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1985년 800만 달러(약 111억3000만 원)에 이 저택을 매입해 사업 확장 수단이자 상류층의 사교 활동 무대로 사용했다. 그는 대통령 재임 당시 백악관 인근 메릴랜드주에 있는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 대신 이곳에서 대부분의 일정을 보냈다. 4년 동안 총 32회 찾았고 142일간 머물렀다. 게다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과 회담도 이곳에서 가졌다. 트럼프는 2019년 주소지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마러라고 리조트로 옮겼고, 퇴임 후에도 이곳에서 거주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월 6일(현지 시간) 선거 승리 후 플로리다주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야간 파티에 참석해 미소 짓고 있다. [뉴시스]
‘겨울 백악관’에 모이는 트럼프 2기 인사
트럼프가 11월 5일(현지 시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후 마러라고 리조트는 사실상 백악관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 정권인수위원회 사무실이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트럼프 2기 핵심 요직에 플로리다주에서 태어났거나 정치적 기반으로 활동해온 인사들이 잇따라 발탁되고 있다. 대표 사례로 미국 최초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수지 와일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들 수 있다.
뉴저지주 출신으로 메릴랜드대를 졸업한 와일스는 플로리다주에서 40여 년간 잔뼈가 굵은 베테랑 정치 컨설턴트다. 그는 1979년 잭 켐프 공화당 하원의원의 참모를 지냈고, 1980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일정 관리 담당으로 일했다. 이후에도 2010년 릭 스콧, 2018년 론 디샌티스를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로 이끌었다. 특히 2016년과 2020년 대선 당시 플로리다주 선거운동을 책임지며 트럼프가 플로리다주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 인연을 바탕으로 와일스는 이번 대선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캠페인 메시지, 예산, 유세, 조직 등을 총괄했다. 트럼프는 승리 선언 연설에서 참모 가운데 와일스를 가장 먼저 거론하며 공로를 치하했다.
외교안보 정책 핵심 보직인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클 왈츠 하원의원 역시 플로리다주 출신이다. 플로리다주 팜비치 카운티 보인턴비치 출신인 그는 2018년 플로리다주 제6 선거구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했다. 왈츠 의원은 미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 출신이기도 하다. 연방 상하원 의원 중 그린베레 출신은 그가 처음이다. 왈츠 의원은 미국 버지니아군사학교를 졸업한 뒤 육군과 육군 주방위군에서 27년간 복무했으며, 주방위군 대령으로 전역했다. 그린베레 장교로 아프가니스탄, 중동, 아프리카에서 전투 임무를 수행한 그는 청동성장을 4번이나 받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 국방부에서 국방정책국장을 지냈고, 2010년 방산기업 메티스솔루션스를 창립해 운영했다. 그는 2018년 플로리다 제6 선거구에서 하원의원에 도전해 당선하면서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왈츠 의원은 “우리는 중국공산당과 냉전 중”이라며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대표적인 반중파다. 왈츠 의원은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을 줄이고 미국 대학을 중국의 간첩 활동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트럼프 친위대’ 법무장관 앞둬
트럼프는 국무장관으로 플로리다주 출신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발탁했다. 쿠바계 이민자 출신인 그는 2010년 플로리다주에서 첫 당선한 이후 지금까지 3선을 지내고 있으며, 첫 히스패닉계 국무장관이 될 전망이다. 루비오 의원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는 쿠바에서 미국으로 망명했다. 부친은 바텐더, 모친은 호텔 청소부여서 ‘아메리칸 드림’ 성공 사례로 꼽혀왔다. 루비오 의원은 2020년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신장웨이우월(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를 겨냥한 강제노동 방지법을 발의하는 등 중국에 대한 압박 조치를 주도해 상원에서 대표적인 반중파로 꼽힌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와 인신 모독성 발언을 주고받으며 설전을 벌였지만, 이후 관계를 회복해 이번 대선에선 러닝메이트로 거론되기도 했다. 상원 정보위원회와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해온 그는 쿠바·이란·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루비오 의원은 4년간 국무장관직을 잘 수행할 경우 차기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법무장관으로 내정된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이 스스로 사퇴하자 베테랑 검사 출신인 팸 본디 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을 새롭게 지명했다. 플로리다주 출신인 게이츠 전 의원은 의원 시절 미성년자 성 매수와 마약 사용 의혹으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았다. 게이츠 전 의원은 법무장관에 지명되자 곧바로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하원 윤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공개되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게이츠 전 의원은 민주당은 물론 같은 공화당 내에서도 상원 인준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트럼프는 그에 대한 상원 인준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직접 지명을 철회하는 대신 ‘자진 사퇴’로 후보자의 명예를 지켜주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법무장관으로 내정된 본디 지명자는 2019년 11월 트럼프의 첫 탄핵 재판에서 변호인단으로 활동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서비스(SNS)를 통해 “팸은 법무부를 범죄와 싸우고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 만드는 본연의 목적에 다시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로리다대 법대를 졸업해 법조계에 발을 들인 본디 지명자는 검찰 출신이다. 그는 1991년 검사로 임용돼 2010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 선거에서 당선됐고, 2014년 재선돼 2019년까지 재직했다. 검찰총장이 되기 전 폭스뉴스 등에서 고정 패널로 활동해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스타 법조인’으로 유명하다. 사형제와 총기소유를 옹호하며, 2012년에는 오바마 케어에 반대하는 26개주를 대표해 위헌 소송을 내기도 했다.
트럼프가 발탁한 외교안보 라인 인사는 대중 강경파 일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신보 중국 푸단대 교수는 “트럼프 2기 외교안보를 담당하는 장관, 백악관 참모들은 대중 강경파”라며 “조 바이든 정부와 비교해 미·중 교류 및 대화 기회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입장에서 가장 골치 아픈 인사는 미국 외교 사령탑인 국무장관에 내정된 루비오 의원이다. 마이클 콜 미국 안보전략 분석가는 “루비오 의원은 중국 방문에 제재를 받는 인물”이라며 “중국 정부와 협상이 필요한 정상회담을 갖거나 장관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루비오 의원은 2020년 중국으로부터 두 차례나 제재를 받았다. 중국은 신장웨이우월자치구 문제를 두고 내정 간섭을 했다는 이유로 그를 제재했고, 홍콩 민주화 운동 이후 중국 본토와 홍콩 관리들이 제재를 받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또다시 제재 조치를 내렸다. 중국 정부가 주목하는 또 다른 대중 강경파로는 차기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지명된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있다. 그는 DNI 국장 시절 중국을 미국의 최대 위협으로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