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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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망치는 심리 편향, ‘간접·분산·장기투자’로 극복해야

[김성일의 롤링머니] 전 세계 증시 동반 급등… 과열 분위기에 휩쓸리면 손실 불가피

  • 김성일 업라이즈투자자문 연금·투자연구소장

    입력2025-07-2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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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자산시장을 보면서 고민이 깊어지는 개인투자자가 많다. GETTYIMAGES

    최근 자산시장을 보면서 고민이 깊어지는 개인투자자가 많다. GETTYIMAGES

    전 세계 주식시장이 장마가 지나간 한여름 날씨만큼이나 뜨겁다. 미국시장을 대표하는 지수인 S&P500과 미국 기술주 지수인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7월 11일(이하 현지 시간) S&P500은 6259.75로 거래를 마치며 1년 전 대비 12%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 이슈로 주가가 최저점을 찍었던 4월 8일 기준으로는 4개월 만에 24% 급등한 것이다. 나스닥 역시 32% 급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한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코스피도 36% 넘게 오르며 더 큰 상승을 보였다. 연초 대비 주가 상승폭을 보면 코스피는 32% 올라 S&P500이나 나스닥의 6%보다 5배 이상 급등했다. 증시 상승은 한국이나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연초 이후 독일(DAX) 21%, 중국(항셍지수) 20%, 유럽(STOXX50) 11% 등 많은 국가의 증시가 상승했다. 

    투자자 발목 잡는 ‘포모’와 ‘편향’

    이렇게 불붙듯이 상승하는 자산시장을 보면서 고민이 깊어지는 개인투자자도 많다. 이들을 심리 상황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에 빠진 투자자다. 포모란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뜻한다. 이들은 남들처럼 지금 사지 않으면 수익 기회를 놓칠 것 같은 불안감에 서둘러 투자에 나선다. 이런 유형의 투자자는 보통 시장 고점에 진입해 하락 시 큰 손실을 입기 쉽다. 

    두 번째는 ‘최근성 편향’에 매몰된 투자자다. 이들은 최근 시장 급등만 보고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고 믿는다. 최근 4개월간 코스피가 36%나 올랐고, 정권교체와 상법 개정 등 각종 호재가 가득하니 하반기에도 꾸준히 상승하리라 생각한다. 이들은 최근의 좋은 기억만 선택적으로 인식해 장기적인 리스크는 간과한 채 단기 상승에만 초점을 맞추기 쉽다. 이는 시장이 하락세로 전환할 경우 큰 충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최근성 편향이 다수 발생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자 급락한 증시는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2020년 하반기 급등했다. 많은 사람이 여기저기서 “주식으로 대박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주식 계좌를 열었다. 개인투자자의 국내 주식 계좌 수는 2019년 말 약 2800만 개에서 2021년 말 약 4800만 개까지 늘었다. 많은 개인이 ‘동학개미’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새로운 투자자가 됐다. 운이 좋아 2020년 상반기에 투자를 시작한 이는 수익이 꽤 괜찮았다. 하지만 국내 증시는 2021년 7월 초 고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해 2022년 말까지 약 30% 떨어졌다. 서학개미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1년 말 고점을 찍은 S&P500과 나스닥은 2022년 한 해 동안 각각 20%, 34% 하락했다. 



    최근성 편향은 하락장에서도 투자자의 판단을 흐린다. 2021년부터 1년 넘게 하락한 국내 증시를 보며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시장 역시 2022년 내내 하락세를 기록해 서학개미도 지금은 투자할 때가 아니라며 고금리 예금과 파킹형 상품으로 돈을 옮겨놓기 바빴다. 많은 전문가 역시 미국 연준과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니 당분간 투자를 중단하고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들의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2023년 초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2023년 한 해 동안 코스피는 19% 상승했고,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24%, 41% 올랐다. 

    세 번째는 ‘과신 편향’에 빠진 투자자다. 이들은 자신의 판단, 능력, 예측을 실제보다 더 확신하고 과도하게 신뢰한다. 이미 투자하고 있는 상태에서 투자금을 늘리려고 대출을 활용하거나 시장 움직임의 2배, 3배로 움직이는 레버리지형 상품을 이용한다. 이들은 최적의 매매 시점을 알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너무 자주 매매해 각종 매매비용으로 수익률을 갉아먹는다. 소수 종목에 집중투자하다 보니 포트폴리오의 위험도 높아진다. 또한 시장이 예측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간과한다. 시장이 자신의 판단과 다르게 움직이면 이들의 포트폴리오는 급격히 무너지고, 대출이나 레버리지 활용 등의 이유로 계좌를 유지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심리 편향을 이기는 3가지 투자법

    앞서 언급한 포모 현상과 최근성 편향, 과신 편향은 모든 사람이 가지는 보편적인 인지 편향이다. 행동경제학자의 연구로 사람들의 이러한 비합리성이 밝혀졌지만, 대다수는 여전히 편향에 빠져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 

    개인투자자는 대부분 이런 심리 편향을 이겨내기가 어렵다. 초보 투자자는 말할 것도 없다. 잘못된 판단이 계좌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려면 몇 가지 장치가 필요하다. 첫 번째가 간접투자다. 개별 종목을 직접 골라서 투자하기엔 시간도, 지식도 부족하다.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상품을 이용해 지수에 투자하면 전 세계 다양한 자산군에 저비용으로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자산배분 투자다. 물론 S&P500, 나스닥, 다우존스에 나눠 투자하는 것도 분산투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자산배분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세 가지 모두 미국 증시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자산배분이란 주식, 국채, 금, 달러 등 움직임이 다른 자산에 나눠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주식시장이 좋을 때 분산투자를 하라고 하면 대부분 꺼린다. 누가 봐도 주식시장이 계속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장기투자다. 뻔한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자산배분은 상승장에서 소외되지 않고 하락장에서 하락폭을 줄이는 효과가 있긴 해도 1~2년 단기간에는 힘을 못 쓴다. 2022년 같은 시장은 특히 그렇다. 하지만 자산배분을 통해 2022년의 시장을 견디면 2023년, 2024년, 그리고 올해 같은 상승장의 과실을 향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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