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엔비디아 효과’ 하루도 못 가
전날 190달러대를 회복한 엔비디아 주가 상승세는 하루를 채 이어가지 못 했다. 이날 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는 “주식과 회사채, 레버리지론, 주택을 포함한 여러 시장에서 자산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벤치마크 대비 높다”며 “현재 내 인상은 고평가된 자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증가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도이체방크도 앞서 자신들이 제시한 엔비디아 목표주가 215달러에 대해 “엔비디아의 향후 2년간 매출이 85%가량 증가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주가수익비율(PER) 수준이 약 23배”라며 현재 주가가 고평가 돼 있음을 시사했다. 이로 인해 장 초반 196달러까지 올라섰던 엔비디아 주가는 하락 전환한 뒤 180.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3분기 실적 발표에서 빅테크와 ‘순환 거래’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씻어내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엔비디아는 현재 오픈AI, 앤트로픽 등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엔비디아가 이들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면, 이들이 다시 엔비디아 칩을 수백만 장씩 사들이는 거래가 일어난다. 이를 두고 칩 구매가 실질 수요가 아닌 파트너십에 의한 것일 수 있고, 이런 ‘장부상 성장’에 기반한 과도한 밸류에이션이 결국 무너질 수 있다는 시장 불안이 커진 것이다. 이에 대해 황 CEO는 “지금까지 우리가 한 모든 투자는 CUDA 생태계 확장과 관련 있다”며 자전적 수요 창출이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투자자들은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자 국내 반도체주도 동반 상승, 하락을 나타냈다. 엔비디아 3분기 실적에는 매출채권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빅테크가 회사채 발행을 통한 AI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경우 빅테크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엔비디아 매출이 줄어들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직접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57만1000원에 장을 마친 SK하이닉스는 11월 21일 오전 11시 10분 52만6000원에, ‘10만전자’를 탈환했던 삼성전자는 9만5300원에 거래됐다.
전날 엔비디아는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AI 버블론을 한 차례 진정시켰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570억 달러(약 83조8000억 원)로 월가 전망치(시장조사업체 LSEG 집계 기준 549억2000만 달러·약 80조7000억 원)를 상회하는 ‘어닝서프라이즈’였다. 조정 주당순이익(EPS)도 1.3달러로 전망치(1.25달러)를 웃돌았다.
호실적을 이끈 것은 역시나 주요 사업 부문인 데이터센터였다. 고효율 아키텍처인 블랙웰에 대한 높은 수요,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열기 등으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오른 512억 달러(약 75조2000억 원)로 집계됐다. 4분기 가이던스도 투자자들을 안도하게 했다. 엔비디아는 4분기 매출이 650억 달러(±2%. 약 95조3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강력한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대(對)중국 매출이 ‘0’이라고 가정했음에도 월가 예상치(616억6000만 달러·약 90조5000억 원)를 뛰어넘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블랙웰 판매가 차트를 뚫었고 클라우드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매진됐다”며 “우리는 AI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AI 버블에 대한 얘기가 많지만 우리 관점에서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GPU 감가상각 의구심은 해소
하루 만에 증시 상황이 반전됐으나 그럼에도 국내 증권가에서는 “엔비디아 3분기 실적이 몇 가지 시장 의구심을 잠재웠기 때문에 향후 AI 버블론에 따른 증시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염승환 LS증권 이사의 설명이다.“AI 버블론을 촉발한 마이클 버리(영화 ‘빅쇼트’ 실존 인물로 유명한 공매도 투자자)는 엔비디아가 칩 수명을 실제보다 긴 5~6년으로 부풀려 감가상각비를 낮추고 수익을 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 경영진은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쿠다(CUDA) 기반 GPU는 사용 수명이 길고 실제로 구형 모델인 A100이 현재까지도 가동되고 있다’며 논란을 정면 돌파했다. 무엇보다 이번 매출 수준으로 황 CEO가 지난달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GTC)에서 블랙웰과 차세대 아키텍처 루빈만으로 5000억 달러(약 734조7000억 원)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말한 것이 공수표가 아님이 밝혀졌다.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사실상 물 건너갔기 때문에 (증시가) 여기서 더 상승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아주 깊은 하락은 진정될 것이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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