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1

2023.10.20

부자는 정말 싸가지가 없을까… 부자 될 때 자기 본성 나와

[돈의 심리] 직장생활로 부자 될 때와 재테크·상속으로 부자 될 때 달라

  • 최성락 경영학 박사

    입력2023-10-2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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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과 관련한 연구들을 보면 “돈이 사람을 이기적으로 만들고 다른 이들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으로 만든다”는 결과가 많다. 즉 “돈이 사람을 싸가지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2012년 폴 피프 미국 UCI(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교수 연구진은 “자기 형편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더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실험자를 둘로 나눠 한쪽에는 가난한 계층에 속한다는 이미지를, 다른 한쪽에는 형편이 좋은 계층에 속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이후 이들에게 사탕통을 주고 원하는 만큼 사탕을 가져가게 했다. 단, 남은 사탕은 다른 이들에게 나눠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때 형편이 좋은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사탕을 가져갔다. 잘사는 사람들이 더 이기적이고 다른 이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사람들은 “부자는 타인을 고려하지 않으면서 행동한다”는 통념을 갖고 있다. [GETTYIMAGES]

    사람들은 “부자는 타인을 고려하지 않으면서 행동한다”는 통념을 갖고 있다. [GETTYIMAGES]

    친절한 부자들의 공통점

    앞선 연구가 아니더라도 사람들 사이에는 “부자가 더 이기적이고 다른 이들을 막 대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반론도 꽤 있다. 부자가 오히려 더 친절하고 다른 이들을 배려한다는 것이다. “있는 자의 여유”라고 비꼬듯이 표현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부자를 직접 만나보면 “예상과 달리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도 많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내가 겪은 부자들은 어땠을까. 싸가지가 없었을까, 친절하고 부드러웠을까. 두 가지 유형이 공존한다. 싸가지 없는 부자도 있고, 사람 좋은 부자도 있다. 그들은 어떤 특징을 가졌다. 부자가 되는 과정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했던 사람은 대부분 성격이 좋았다. 반면 부자가 되는 과정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던 사람은 달랐다. 좋은 사람도 있었지만 이상한 사람, 괴팍하고 성질을 부리는 사람도 적잖았다. 어떻게 부자가 됐느냐에 따라 달라던 것이다.

    보통 어떤 사람이 부자가 될까. 사업에 성공한 사람, 환자가 많이 찾는 의사, 의뢰인이 많은 변호사나 세무사 등 전문 직종인, 기업에서 임원을 오래 한 사람, 손님이 많은 음식점 사장, 뛰어난 영업사원 등이 일반적으로 부자가 된다. 그런데 이 방법으로 부자가 되려면 한 가지가 공통적으로 필요하다. 많은 이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타인에게 친절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맛이 있어도 서비스가 형편없는 식당은 손님들이 더는 찾지 않는다. 처음에는 실력 있는 변호사를 찾아가도 변호사가 거만하고 불친절하면 다음부터 찾지 않는다. 실력이 있으면서도 사정을 고려해주고 말이 잘 통하는 변호사를 찾게 마련이다.



    기업에서 임원까지 오르려면 상사와 동료들로부터 미움을 받는 사람이 돼서는 안 된다. 실력이 있어도 성질을 부려대면 임원까지 올라가지 못한다. 설령 임원이 된다 해도 그 자리를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1~2년만 임원을 하면 부자가 되기 어렵다. 더 오랜 기간 임원을 해야 하는데, 이들은 부하들과는 몰라도 최소한 상사, 동료와는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한다.

    영업직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은 처음 보는 사람과도 잘 이야기하고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남겨야 하고, 오래 만나도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줘야 계약을 할 수 있다. 성격이 이상하고 자기 맘대로 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면 절대 계약을 따내지 못한다. 의사는 실력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 인간관계가 좋아야 대학병원에 남고 승진도 한다. 실력과 인간성이 모두 좋아야 지위가 올라가는 것이지, 실력만 좋고 인간성을 의심받으면 부자가 될 정도로 높은 보수를 받는 직위까지 올라갈 수 없다.

    즉 이런 일에서 부자가 되려면 타인과 잘 지내야 한다. 고객, 손님이 많아서 부자가 된 사람, 조직에서 높은 지위에 올라 부자가 된 사람은 인간성이 좋다. 만나서 대화해보면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부자가 좋은 사람이라는 말은 이런 부류의 부자에게 맞는 표현이다.

    주변 평가 상관없는 부자들

    다른 부류의 부자도 있다. 부자가 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 없었던 이들이다. 주식, 채권 등으로 부자가 된 사람은 그 과정에서 타인과 부딪칠 필요가 없다. 펀드매니저처럼 다른 사람의 돈을 끌어들여서 투자하는 이들은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하지만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가 자기 수익에 직결되지 않는다. 경매도 주변 사람들한테 잘 보여야 할 필요가 없다. 예술로 성공한 경우도 작품 완성도가 중요하지 일반 사람과의 관계는 중요하지 않다. 대중예술을 하는 이들은 대중의 환호가 중요하니 좋은 이미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순수예술 쪽은 인간관계보다 작품의 질이 성공하는 데 더 중요한 요소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와 상관없이 가족이 부자라서 부자가 된 사람들도 있다. 재벌가 혹은 사업가 2·3세가 대표적이다. 이들도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 필요가 전혀 없다. 가족에게 밉보이지만 않는다면 재산을 물려받아 부자가 될 수 있다.

    부자가 되는 데 타인의 도움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경우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낼 필요가 없다. 설령 처음에는 주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해도 사업이 크게 성공한 후에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 주변의 평가가 부자가 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마음대로 행동한다. 쉽게 다른 이들을 무시하고, 모욕하기도 한다.

    보통 사람이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직장이나 업무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동업자를 잃거나 고객이 떨어져나가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선 유형으로 부자가 된 사람은 주변인들과 멀어져도 피해가 없다. 누가 자기를 나쁘게 평가해도 상관없다 보니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 이런 유형의 부자를 대하면 “역시 부자는 싸가지가 없구나”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선 유형의 부자라고 다 싸가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이들과 관계가 중요하지 않은 부자라고 해서 모두 마음대로 말하고 행동하지는 않는다. 이때는 자기 본성을 따라간다. 원래 다른 이들에게 친절한 성격의 사람이 있고 다른 이들을 무시하는 성격의 사람이 있다. 타인에게 친절한 부자는 그냥 계속 친절하다. 하지만 무시하는 부자는 자기 성격을 숨기려 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다.

    부자가 싸가지 없는 경우 많지만…

    보통 사람은 화가 나도 속으로 참고 삭인다. 겉으로는 웃거나 평온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하지 않은 부자는 그럴 필요가 없다. 기분 나쁘면 그냥 그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자기 기준에서는 속마음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기준으로는 싸가지가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한 부자라고 모두 좋은 사람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현재의 부를 늘리고 유지하는 데 다른 사람들의 인정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왔으니 친절한 모습이 몸에 배어 있다. 그런데 이들이 은퇴해 더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지 않게 된다면 어떨까. 그때도 지금의 친절하고 사람 좋은 모습이 계속될까. 그때가 되면 숨겨진 본성이 드러나지 않을까. 성격이 좋지 않지만 겉으로 웃는 모습을 보이던 부자는 이제 사람 좋은 부자에서 싸가지 없는 부자로 바뀔 것이다.

    개인적으로 “부자는 싸가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원래 좋은 사람이 부자가 된 이후 싸가지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원래 싸가지가 없는 사람이 그동안 참고 살아오다가 부자가 된 이후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 싸가지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본인의 본성을 숨기고 착한 모습을 계속 주변에 보여주는 것이 좋을지, 싸가지 없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본성대로 행동하는 것이 더 나을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부자가 되면 본성이 더 잘 드러난다는 것은 맞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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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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