등 특수작전은 최대한 은밀하게 치고 빠지는 게 그간의 상식이었다. 반면 이번 이란 전쟁에서 미국은 기존 통념과 배치되는 작전으로 특수전의 판을 흔들었다. 압도적 화력과 기술을 앞세워 적진 한복판을 휘젓고 다니는 놀라운 작전을 보여준 것이다.

    ‘은밀하게 치고 빠진다’ 특수전 상식 깬 미국

    군에는 전방 무장 및 연료 재보급소(FARP : Forward Arming and Refueling Point)라는 개념이 있다. 말 그대로 전선과 가까운 곳에 항공기용 탄약과 연료, 지원 시설을 배치해 놓고 재보급하는 시설이다. FARP은 보통 헬기, 그중에서도 공격헬기가 주로 사용한다. 공중에서 정지할 수 있는 공격헬기는 지상 기동부대의 공중 화력 지원 요청이 있을 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정밀하게 화력을 투사하는 플랫폼이다. 다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고정익 항공기에 비해 느리고 무장 탑재량도 떨어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세계 최강 공격헬기라는 AH-64E 아파치 가디언도 최대속도는 330㎞/h에 불과하다. 무장을 가득 싣고 비행하면 260~280㎞/h 정도로 비행한다. 전투기의 3분의 1에 불과한 속도다. 일반적으로 후방 기지는 적의 포병 및 대구경 로켓탄 사거리 밖인 100~300㎞ 뒤에 설치된다. 공격헬기를 이런 후방 기지를 중심으로 운용하면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기지에 있다가 지상군의 화력 지원 요청을 받고 헬기를 띄우면 목표 상공까지 1시간이 걸리고, 기지로 돌아가는 데 또 1시간이 걸리기 십상이다. 전장 상공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10분이 채 안 되는 셈이다.

    미군의 ‘전방 무장 및 연료 재보급소(FARP)’ 설치 훈련 모습. 미국은 이란 한복판에 FARP을 설치해 조종사를 구출하는 대담한 작전에 성공했다. 미국 해병대 제공

    미군의 ‘전방 무장 및 연료 재보급소(FARP)’ 설치 훈련 모습. 미국은 이란 한복판에 FARP을 설치해 조종사를 구출하는 대담한 작전에 성공했다. 미국 해병대 제공

    FARP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시설이다. 우선 최전선 인근에 공병·군수부대를 보내 헬기 이착륙이 가능한 임시 헬기장을 만든다. 여기에 연료·탄약 적재 트럭을 보내 이 임시 헬기장에서 연료와 탄약을 재보급하는 것이다. 덕분에 헬기는 전선 가까운 곳에 머물면서 아군 지상군 머리 위에서 강력한 화력 지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미군은 베트남전쟁 때 FARP 전술을 다듬어 발전시켜 왔다. 지난 수십 년간 FARP은 ‘아군 점령지’에 설치하는 게 상식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FARP을 오가는 보급용 트럭과 물자, 병력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2017년 이후 FARP 운용 개념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미국은 전통적인 대규모 공군기지나 비행장은 적 미사일이나 드론 공격의 쉬운 표적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른바 민첩전투배치(ACE : Agile Combat Employment) 개념을 도입하고 나섰다. ACE는 대규모 기지 의존도를 낮춰 임시 비행장이나 간이 시설에서의 항공기 운용 능력을 갖추는 게 핵심이다. 미군은 임시 비행장을 아군 점령지는 물론 적이 장악한 위험 지역에도 설치하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적진 한복판에 비행장을 만들어 그곳에서 헬기 등 항공기를 출격시킨다는 대담한 발상이었다.

    2017년부터 ‘민접전투배치’ 훈련

    미군의 새로운 보급 작전의 핵심은 C-130 수송기다. 높은 기술적 신뢰도를 갖춘 베스트셀러인 C-130은 일반 활주로는 물론 야지에서도 이착륙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하다. 최대 탑재 상태에서도 975m의 평지만 있으면 착륙이 가능한 정도다. C-130은 각종 항공 탄약을 수송할 수 있는 데다 대량급유보급체계(ABFDS : Aerial Bulk Fuel Delivery System)를 실으면 지상 이동식 주유소로 사용할 수 있다. ABFDS는 3000갤런 용량 탱크를 갖췄는데 이는 F-16 전투기 3대, 아파치 공격헬기 8대의 연료탱크를 가득 채울 수 있는 규모다.

    미국은 2017년 이후 세계 각지에서 C-130을 활용한 FARP 설치 훈련을 해왔다. 그리고 최근 이란 중부 이스파한에서 실시된 조종사 구출 작전에서 대담하게도 FARP 개념을 적진 한복판에서 구현했다. 구조 대상인 F-15E 무장사(WSO)가 숨어있던 곳은 대도시 이스파한 인근 지역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미국과 이스라엘의 집중 공습이 쏟아진 혁명수비대 미사일 기지가 지척이다. 이곳에는 농업용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간이 활주로가 있었다. 미국은 바로 이곳을 중심으로 구출 작전 계획을 수립했다.

    미군이 FARP을 설치한 지역의 중심 좌표는 북위 32도 13분 15초, 동경 51도 54분 08초 일대였다. 이라크 국경까지 직선거리로 410㎞ 떨어진 데다 주변에 이란 군사시설이 잔뜩 있는 지역이다. 이곳은 특별히 개조된 수송기가 착륙할 수 있는 개활지가 있다는 점에서 작전에 유리했다. 하지만 개활지는 중무장한 적이 주변에서 밀고 들어오면 은엄폐할 지형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작전에 큰 위험이 뒤따른 이유다.

    이번 조종사 구출 작전에 쓰인 것과 같은 기종의 미국 공군 HH-60W 탐색구조헬기. 미국 공군 제공

    이번 조종사 구출 작전에 쓰인 것과 같은 기종의 미국 공군 HH-60W 탐색구조헬기. 미국 공군 제공

    미국은 이번 작전에 무려 155대의 항공기를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고립된 WSO가 고급 장교였기 때문이다. 미군은 그의 신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격추된 항공기가 영국 레이큰히스 공군기지에 주둔한 F-15E 전투기이며 WSO의 계급은 ‘대령(colonel)’이라고 발표했다. 레이큰히스 공군기지는 제48전투비행단이 주둔하고 해당 비행단에 대령은 2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 부단장인 니콜라스 주레비치 대령과 작전 전대장 조슈아 아키 대령으로 파악된다. 이들 중 F-15E 조종 경험이 있는 인물은 주레비치 대령뿐이라는 점에서 이번 구출 대상이 된 WSO는 주레비치 대령일 가능성이 높다. 그는 계급도 높거니와 여러 요직을 거친 인물이었다. 이란은 그를 반드시 잡아야 했고, 미국은 반드시 구해야 했다.

    미국이 엄청난 수의 항공기를 동원한 것은 구조 대상이 고급 장교인 데다 그를 체포하려 달려든 이란군 전력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격추된 F-15E 전투기는 4월 1일부터 이뤄진 이스파한주 바하레스탄 구역의 제15코르다드 기지 공습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의 대규모 지하 미사일 기지가 있는 곳이자 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즈 민병대의 정예인 ‘이맘 후세인 부대’ 주둔지다. 미군이 임시 비행장을 만든 곳의 중심 좌표는 이 부대 주둔지에서 직선거리로 10㎞가 채 되지 않는 곳이다. 즉 미군은 구출 작전이 본격화되면 벌떼처럼 몰려들 이란군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구조 대상은 제48전투비행단 부단장 추정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전력은 HC-130J 탐색구조기와 HH-60W 탐색구조헬기에 탑승한 CCT(Combat Control Team) 요원이었을 테다. 이들은 착륙지점을 먼저 확보하고 이곳에 항공기 유도 장치와 임시 관제장치를 설치해 FARP을 만들었다. 이곳에 착륙한 MC-130J 특수전기 2대가 MH-6 특수전 헬기 4대를 내려놓은 직후, MH-6는 조종사가 있는 곳으로 날아가 그를 FARP으로 데려왔다.

    이 과정에서 이란은 많은 병력을 FARP으로 투입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FARP 인근에는 혁명수비대 정예 부대 주둔지가 있었다. 이란 당국이 미군 조종사에게 현상금까지 내건 터라 작전 지역 인근에는 이란 측 무장 병력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이란 병력은 목표 3㎞ 거리까지 접근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엄청난 공중 화력을 퍼부어 이란 지상 병력의 접근을 차단했다. 우선 F-15E와 F-16C 등 다수의 전투기, B-1B 폭격기 등이 주요 도로 접근로에 JDAM 유도폭탄을 퍼부었다. 이어서 A-10C와 MQ-9 무인기가 기관포와 폭탄, 미사일로 많은 수의 이란군을 사살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곳에 전개된 미군 병력은 MC-130J에 MH-6 헬기와 장비를 모두 싣고 현장에서 이탈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MC-130J 2대 중 나중에 착륙한 기체가 ‘오버런’으로 활주로를 벗어나 먼저 착륙한 기체와 충돌 사고를 냈다. 이 때문에 MC-130J 2대 모두 이륙 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미군은 해당 기체들을 폭파했다. MC-130J에 싣고갈 수 없게 된 MH-6 4대도 폭파했다. 현장에는 MC-130J보다 훨씬 가볍고 이착륙 활주 거리도 짧은 C-295W가 투입됐다. 미 공군에 단 3대만 도입된 이 항공기는 이번 작전에서 처음으로 그 존재가 노출됐다. FARP에서 이륙한 C-295W는 쿠웨이트로 향했고 이란 공역을 빠져나갈 때까지 많은 수 전투기와 폭격기, 전자전기, 정찰기의 엄호를 받았다.

    돌발 사고에 C-295W 긴급 투입

    미국은 이번 조종사 구출 작전에서 적진 한복판에 FARP을 설치 및 운영하고 작전 지역 일대를 압도적 공중 화력으로 제압했다.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어느 나라의 심장부에서나 비슷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이번에는 구출 작전이었지만 다음 작전은 요인 암살이나 체포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의 적성국들은 이번 작전 사례를 분석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