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전국 상승 거래 비중 47%
서울 청량리7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단지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 1순위 청약 경쟁률은 올해 서울에서 가장 높은 평균 242.3 대 1을 기록했다. [롯데건설 제공]
상승 거래 비중과 인구 이동을 통해 최근 부동산 상승세가 일시적인지, 아니면 추세적인지를 알 수 있다. 거래량은 단순히 증감만 보지 말고 상승 거래 비중과 하락 거래 비중을 견줘 보면 답이 나온다. 만약 거래량이 증가했어도 하락 거래 비중이 크다면 이는 급매 위주 거래만 성사되는 상황으로, 추가 하락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8월 한 달간 전국 실거래 건수 중 상승 거래 비중은 47%, 보합 거래 비중은 13%, 하락 거래 비중은 40%로, 상승 거래가 점차 증가하는 상황이다. 즉 시장 사이클은 바닥을 딛고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또한 인구 이동 없이 거래량만 증가한다면 실수요가 아닌 투자 성향 거래 비중이 크다는 뜻으로, 막연한 상승 기대감이 ‘버블’을 부풀게 하고 있다는 증거다. 2006년 부동산시장이 이와 같았다. 인구 이동은 미미한데 상승 기대감에 따라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닥뜨리자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장기 침체 늪에 빠졌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전국 인구 이동자 수는 지난해 2분기를 마지막으로 전년 동기 대비 하락세를 멈췄고, 지난해 3분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현재 4분기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그래프1 참조). 즉 현재 주택 거래는 실수요자가 자신들의 거처를 옮기면서 발생하는 ‘실수요 장세’인 것이다. 추세적 상승을 분별케 하는 두 가지 데이터인 ‘상승 거래 비중’과 ‘인구 이동’ 모두 현 상승세가 추세적 상승임을 증명하고 있다.
인허가 절벽에 따른 수급 안정 예상
Q2. 2021년 저점의 약 4배 수준인 미분양은 감소할까.
7월 전국 미분양은 7만1822채다. 통상적으로 전국 미분양이 6만 채를 넘어서면 모든 분양단지의 1순위 청약이 마감되는 활황장이 끝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된다. 이후 미분양이 더욱 증가해 8만 채를 넘어서면 거의 모든 분양단지가 청약 미달이 되고, 준공 후 미분양이 급증하는 불황장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활황장 졸업인 6만 채와 불황장 입학인 8만 채 사이에 있는 미분양 7만 채는 호황도 아니고, 불황도 아닌 ‘그레이 존’이다. 입지가 좋고 수급이 양호한 곳의 분양가만 수요자들이 받아들이는 양극화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청약시장을 결산해보면 서울 재건축, 그리고 경기 과천과 파주 운정신도시의 분양가상한제 청약단지는 수백 대 1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인천과 지방 도시개발사업은 1순위 청약 경쟁률이 2 대 1이 채 안 되는 저조한 청약 경쟁률을 나타냈다. 현재 7만 채 수준의 미분양이 불황 수준인 8만 채를 돌파하느냐 여부는 미분양이 집중된 경기, 대구, 경북 수급 여건에 달렸다. 그런데 경기도는 미분양 집중 지역인 평택 미분양이 감소세로 돌아섰고, 대구와 경북은 극한 불황으로 건설사 수주가 멈춘 지 2년이 넘어가는 상황이라 인허가 절벽에 따른 수급 안정이 예상된다. 향후 건설사들이 더는 공급을 미루지 못하는 일부 지역에 공급을 시작하면 미분양이 7만 채 후반까지 치솟을 수 있으나, 미분양 3대장 지역의 안정세로 8만 채를 뛰어넘어 불황 국면에 다다를 가능성은 낮다.
Q3. 역대급 부동산 매물에도 집값이 ‘착한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뉴스에서 접하는 매물 통계는 대부분 부동산 통계 사이트 ‘아실’이 제공한다. 시중에 나온 매물이 해소되지 않고 쌓이기만 하다 보면 매물이 급증하고, 이런 매물 적체에 따른 시장 침체 진입 판단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서울의 매매 거래를 위한 매물 통계를 살펴보면 2021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다가 2023년 초 잠시 감소한 후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21년의 2배가 넘는 매물이 현재 쌓여 있다. 매물 통계만 따지면 현재 서울 집값은 공급 과잉으로 2021년의 반값이 돼야 정상이다. 그러나 ‘역대급’ 매물에도 서울 집값은 여전히 근로소득으로는 매입할 수 없을 만큼 비싸다. 그 원인은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매물 통계가 2021년 8월부터 값이라는 데 있다. 통계가 5년이 채 안 된 신생 통계인 셈이다. 게다가 2021년은 20년 넘는 대한민국 부동산시장 역사에서 최고 활황기였고, 지난해는 반대로 대한민국 부동산시장 역사에서 역대급 불황기였다. 신생 통계가 마침 대한민국 부동산시장 역사에서 가장 뜨거웠고, 가장 차가웠던 시점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5년이 채 되지 않은 시계열 통계를 가지고 ‘역대급’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까. 그 짧은 시간 ‘역대급’ 호황과 불황을 오간 불안정한 매물 통계를 가지고 ‘적정 매물 수준’을 가늠하기란 불가능하다. 앞으로 매물 통계 관련 뉴스가 나오면 눈을 감아라. 향후 10년치 통계가 쌓일 때쯤에야 ‘적정 매물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Q4. 최근 부동산 주요 수요층으로 떠오른 30, 40대가 향후에도 수요 몸통이 될까.
최근 30대 주택 매입자가 40대를 역전했다느니, 혹은 그 반대 상황이라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30대가 40대를 역전했다고, 40대가 30대를 역전했다고, 또는 30대와 40대가 부동산 매입을 가장 많이 했다고 해서 부동산시장에 큰일이 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30, 40대 이외 다른 연령은 부동산에서 손 놓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도 않다. 통계청의 ‘2022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주택을 소유한 개인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50대로 385만 명이 주택 소유자다(그래프2 참조). 그다음은 338만 명이 주택을 소유 중인 60대다. 3위가 332만 명이 주택을 소유한 40대다. 40대와 함께 쌍끌이 매입자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30대는 얼마나 주택을 소유하고 있을까. 40~60대의 절반 수준인 154만 명에 불과하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30, 40대가 부동산 주요 수요층으로 부상했다는 뉴스가 이상하게 들린다. 그 이유는 한국부동산원이 연령별 매입자 통계를 2019년부터 발표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