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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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래량 극소 시대, 돈 되는 아파트 찾고 싶다면

[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거래회전율’ ‘SNS 평판’ ‘대단지 아파트’ ‘상승 거래 비중’ 등 4개 키워드 주목해야

  •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

    입력2024-04-2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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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부동산 통계 역사상 가격지수 방향이 가장 크게 엇갈린 해로 기록될 것이다. 민간 부동산 통계를 생산하는 KB부동산의 아파트매매가격 지수는 지난해 -4.9%를 기록한 반면, 공공 부동산 통계를 생산하는 한국부동산원의 실거래가 지수는 동기간 4.3%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관마다 표본으로 삼는 아파트 단지와 지수 산정 방식이 달라 어느 정도 가격지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이렇게 극명하게 방향이 엇갈린 것은 처음이다.

    KB부동산 가격지수는 조사 대상 부동산중개업소가 부르는 ‘호가’를 기반으로 산출되는데, 거래량이 없어도 너무 없는 거래량 극소 시대에는 지역 부동산중개업소도 거래 가능 가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거래가 전무한 어느 단지 시세를 추론하려면 2022년 정점을 찍은 매수심리 추세선을 따라 호가를 판단할 수밖에 없어 KB부동산 가격지수는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반면 한국부동산원의 실거래가 지수는 말 그대로 실제 거래가 성사된 아파트 가격만으로 지수를 산출한다. 이 지수가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거래 실종 시대라 오히려 실거래 존재 자체가 상승을 위한 절대 조건이 됐음을 시사한다. 거래가 샘물처럼 터지는 국면이라면 거래량만으로 어느 아파트가 돈이 되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거래 가뭄 국면에서 보기 드물게 거래가 계속되는 아파트라면 매수자의 철저한 인증을 거친, 즉 돈이 되는 아파트라는 시그널인 것이다.

    거래량 극소 시대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끌 서울 대단지 아파트를 주목해야 한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경. [뉴스1]

    거래량 극소 시대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끌 서울 대단지 아파트를 주목해야 한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경. [뉴스1]

    거래회전율 연 3%가 시그널

    최악의 거래 가뭄이던 2022년 서울 아파트 거래회전율은 0.6%였다(그래프 참조). 아파트 100채당 1건이 채 거래되지 않은 해였다. 지난해 거래회전율은 2022년보다 증가했지만 장기 평균 수준을 크게 하회하는 1.8%를 기록했다. 100채당 약 2건의 거래가 겨우 성사됐다는 의미다. 서울의 장기 평균 거래회전율은 거래 과열이 극심하던 2006년을 제외하면 연 4.8% 수준이다. 이는 1000채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가 1년에 50건 정도 거래가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올해 거래회전율은 극적인 반전이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장기 평균 수준인 연 5%는 아니더라도 지난해 수준을 상회하는 연 3~4% 거래회전율을 보이는 아파트라면 향후 상승 전환 시 극적인 시세 분출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거래량 극소 국면에서 연 30~40건 거래되는 대단지 아파트를 찾는다면 부의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는 얘기다.

    거래량 극소 국면이지만 모바일 기술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번성으로 부동산 이야기는 매일 쏟아진다.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앱)에 실시간으로 아파트 단지별 댓글이 달리는 시대다. 댓글과 사진들이 그 아파트의 평판을 만들고, SNS 평판은 그 아파트의 미래가치를 결정짓는다. 단지별로 쏟아지는 이야기에서 눈여겨볼 것은 예비 실수요자의 질문이다. 관심 단지 댓글에 실거주 여건에 관한 질문이 꾸준히 달린다면 해당 단지에 살고픈 예비 실수요가 풍부하다는 시그널이다. 예를 들어 테라스나 거실 크기를 물어보면서 견적을 따지고, 쿠팡 혹은 마켓컬리 배송 가능 여부, 배치되는 학교,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 이용 가능한 커뮤니티 시설 등에 관한 질문이 바로 예비 실수요가 풍부한 단지라는 증거다. 또한 답변 질을 통해 해당 단지의 민도(民度)를 판단할 수 있다. 민도는 ‘국민의 생활이나 문화 수준 정도’라는 뜻인데,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단지 거주자들의 에티켓, 양심, 의식 수준’ 개념으로 변형돼 쓰이고 있다. 민도가 높은 단지는 ‘역세권 여부’ 질문에 “성인 남성 걸음으로 ◯◯분 걸려요, 아이 걸음으로 ◯◯분 걸려요”라고 솔직하게 답변한다. 또한 “층간 소음은 조금 있는데, 공원 뷰는 장점이에요” “단지 내 어린이집은 좋은데, 초등학교는 좀 걸어가야 돼요” 등 단지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스스럼없이 알려 균형감 있는 정보를 전달하려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밑도 끝도 없이 “우리 단지가 최고다”라는 무논리 정보가 가득한 아파트 단지라면 거를 필요가 있다.

    분양 단지 역시 SNS에 쌓이는 이야기들로 미래 프리미엄을 점칠 수 있다. 미분양이 심각한 단지는 이야기 자체가 미미하겠지만, 미분양이 꾸준히 소진되고 있거나 조기 완판된 단지는 최근 불거진 품질 이슈 때문에 공사 과정을 지켜보는 눈이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터파기, 지하주차장 공사 같은 아파트 건설 초기 단계부터 현장 사진이 차곡차곡 쌓이는 단지라면 그만큼 해당 단지를 미리 찜해놓은 수분양자가 많다는 시그널이다.



    SNS에 쌓이는 이야기 외에 주목할 것은 SNS 알고리즘이다. 다수의 관심에 민감하게 반응해 특정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노출하고 이를 순위로도 나타내는 SNS 알고리즘은 부동산시장 ‘쏠림 현상’을 가속화한다. 거래량 극소 국면에서는 거래가 단지 몇 건만 성사되어도 해당 단지를 ‘거래량 최다 아파트’라고 띄워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은다. 확률적 관점에서 거래량이 많은 아파트는 단지 규모가 1000채를 넘어서는 대단지 아파트일 공산이 크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마포구 ‘마포래미안 푸르지오’ 등이 그 사례다. 대단지 아파트의 소소한 거래량은 SNS 알고리즘의 스노볼 효과로 커진 관심도와 비례해 가파른 가격 상승 궤적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거래량 극소 시대에는 평판 스노볼 효과를 누릴 대단지 아파트를 주목해야 한다.

    서울 부동산 상승 무드 형성

    다만 거래량 극소 국면에서는 상승 거래와 하락 거래의 비중을 통해 부동산시장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 최근 한 달간 서울의 상승 거래 비중은 약 43%였다. 이는 41%를 기록한 하락 거래 비중을 살짝 넘은 수치다. 나머지 16%는 보합 거래였다. 비록 거래량은 적지만 서서히 상승 무드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강남구, 성동구, 마포구의 상승 거래 비중은 서울 평균을 상회해 한강변 유망 재개발·재건축을 향한 기대감이 포착됐다. 경기도 역시 상승 거래 비중이 하락 거래 비중과 유사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상승 거래가 하락 거래보다 많은 지역은 수원 영통구와 용인 기흥구로, ‘반세권’은 AI(인공지능) 시대 부흥과 함께 올해 부동산시장을 책임질 키워드임을 확증했다.

    부동산 거래량 극소 시대, 돈이 되는 아파트를 찾고 싶다면 ‘거래회전율’ ‘SNS 평판’ ‘대단지 아파트’ ‘상승 거래 비중’ 등 4개 빅데이터 키워드를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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