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학세권(학교·학원 세력권)의 특징을 키워드 하나로 표현하면 ‘초(超)상위권’이다. 대한민국에서 공부로 가장 상위권인 학생들이 심화 학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곳이 대치동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다른 지역 학원가가 침체되면서 대치동 학세권 쏠림 현상이 더 커졌다. 교육 환경은 여전히 부동산 입지 조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내 집 마련과 자녀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대치동을 중심으로 한 학세권 추이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
‘학군지 부동산’ 전문가인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대한민국 교육 1번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좋은 학교가 많은 학군과 탄탄한 학원가는 부동산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자녀가 있는 실수요자는 내 집 마련 측면에서 학세권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많은 이가 대치동과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등 이른바 서울 3대 학세권과 인근 부동산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다.
“‘의치한수’ 진학에 필요한 정보 집중”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 조영철 기자
강남에서도 하필 대치동에 대규모 학원가가 형성된 배경은 무엇인가.
“강남이 개발되자 강북 명문고가 대거 이전했다. 이후 강남 8학군 명문고에 다니는 우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원가가 생겼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강남에 터를 잡은 것도 중요한 배경이다. 강남에서도 대치동에 학원가가 집중된 이유는 입지적 특징 때문이다. 대치동은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곳인 동시에 테헤란로로 상징되는 핵심 업무·상업 지역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지금이야 대치동 대형 학원들이 자체 건물을 짓고, 그 바람에 인근 꼬마빌딩 가격도 올랐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강남 번화가 상가에 비해 대치동 임차료가 낮아 학원이 몰려들었다.”
대치동 학원가의 특징을 꼽는다면.
“학원가는 주로 선행학습을 위주로 하는 곳과 대학 입시까지 다루는 곳으로 나뉜다. 대치동은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학원가인 동시에 특히 입시 정보 측면에서 넘버원이다. 의치한수(의대·치대·한의대·수의대)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가장 많이 모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대치동에선 재종(재수종합)반 중심의 학원이 강세였다. 같은 프랜차이즈 학원이라 해도 대치동과 여타 지역은 교육 여건이 다르다.”
“‘미래 학군’ 마포, 여의도 재건축되면 더 강화”
최근 대치동 학원가 쏠림이 더 커졌다고 하는데.“한동안 학령인구 감소로 사교육 학원과 명문 학교, 주요 학군이 모두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실제로 분위기가 침체된 곳은 대치동, 목동, 중계동을 제외한 나머지 학원가다. 본래 서울도 지역마다 강세인 학원가가 있었다. 광남초중고가 있는 광진구 ‘광남학군’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학세권은 내가 사교육업계에 몸담았던 10여 년 전에 비해 약화된 분위기다. 전체 학생 수가 줄면서 상위권도 얇아졌기 때문이다. 서울 3대 학군지가 아닌 곳에 있는 상위권 학생은 자기 레벨에 맞는 반이 사라져 학원을 못 다니는 경우도 생겼다. 결국 대치동이나 목동, 중계동 학원가 가운데 주거지와 그나마 가까운 곳에 있는 학원에 다닐 수밖에 없다. 부모 입장에선 자녀를 학원으로 라이딩(riding: 자녀를 자가용으로 통원시키는 것)하는 게 힘에 부치면 해당 지역으로 이사하기 마련이다.”
부동산 입지 조건에서 학교와 학원 등 교육 환경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일까. 지난해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동산 입지 조건’을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29.73%)가 ‘교육 환경’이라고 답했다. 교통(25.13%)과 주거 쾌적성(21.21%), 편의시설(15.16%), 직장과 거리(8.65%)가 뒤를 이었다. 이 대표는 “시장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자녀 교육은 여전히 생애주기 설계와 내 집 마련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좋은 학세권이 형성되는 조건은.
“서울 3대 학원가와 경기도에 있는 주요 학원가를 살펴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인근에 초중고와 중대형 아파트가 많은 곳이라는 점이다. 이런 곳에서도 역세권 상업지구가 아니면서도 상가가 들어설 수 있는 근린생활시설 밀집 지역에 학원가가 생긴다. 흔히 도시가 건설된 지 10년이 되면 학군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 학령기인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이 중고교를 거쳐 대학 입결(입시 결과)을 내는 한 사이클이다. 그리고 20년이 지나면 학군이 마치 장(醬)처럼 충분히 숙성된다.”
서울에서 눈여겨볼 미래 학군은.
“마포다. 이 지역 백범로(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과 6호선 대흥역·삼각지역을 잇는 도로)를 따라 학원가가 형성됐다. 염리동과 아현동 일대가 정비되면서 신축 단지가 대거 들어선 결과다. 마포 주민 중에선 여의도나 광화문, 을지로 일대에 직장이 있는 대기업 고소득 근로자가 많다. 현재 학군지로서 마포의 특징은 강북 지역에 있는 명문 사립초 통학이 편하다는 점이다. 마포 주민들의 ‘마부심’(마포 자부심)이 강해지면서 한 번 정착하면 계속 거주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오랫동안 자녀를 키우며 정주하는 사람이 늘면 학군지로서 위상이 공고해진다. 또한 향후 여의도 재건축이 본격화해 인구가 증가하면 한강 건너 이동이 용이한 마포 학세권이 더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학군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선행학습이나 입시를 치르는 데 좋은 곳은 물론, 동네에서 인기 있는 초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지역도 넓은 의미에서 학군이다.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학군 수요만 있어도 아파트 가격이 인근 다른 단지보다 높을 정도다. 그런 점에서 성북구 장위뉴타운도 서울 미래 학군으로 주목할 만하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뉴시스
“학군지 진입, 빠를수록 좋다”
최근 6·27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크게 강화됐다. 서울 3대 학군지, 특히 집값이 비싼 대치동이나 목동에 진입하려던 이들의 고민이 커졌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당장은 정부 정책 방향과 시장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최근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이들 중에는 실수요자가 많다. 과거 상승장처럼 외지인이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에 투자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실수요자 대부분은 자기 생활권에서 내 집 마련을 고민한다. 그래서 이사하려는 곳의 학교와 학원가 상황은 물론, 생활 여건에도 밝은 경우가 많다. 한 지역에서 아이를 키우며 상당 기간 살 생각인 실수요자라면 가능한 범위에서 ‘상향’해 내 집 마련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학군지 진입은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이 드는 순간 최대한 빨리하는 게 좋다고 본다. 대치동 등 학군지로 이사 갔다가 자녀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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