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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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드론으로 트럼프 암살하겠다는 이란의 무시 못 할 위협

새·물고기 모방한 드론 현실화… 기술 진보로 탐지·격추 쉽지 않아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입력2025-07-2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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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군의 유선 조종 드론. 최근 드론 기술 발달로 재밍(jamming) 방식의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다. GETTYIMAGES

    우크라이나군의 유선 조종 드론. 최근 드론 기술 발달로 재밍(jamming) 방식의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다. GETTYIMAGES

    이란 핵 문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공습 작전 성과를 발표하면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이 파괴됐다”고 주장할 때만 해도 말이다. 미국은 6월 21일(이하 현지 시간) 이란 핵시설 공습에 단일 작전으로는 역사상 가장 많은 B-2A 스텔스 폭격기를 동원해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B를 쏟아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공습 다음 날부터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상업용 위성에 의해 이란의 주요 핵시설이 치명적인 손상을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어서 이스라엘과 유럽 각국 정보기관은 물론, 미국 의회에서도 “이란 핵시설이 상당 부분 건재하며, 미국의 공습은 그저 핵무기 개발 일정을 조금 늦추는 효과만 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공망 무력화된 이란이 믿는 구석

    사실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이란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공습의 핵심 목표였던 포르도 우라늄 농축 시설의 경우 지하 80~90m 깊이에 자리해 GBU-57/B로 파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해당 시설을 직접 다녀온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6월 18일 미국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포르도 핵시설은 지하 800m에 있었다”며 “일반 무기로는 파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나중에 상업용 위성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란은 공습 2주 전부터 대량의 트럭을 동원해 주요 핵시설의 핵심 장비와 고농축우라늄을 빼돌렸다. 휴전 후에도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시설 복구에 나섰다. 동시에 중국과 접촉해 다량의 방공무기를 긴급 수입하는 등 미국·이스라엘과의 다음 전쟁을 대비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런 상황은 미국이 이란의 핵 개발 ‘의지’를 제거하지 않은 채 ‘수단’만 때려선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보유한 이란은 존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계속 천명하고 있다.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이스라엘과의 군사적 충돌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란 방공망은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사실상 무력화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재차 공습에 나서면 방어가 불가능하다. 6월 공습 당시 이란의 미사일 발사차량도 대부분 파괴됐기 때문에 이스라엘에 의미 있는 보복을 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란은 핵 개발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달리 말하면 제 나름 ‘믿는 구석’이 있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골프를 즐기고 있다. 골프장 같은 개활지에선 드론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GETTY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골프를 즐기고 있다. 골프장 같은 개활지에선 드론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GETTYIMAGES

    “트럼프, 마러라고에서 일광욕 못 할 것”

    이란은 6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기간 중 미국을 향해 “이란을 공습할 경우 미국에 잠복해 있는 요원들이 움직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냈다. 사실상 미국 본토에 테러 위협을 한 것이다. 나아가 이란의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테러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파트와’를 연이어 발표했다. 파트와는 고위 이슬람 학자나 종교 지도자가 내놓는 일종의 종교적 유권해석에 따른 칙령이다. 이슬람교에는 경전인 ‘쿠란’과 이에 바탕을 둔 ‘샤리아’라는 율법이 있다. 이 율법은 무슬림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제력을 지닌다. 일부 이슬람 국가에선 샤리아는 물론, 이에 기초한 유권해석인 파트와가 일반법 위에 있을 정도다. 이에 미국 국토안보부는 6월 22일 이란에 의한 테러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면서 유관 부서와 함께 국내 보안 태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무력 충돌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해 반포된 첫 파트와는 나세르 마카렘 시라지가 6월 24일 내놓았다. 시아파 이슬람 최고위 성직자 대(大)아야톨라인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죽이라는 칙령을 발표했다. 이 칙령은 다른 성직자들에 의해서도 공유됐다. 이란 시아파 성직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를 반드시 죽여야 하는 ‘이교도 전투원’으로 규정했다. 

    7월 9일에는 더 충격적인 메시지가 나왔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외교 담당 수석고문을 지낸 모하마드 자바드 라리자니가 국영 방송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을 암살하겠다고 공개 선언한 것이다. 그는 “트럼프는 더는 마러라고(트럼프 대통령의 사저)에서 일광욕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가 햇빛을 향해 배를 드러내고 누워 있을 때 작은 드론이 그의 배꼽에 명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별로 신경 안 쓴다”면서 웃어 넘겼지만 당연히 미국 비밀경호국은 난리가 났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에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골프를 치는 등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란의 위협처럼 드론을 이용한 트럼프 대통령 암살 시도가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 2019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엔젤 해즈 폴른’에는 미국 대통령을 드론으로 암살하려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 속 미국 대통령은 별장에서 낚시를 하며 쉬다가 군집 드론의 공격으로 중상을 입는다. 당시만 해도 이런 드론 공격은 그야말로 영화에나 등장하는 허무맹랑한 일이었다. 하지만 올해 6월 우크라이나가 드론으로 러시아 전략폭격기 기지를 강타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드론이 국가 전략 시설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 같은 요인을 위협하는 치명적 비수가 된 것이다.

    최근 중국 해군이 도입한 비둘기 형태의 드론. 중국 CCTV 캡처

    최근 중국 해군이 도입한 비둘기 형태의 드론. 중국 CCTV 캡처

    ‘소프트킬’ 안 통하는 신형 드론

    드론은 보통 항공기에 비해 크기가 매우 작다. 레이더에 잘 걸리지 않는 데다, 아주 가까이 오기 전까진 육안 탐지도 어렵다. 소형 드론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만 해도 기술적 한계가 분명했다. 기존에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쓰인 드론은 전자광학카메라와 원격제어장치를 탑재해 무선으로 원격 제어하거나, 위성항법시스템을 통해 사전에 입력된 좌표로 비행하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전파 교란으로 제어 신호를 차단하거나 위성항법 신호를 막으면 드론을 무력화할 수 있었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가 운용하는 드론 대응 시스템은 대부분 이 같은 재밍(jamming)을 통한 소프트킬(soft kill) 방식이다.

    문제는 최근 쓰이는 소형 드론에는 기존 소프트킬 대응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되는 상당수 드론은 통신 교란을 막고자 광섬유로 유선 유도 방식을 채택했다. 아예 인공지능(AI)을 탑재해 스스로 표적을 찾아 공격하는 AI 드론도 등장했다. 우크라이나가 6월 1일 ‘거미줄 작전’ 당시 러시아 전략폭격기 공격에 투입한 게 바로 AI 드론이다. 이런 드론에는 소총 또는 기관총을 쏴 직접 격추하거나 고출력 극초단파(HPM) 총 같은 지향성 무기로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사수라도 3차원 공간을 고속 비행하는 초소형 비행체를 정확히 명중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교전 지역이 도심이면 도비탄에 의해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드론이 새나 물고기로 위장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중국군이 실전 배치한 정찰용 드론을 살펴보면 새와 물고기의 외형뿐 아니라 움직임까지 모방했다. 비둘기를 모방한 중국군 드론은 날갯짓을 하며 진짜 새처럼 날아다닌다. 잉어 혹은 아로와나를 흉내 낸 드론은 물속에서 물고기의 지느러미 움직임까지 똑같이 구현했다. 가까이서 봐도 드론인지 동물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다. 이들 드론은 크기는 작지만 원격 비행 제어 시스템과 주야간 촬영이 가능한 전자광학·적외선 카메라를 내장하고 있다. 누군가 이런 드론을 공격용으로 개조해 요인 암살에 사용할 수도 있다. 

    드론 기술의 발전상을 고려하면 이란의 트럼프 대통령 암살 위협은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마다 마러라고에서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변에 있는 탁 트인 골프장은 조류로 위장한 자폭 드론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 물론 미군이나 미 비밀경호국은 소총에 장착해 대(對)드론 사격 명중률을 높이는 ‘제로마크 FCS’나 ‘스매시 FCS’ 등 조준·격발 보조 기구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런 장치는 어디까지나 ‘드론처럼 생긴 드론’을 원거리에서 탐지·식별했을 때 쓸 수 있다. 비둘기나 물새, 철새 등으로 위장한 드론이 VIP를 향해 갑자기 달려들었을 때 신속히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드론을 정확히 식별하는 동시에 격추 또는 무력화하는 기술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미국 대통령도 드론 공격으로부터 완벽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이란 도심에서 6월 22일(현지 시간) 미국의 공습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최근 이란 종교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보복을 촉구하고 나섰다. 뉴시스

    이란 도심에서 6월 22일(현지 시간) 미국의 공습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최근 이란 종교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보복을 촉구하고 나섰다. 뉴시스

    자충수 될 이란 정권의 ‘파트와’ 선언

    미국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 미 국토안보부 등 기관은 미국에 잠입했을지 모르는 테러리스트를 색출하고 있다. 하지만 넓은 미국 땅에서, 그것도 정확히 몇 명이나 입국했는지 추적조차 어려운 위험 인물을 모두 찾아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 입장에선 대통령 암살 파트와를 발표한 이란 지도부를 제압하지 않는 이상 완전한 리스크 관리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중동 사태는 이란의 신정체제가 축출되지 않는 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견해다. 이란 정권의 이번 파트와 선언이 정권 붕괴를 앞당기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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