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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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K-방산 극호황기 이제 시작… 추가 상승 여력 충분”

1호 방산학 박사 최기일 교수 “K-방산 장점은 옛 소련과 나토 기술 혼재된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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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5-07-2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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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 지호영 기자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 지호영 기자

    ‘K-방산 르네상스’가 새로운 분기점을 맞고 있다. 2022년 173억 달러(약 24조 원) 수출 규모를 달성한 후 하락하던 수출액은 올해 2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7월 폴란드와 9조 원 규모의 K2 전차 계약을 맺었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방산 협력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방산 주요 4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최초로 달성한 2조 원 영업이익 벽을 절반의 시간 만에 깨는 것이다. 주가도 고공 행진했다(표 참조). 상반기 국내 주식형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상품 1~3위를 모두 방산 관련 종목이 차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 8일 “방산은 미래 먹거리”라며 ‘국방 4대 강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이 ‘바이 유러피언(Buy European)’을 선언하는 등 견제도 강해지는 상황이다. K-방산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과 방산주의 상승 가능성을 묻고자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를 만났다. 최 교수는 1호 방위산업학 박사로 현재 한국방위산업연구소 소장도 겸하고 있다. 

    한국, 탈냉전 이후에도 지속적 방산 투자 

    왜 한국산 무기가 각광받나. 

    “탈냉전 이후 전 세계가 군비를 축소하는 동안 우리는 국방예산을 증액하고 방산에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의 영향이 크다. K-방산의 저력이 가격 경쟁력, 우수한 성능, 납기일 준수 삼박자에서 왔다고 하지만, 결국 K-방산 호황은 전쟁 특수를 맞은 덕분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래서 단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중장기 전략을 세워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성을 모색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방 4대 강국’을 목표로 세웠다.

    “방산은 국가 간 정치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지속적인 방산 수출에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관련 정책이 중요한 이유다. 이재명 정부가 방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방산업계도 기대가 크다. 다만 방산 생태계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커 상생 협력도 필요한 시점이다. 독일의 ‘히든 챔피언’(잘 알려지지 않은 강소기업) 지원 제도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스라엘-이란 간 휴전으로 방산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전운은 잦아들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중동에서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낮아지긴 했어도 저강도의 긴장과 군사적 충돌은 남아 있어 무기 수요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중동 지역은 전통적으로 미국산 무기를 선호했는데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미국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다. 또 서방 세력의 동진을 막고자 하는 러시아 때문에 동유럽 국가들은 실존적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틈새를 한국산 무기가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노르웨이 전차 사업에서 한국산 무기가 채택되지 않았는데, K-방산 수요가 끊길 우려는 없나.

    “유럽시장은 서유럽, 북유럽, 동유럽으로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방산 선진국인 서유럽의 경우 당연히 자국산 무기를 선호한다. 북유럽은 서유럽과 관계가 돈독하다. 가령 노르웨이가 독일 레오파르트2를 선택하는 것은 기정사실화돼 있었다. 독일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기도 하고 기존에 레오파트르1을 사용해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유럽은 다르다.”

    어떻게 다른가.

    “과거 옛 소련제 무기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규격 무기를 다 운용하던 나라가 많다. K-방산 특징이 옛 소련과 나토의 기술이 혼재된 하이브리드 형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폴란드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서방으로부터 구형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라는 요구를 받고 새 무기가 필요해지자 한국산을 찾은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중동, 남미, 인도 등 과거 옛 소련제 무기를 구입했던 모든 나라에 적용될 수 있다.”

    국산화율 높이고 소프트웨어 개발 나서야

    EU는 ‘5년 내 재무장’을 선언하며 EU 내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바이 유러피언’을 천명했다. 우려는 없나.

    “K-방산이 주목받으면서 견제 수위와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다행인 건 EU 파트너국에 한국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유럽 역시 자국 방위산업 생산 기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일정 시일이 소요된다고 판단해 한국을 주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 방산 선진국이 다시 산업 규모를 키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2~3년이면 충분할 것이다. 그럼 K-방산의 장점 중 하나인 가격에서 밀리는 건 시간문제다. 우리도 동유럽, 중동, 남미 등을 넘어 미국 본토 국방 조달 시장까지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시장을 넓혀야 하고, 새로운 무기체계를 위한 R&D(연구개발)에도 힘써야 하는 상황이다.”

    국산화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K-방산은 1995년 시작된 불곰사업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받은 무기를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발전을 이뤘다. 태생적으로 독자 기술을 개발한 것이 아니다. K9 자주포도 국산화율이 70% 수준에 머문다. 최근 호주와 계약한 보병 전투 차량 레드백의 경우 20% 정도다. 국산화율 수치를 높여야 하고, 핵심 기술을 국산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K-방산 소프트웨어는 어떤 수준인가.

    “글로벌 위상을 가진 삼성전자 스마트폰도 구글 운영체제(OS)를 쓰지 않나. 방산도 소프트웨어는 미국이나 프랑스 등 방산 선진국에 의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소프트웨어가 밀스펙을 갖추려면 전장에서 검증 등 레퍼런스가 중요한데, 이건 빠른 시간 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도 포기하면 안 되기 때문에 더디더라도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7월 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1회 방위산업의 날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7월 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1회 방위산업의 날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방산주, 최소 3년간 투자 가치 있다

    상반기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한 K-방산주에 대해 끝물이라는 해석과 상승 여력이 남았다는 두 가지 분석이 공존한다. 

    “현재 과열되기는 했지만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현재 주요 방산 4개사 수주 잔고가 100조 원이 넘는다. 또 앞으로 추가 수주 가능성까지 생각하면 K-방산 극호황기에 이제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봐도 3년, 길게 보면 5년까지 K-방산주에 대한 투자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바이오·제약 등 다른 분야와 비교해도 안정적인 종목이다.”

    왜 그런가.

    “방산은 수요자가 국가다. 각국은 1년 전 국방예산을 편성한다. 또 5년 단위로 설계되는 국방 중기 계획, 10년 단위로 이뤄지는 국가 재정 운영 계획 등을 통해 대략적인 방산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 많은 나라가 자국의 군 현대화 사업을 통해 자국 무기체계를 교체하는 데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보고 해외나 국내 기관투자자가 K-방산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 주가에 선반영된 것 아닌가.

    “물론 계약이 비딩(경쟁 입찰)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예산으로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도 경쟁에서 어떤 기업이 입찰에 성공할지까지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저평가된 방산주가 있나.

    “얘기가 많이 나오긴 했지만 풍산을 빼놓긴 힘들다. K9 자주포, K2 전차가 수출 효자 상품으로 주목받지 않나. 두 무기 모두 풍산이 납품하는 포탄을 사용한다. 당연히 전차나 자주포 수출 물량이 늘어나면 포탄 수출도 함께 증가한다. 풍산은 K-방산 주요 4개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정도의 가능성을 지녔다고 본다.”

    방위산업은 결국 전쟁에 기대는 산업인가.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면 무기 수요가 늘어나 방위산업이 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방산에 지나치게 이념만 결부해선 곤란하다. 무기 수출이 많아지면 전쟁에서 인명 살상 용도로 쓰인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강력한 군사력이야말로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산 무기가 해외에 많이 수출되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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