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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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과 중국의 ‘기술냉전’ 막 올랐다

美, 최근 中 산업스파이 색출 총력  …  기술 유출 가능성 땐 외국투자도 제한

  •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8-10-22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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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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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정보기관이 군사계획을 포함해 미국 기술의 싹쓸이 절도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우리는 베이징이 미국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도둑질을 끝낼 때까지 조치를 취해갈 것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0월 4일 워싱턴DC의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대중(對中) 정책에 대해 연설한 내용 가운데 한 대목이다. 

    미국 법무부는 10월 10일 자국 항공우주 기업으로부터 기밀을 빼돌려 온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 산업스파이를 벨기에에서 자국으로 압송했다. 중국 스파이가 해외에서 미국으로 압송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미국으로 넘겨진 이 산업스파이는 국가안전부 장쑤성 지부 제6판공실에서 해외 정보와 방첩 업무를 담당하는 부국장급 쉬옌쥔이다. 쉬옌쥔은 2013년 12월부터 올해 4월 벨기에에서 체포될 때까지 제트 엔진을 만드는 제너럴일렉트릭(GE) 항공 부문을 포함해 미국 항공우주 기업 직원들을 상대로 정보를 빼돌려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쉬옌쥔은 장쑤성 과학기술촉진협회 간부로 위장해 학술 세미나 등의 명목으로 GE 항공 부문 직원을 중국으로 초청해 향응을 제공하고, 기술 정보를 넘겨받아왔다. 쉬옌쥔은 GE 항공 부문의 터빈 날개 관련 데이터를 얻고자 GE 직원과 유럽에서 만나기로 하고 벨기에를 방문했다 미국과 공조한 벨기에 보안기관에 의해 체포됐다. 그는 간첩 행위, 산업기밀 절도 음모 및 시도 등의 혐의로 기소돼 10월 11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연방법원에서 첫 재판을 받았다. 쉬옌쥔은 간첩 혐의가 인정되면 25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中, 해외에 4만 명 이상 산업스파이 배치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중국인 산업스파이 색출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 FBI 홈페이지]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중국인 산업스파이 색출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 FBI 홈페이지]

    보잉사와 에어버스 등에 엔진을 공급해온 GE 항공 부문은 상업용 비행기와 대형 헬리콥터용 차세대 엔진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가 중국 산업스파이의 신원과 범죄 혐의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정부가 중국의 산업스파이 행위를 발본색원(拔本塞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통해 중국 정부가 산업스파이 행위를 직접 관리·감독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존 데머스 법무부 국가안보 차관보는 “이번 건은 독단적 사건이 아니며, 미국의 비용으로 중국을 발전시키는 전반적인 경제정책의 일부”라면서 “우리는 미국의 자금과 지적 능력의 결실을 훔치는 국가적 행위를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은 중국인 산업스파이를 줄줄이 체포하고 있다. 미국 연방검찰은 9월 시카고에 거주 중인 중국 국적의 지차오췬이라는 27세 엔지니어를 미국인 과학·기술 산업 관계자 8명에 대한 정보를 중국 정보기관에 전달한 혐의로 기소했다. 10월 9일에도 휴스턴에 있는 최고 암연구센터의 한 교수가 중국 산업스파이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백악관이 6월 발표한 ‘중국의 경제적 침략은 어떻게 미국과 세계의 기술 및 지식재산권을 위협하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해외에 4만 명 이상 산업스파이를 배치해 각종 기밀 정보, 기술, 지식재산권 등을 탈취하고 있다고 한다.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중국은 미국이 직면한 가장 광범위하고 도전적이며 중요한 위협”이라면서 “FBI는 미국 전역에서 중국과 관련된 산업스파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사이버 해킹 등을 통한 중국 정부의 산업스파이 활동을 막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BBW)’는 10월 4일 정보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아마존, 애플 등 미국 주요 30개 기업과 정부기관의 정보기술(IT) 데이터 서버에 스파이 목적의 중국산 특수 반도체(칩)가 심겨 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스파이 칩은 네트워크를 공격하려는 침입자에게 문을 열어주는 백도어(뒷문) 기능을 한다고 한다. 백도어 공격은 대부분 네트워크 운용 소프트웨어에 바이러스를 심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중국은 아예 하드웨어 칩을 메인보드(주기판)에 꽂아 백도어처럼 이용한 것이다. 이 칩은 쌀알보다도 작아 육안으로 쉽게 알아볼 수 없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정부가 10년 이상 ‘사이버 무단 침입’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연간 1800억~5400억 달러(약 606조6900억 원) 규모의 기밀이 새고 있다고 추정했다. 미국 정부는 사이버보안을 강화하고자 예산과 인원을 대폭 늘리고 민간 사이버보안 업체들과 협력도 확대할 방침이다.

    치열해지는 美  ·  中 ‘기술냉전’

    미국 연방검찰에 간첩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쉬옌쥔. [WCPO]

    미국 연방검찰에 간첩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쉬옌쥔. [WCPO]

    미국 정부는 이와 함께 자국 첨단기술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중국 자본이 인수합병(M&A)이나 의사결정 참여 같은 개입을 통해 기술을 빼돌리려 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이동통신, 항공기 제작, 바이오 기술 등 27개 산업의 주요 기술 설계, 실험, 개발과 관련된 대상 기업들은 재무부가 주도하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투자 심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CFIUS는 재무부 장관을 의장으로 법무부, 국토안보부, 국방부 등 11개 주요 정부부처가 참여하는 정부 심의기관이다. 또 외국 기업이 투자를 통해 미국 기업이 보유한 주요 비공개 기술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거나 중요한 기술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갖게 될 때도 CFIUS 심의를 거쳐야 한다. 

    CFIUS는 외국인 자본이 미국 기업의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지 않더라도 거래 내용을 더욱 광범위하게 심의할 수 있다. CFIUS는 자국 기술이 외국에 넘어가 국가안보와 기술적 우위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투자를 거부할 수 있다. 미국 재무부는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미국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으려는 의도라 볼 수 있다. 양국은 앞으로 ‘기술냉전(technology cold war)’을 더욱 치열하게 벌일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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