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 국제 금값이 온스당 2500달러를 넘어섰다. [GettyImages]
중동·러시아 불안에 안전자산 선호
최근 국제 금값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중동·러시아의 지정학적 불안 고조, 미국 대선 불확실성 등으로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그중 금값 급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연준의 9월 금리인하 기대감을 꼽는다. 금값은 금리인하기에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초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일시적으로 심화돼 금리인하 기대가 높아지면서 금값이 상승했다”며 “금과 달러는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점에서 경쟁 관계인데, 달러 약세를 자극하는 금리인하 기대까지 더해지자 금값이 더욱 강세를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동, 러시아-우크라이나의 불확실성도 금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옛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휴전협정 타결 가능성이 보도되고 있지만 여전히 타결을 장담하기 어렵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더욱 복잡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안전자산인 금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 강세가 이어지면서 금 관련 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로 유입되는 자금도 늘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의 올해 2분기 금 수요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부유층 투자자의 금 매수가 늘면서 장외(OTC) 투자 규모가 329t에 이르렀다. 또한 금 ETF에는 6∼7월 연속 자금이 순유입됐다. 세계 최고 금 담보 ETF인 ‘SPDR 골드트러스트(GLD)’의 보유 자산은 8월 19일 859t으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값이 상승하자 국내외 금 관련 투자 상품들은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SPDR 골드트러스트는 22% 상승했으며, 금 선물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는 53% 올랐다. ‘KODEX 골드선물(H)’ ‘TIGER 골드선물(H)’도 각각 18%씩 상승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금값이 추가적으로 상승해 연말에는 온스당 2600달러(약 347만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8월 20일 씨티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금 투자심리가 향후 3~6개월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 금값은 올해 4분기 온스당 2550달러까지 상승한 후 내년 중반에는 3000달러(약 400만)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값이 현재 2500달러에서 20%가량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UBS 연구원은 “금값이 연말까지 온스당 26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미 연준의 금리인하 임박 신호에 모든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값 추가 상승 신중론도 나와
반면 추가 상승에 대한 신중론도 나온다. 캐나다 TD증권의 대니얼 갈리 상품전략가는 “금 매수세가 과도하다”면서 “시장이 예측하는 금리인하 예상 시나리오가 빗나갈 경우 가격이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사 하이리지퓨처스의 데이비드 메거 대체투자 및 트레이딩 이사는 “연준이 25bp(1bp=1%p) 금리인하 가능성만 시사하고 50bp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을 한다면 금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큰손’ 중국이 경기 둔화와 금값 상승에 따라 금 수입을 줄이고 있는 점도 금값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7월 금 수입은 전월 58.9t 대비 24%가량 줄어든 44.6t을 기록했다. 2022년 5월 27.1t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또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4월부터 금 매입을 중단했다.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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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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