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메이트 홈페이지 캡처]
요즘은 좋은 베이비시터만큼이나 펫시터도 상당히 귀하다. 펫시터는 애견 혹은 애묘를 일정기간 주인이 원하는 장소에서 돌봐주는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보통은 반려동물을 펫시터 집에 맡기지만, 반려동물이 거주하는 공간에 펫시터가 방문해 돌봐주기도 한다.
과거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주인들끼리 개인적으로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일정 금액을 주고 맡기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그러다 3~4년 전부터 전문교육을 받은 펫시터를 중개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생겨났고 펫시터 수도 급속히 증가했다.
3~4년 사이 펫시터 공급 · 수요 급증
펫시터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는 구세주와도 같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대부분 집을 장기간 비워야 할 때 특히 신경이 곤두선다. 주치의가 있는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을 일정 기간 맡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그나마 안심이다. 이것도 여의치 않으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집과 가장 가까운 애견호텔을 검색할 수밖에 없다. 호텔에 객실(케이지)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없으면 그때부터 반려동물을 데려가는 최후 방법까지 생각하기에 이른다.그러나 반려동물 처지에서 보면 장시간 이동하거나 집에 홀로 있기보다 누군가 보살펴주는 환경에서 보호받는 편이 훨씬 낫다. 이런 이유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명절이나 장거리 여행을 앞두고 비용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펫시터 고용을 더 선호한다.
10년 동안 강아지를 키운 40대 직장인 최모 씨는 명절 때마다 강아지를 맡길 곳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았다. 고향 대구에 강아지를 데려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부모가 질색하는 통에 서울에 놔두고 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집 근처 동물병원에 강아지를 맡겨야 했는데, 몇 개월 전부터 예약하지 않으면 맡기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하지만 펫시터 서비스가 대중화된 이후 시름을 덜게 됐다. 최씨는 “그때 누가 대신 강아지를 맡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애견호텔은 말이 좋아 호텔이지 케이지에 하나씩 가둬놓기 때문에 강아지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요즘 펫시터는 정해진 시간마다 산책을 시켜주고 밥도 잘 챙겨주는 데다, 메신저로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주기 때문에 훨씬 낫다”고 말했다.
펫시터는 기본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여유시간을 활용해 돌봄 서비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40, 50대 가정주부나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프리랜서가 부업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취업을 준비하는 20, 30대와 주말에 한가한 직장인, 은퇴 후 시간 여유가 많아진 60대 이상 노년층 등 펫시터의 연령대와 직업군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펫시터는 대부분 일에 상당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6개월째 펫시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주은 씨는 이직을 준비하던 중에 펫시터 일을 하게 됐다. 4년째 푸들 2마리를 키우고 있는 이씨는 가족 여행을 앞두고 펫시터에게 강아지를 맡긴 후 펫시터 일에 호기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하고 싶다고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더라고요. 신원 확인을 거친 뒤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을 받고 기본 소양도 쌓아야 일을 시작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4마리를 짧게는 2박 3일, 길게는 2주가량 돌봤는데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견종을 돌볼 수 있어 즐거웠어요. 견종마다 성향과 특성이 다 달라 강아지에 대해 더 깊이 아는 기회가 됐어요. 견주들이 강아지와 함께 돌아갈 때 만족해하면 뿌듯하죠.”
“이직 준비 중에 펫시터로 활동, 보람 느껴”
[shutterstock]
“낯선 공간이다 보니 첫날에는 실수하는 강아지도 있어요. 그런데 대체로 교육을 잘 받은 강아지는 여유를 가지고 적응할 시간을 주면 이튿날부터 따로 배변 훈련을 하지 않아도 가려서 하더라고요. 간혹 견주가 미리 ‘우리 강아지가 실내 마킹을 하면 교육해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는 적절한 선에서 제지하고 훈육시키기도 하죠.”
펫시터는 이미 자기 집에 강아지를 몇 마리 키우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펫시터 고용 의사가 있는 사람은 강아지를 맡기기 전 자신의 강아지와 펫시터의 강아지가 충돌할 가능성은 없는지 알아보는 사전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그 자리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견주가 펫시터 예약을 취소하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 펫시터 일은 여간 까다로워 보이는 게 아니다. 남의 자식을 맡아서 돌보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것도 몇 날 며칠을 돌보려면 신경 쓸 일이 한둘이 아닐 것 같았다. 가령 펫시터의 집이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라면 두세 마리 강아지가 짖어댈 때마다 이웃의 항의가 들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다행히 지금까지는 항의를 받지 않았어요. 맡은 강아지들이 비교적 빨리 집에 적응했고 키우는 강아지들과도 잘 지냈거든요.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이런저런 걱정으로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강아지들이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매일 일정한 시간에 산책을 했어요. 또 사전 만남 때 견주가 집을 돌아볼 수 있게 해 큰 문제는 없었어요.”
생명 다루는 일, 만만하게 봐서는 안 돼
펫시터 중개회사들은 회원들의 평가를 통해 펫시터 서비스의 질을 관리한다. 사진은 도그메이트 홈페이지에 올라온 회원들의 후기. [홈페이지 캡처]
현재 펫시터 중개 서비스 사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선발주자로 꼽히는 펫시터 중개회사 ‘도그메이트’에는 현재 310여 명의 펫시터가 활동 중이다. 2015년 10월 오픈 당시 10여 명에 불과하던 펫시터가 30배 이상 늘었고, 누적 회원수도 100여 명에서 1만6000여 명으로 늘었다.
과거에는 펫시터들이 알음알음 활동했다면 지금은 중개회사들이 펫시터와 이용자 양측의 신원 검증을 하고 있다. 김예진 도그메이트 마케팅팀장은 “펫시터 선발 기준이 까다로운 편이다. 강아지를 키운 경험이 4~5년 이상이어야 하고 가족의 동의를 받았는지, 흡연자는 없는지, 유아는 없는지 등을 검증한다. 이 때문에 전체 지원자의 10%만 펫시터로 활동 중이다. 이용자도 마찬가지로 신원 검증을 한다. 아직 그런 사례는 없지만 강아지를 맡겼다 찾아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어 회원의 집 주소만큼은 철저히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원복 펫플래닛 대표도 “회원 처지에서는 검증된 펫시터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서류검증, 방문검증, 환경검증, 전문교육, 안전검증 등 5단계를 통과한 사람만 펫시터로 활동하게끔 해놓았다. 고용 펫시터 수가 100여 명으로 적은 편이지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체마다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펫시터는 식사, 배변, 산책, 수면 등 기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밖에 특정 장난감으로 놀아달라든지, 산책 시간을 길게 해달라든지 등 회원의 특별한 요구도 대체적으로 들어주는 편이다. 펫시터는 자신이 맡은 강아지의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해 하루에 5번 정도 회원에게 전송하고, 하루 일지를 작성해 마지막 날 함께 건네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이는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들의 원생활 일지를 적어 부모에게 보내는 것과 비슷한 형태다.
이러한 자체 검증 덕에 펫시터 이용자의 만족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도그메이트의 경우 재이용률이 60% 이상이고, 펫플래닛도 이용자의 90% 이상이 후기 작성 때 별점 5점 만점에 4점 이상을 줬다고. 서비스업 특성상 회원들의 평가가 중요한데, 후기가 좋은 인기 펫시터의 경우 이용자가 대기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김예진 팀장은 “펫시터도 등급이 있는데 우수 펫시터가 되려면 후기가 6개 이상 올라와야 한다. 이런 분들에게 정기적으로 맡기는 회원이 생겨난다. 통상 1~2개월 전, 명절은 6개월 전 예약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높다. 회원 중에는 마음에 드는 펫시터의 스케줄을 미리 알아본 뒤 여행 일정을 잡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고소득 직종
펫시터로 6개월째 일하고 있는 이주은 씨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장에서 견주가 만족감을 드러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형우 기자]
해외에서 펫시터는 이미 고소득 직종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영국, 호주 등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권에서는 멀리 사는 친척보다 펫시터를 더 소중히 여기기도 한다. 개는 스트레스를 산책으로 풀기 때문에 영미권에서는 견주 대신 산책을 시켜주는 ‘도그워커’의 인기도 높다.
도그워커는 강아지를 하루 혹은 일주일씩 온종일 돌봐주는 펫시터보다 하위 개념이고, 다소 생소한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정착 중이다. 선두주자인 ‘우푸(WOOFU)’의 경우 지난해 2월 론칭한 이후 지금까지 월 이용 건수가 500~600건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주로 1인 가구, 신혼부부 등 낮 동안 집을 비우는 가정에서 도그워커를 고용한다. 비용은 시간당 2만 원 선이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강아지의 경우 매일 꾸준히 산책을 시켜주는 것만으로도 행동을 교정할 수 있기 때문에 도그워커의 필요성은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서비스가 일상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원복 대표는 “미국인의 경우 반려동물의 사료나 간식, 옷 같은 물품보다 오히려 산책, 훈련, 숙박 등 서비스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맞춤형 외부활동 서비스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반려동물을 가족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가구가 점점 더 늘면서 이런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