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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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노동 시간과 강도 늘리는 기술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업무 영역 점점 넓어져 일 총량 증가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6-04-22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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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연구 결과,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업무 범위가 확장되면서 개인의 노동 시간이 더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연구 결과,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업무 범위가 확장되면서 개인의 노동 시간이 더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최근 오픈AI, 구글, xAI 같은 주요 인공지능(AI) 기업에서 일하는 연구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극한의 업무 강도와 성과 압박을 호소하고 있다. 최첨단 AI 연구 현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연구자들의 노동 강도도 크게 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AI를 만드는 사람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업무에 AI를 적극 도입해 활용하는 사람들도 AI 서비스 출시 전보다 더 오래 일하고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곤 한다. 더 나은 산출물을 내고자 새로 출시된 AI 서비스를 익히고 활용하는 데 에너지를 쓰는 것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AI로 인한 업무 확장 연구 결과 발표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올해 ‘AI는 노동을 줄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노동 강도를 심화한다’는 제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는 미국 기술 기업 종사자 약 200명을 8개월 동안 관찰하고 심층 면접을 진행했는데, AI가 업무량을 줄여주기보다 오히려 업무를 확장하는 경향이 있었다. AI 도구를 사용하다 보니 일을 빨리 끝내고 쉬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업무를 맡아 하루에 더 긴 시간 동안 일을 했다는 것이다.

    AI는 왜 업무량을 늘리고 업무 난도를 심화할까. 실제로 AI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다 보면 한 사람이 해내는 업무 영역이 점차 넓어진다. 기존에는 시간이 부족해 못 했던 일들을 AI 도구를 활용해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더 많은 일이 업무 범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과거에는 디자인 시안을 만들고, 자료를 탐색하고, 보도 자료를 작성하고, 홍보 문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부서가 협력했다. 다른 부서의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서로 일정을 조율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이 과정을 여러 부서의 도움 없이 한 사람이 해낼 수 있게 됐다.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데 드는 시간은 줄었지만 동시에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한 직원이 맡아 처리하는 일의 총량이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게다가 AI 도구를 활용해 한 사람이 업무를 충분히 빠르게 완수할 수 있다는 사실이 검증되면 회사 경영진이나 리더는 모든 직원이 이렇게 일하기를 기대한다. 기존처럼 직원의 경험 축적과 성장을 기다려주지 않는 것이다. 직원도 유능한 상사가 AI를 활용해 일을 빠르게 처리해내는 것을 보며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결국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려고 일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된다. AI는 우리에게 업무를 점점 빨리 해내도록 강요하고, 우리는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져 쉴 틈 없이 달린다.



    AI에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아무리 길어도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대체로는 몇 분 만에 결과물이 생성된다. 게다가 AI는 어떤 일이든 따지지 않고 해낸다. 그러니 좋은 결과물을 얻고 싶은 사람은 끊임없이 AI와 대화하고 자신의 시간을 쏟아붓는다. 일에 중독되는 것이다. 그래서 AI는 노동 시간을 줄여주는 기술이 아니라, 노동 시간을 늘리는 기술이다.

    동료와 AI 생성물 관련 대화해야 번아웃 예방

    기업 관점에서는 직원들의 생산성이 높아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단기적 판단일 수 있다. 직원들이 점점 지쳐 번아웃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 강도가 세지고 스트레스가 쌓여가는 문화가 고착되면 임직원들은 집중력과 판단력이 떨어져 큰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는 지속될 수 없다.

    임직원의 정신건강과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필요한 경우 AI 사용을 멈추고 이로부터 멀어질 수 있어야 한다. AI가 쏟아내는 결과물에 즉각 반응하기보다 시차를 두고 살펴보면서 이를 동료들과 함께 검토하며 의견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혼자 고립돼 AI와의 대화로만 일을 처리하다 보면 AI의 빠른 속도에 동화돼 자각하지 못한 사이 번아웃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의도적으로 동료들과 대화하고 함께 성찰할 때 적절한 업무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

    AI 시대에 필요한 자질은 더 빠르게 일하는 능력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무엇을 하고 AI 사용을 언제 멈출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판단력이다. 기술이 작업에 필요한 시간을 압축할수록 우리는 더 의식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임직원들은 멈춤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기업 리더들은 임직원들을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을 의도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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